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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이 가르쳐준 삶의 균형

완벽함을 내려놓고 다시 나를 세운 시간

by 밤나무
“육아휴직은 아이만을 위한 시간이 아니라, 나의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삶을 준비하는 전환의 시간이기도 했다.”


첫째 육아휴직 - 낯설고 고립된 시작


첫째를 출산하고 육아휴직을 시작했을 때, 나는 얼떨떨했다. 정신없이 달려오던 일을 멈추고 육아에 집중해야 한다는 건 인생에서 처음 겪는 커다란 전환이었다. 일에서 벗어난 해방감과, 작은 생명체가 전적으로 나를 의지한다는 책임감이 동시에 밀려왔다.


모유수유를 했기 때문에 하루 종일 아이와 떨어질 수 없었다. 나의 하루는 오롯이 아이의 생체 리듬에 맞춰졌다. 출퇴근이 사라진 대신, 집 안에서 아이와만 보내는 시간이 나의 세계가 되었다. 아이가 성장하는 걸 지켜보며 나도 조금씩 엄마가 되어갔다.



나를 위한 시간의 부재


첫 육아휴직의 일상은 철저히 아이 중심으로 돌아갔다. 새벽 수유로 잠을 설친 채 하루를 시작했고, 아이를 먹이고 재우느라 정작 내 식사는 챙기지 못하곤 했다. 아이가 낮잠을 자면 숨을 돌릴 수 있었지만, 그마저도 집안일을 하거나 육아용품을 쇼핑하고, 육아정보를 찾는 데 쓰였다.


남편이 퇴근하고 돌아오면 아이를 재우는 시간이었다. 편하게 대화할 체력조차 남지 않아, 최소한의 집안일만 마무리하고 새벽 수유를 대비해 눈을 붙였다. 아이가 커가는 것을 보는 건 더없는 기쁨이었지만, 아이가 커가면서 잠시라도 쉬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다.



둘째 육아휴직 - 배우자와의 분담, 균형을 찾아서


둘째 육아휴직은 상황이 달랐다. 첫째는 이미 어린이집에 잘 적응하고 있었고, 남편도 함께 육아휴직을 하면서 육아 분담이 가능했다. 아이가 둘로 늘었지만, 육아의 무게는 오히려 가벼워졌다.


남편과 교대하며 육아와 가사를 분담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나에게도 자유 시간이 생겼다. 나는 아이들이 깨기 전 새벽에 F45 운동을 하며 해방감을 느꼈고, 브런치에 글쓰기를 시작하며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남편이 아이를 돌봐주는동안 나는 이직 준비에 필요한 코어 타임도 확보할 수 있었다.



완벽한 엄마에서 지지자로


둘째 육아를 하면서 가장 크게 배운 점은, 완벽한 엄마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둘째가 생기기 전에 나는 첫째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해주는 편이었다. 그런데 둘째를 수유하는 동안에는 첫째와 놀아줄 수 없었고, 첫째도 한동안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 아이 둘을 동시에 키우며 비로소 깨달았다. 모든 요구를 다 들어줄 수는 없고, 때로는 기다리게 하거나 포기해야 하는 순간도 있다는 것을.


완벽한 엄마가 될 수 없다는 한계를 받아들이자, 오히려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러면서 어떤 엄마가 되고 싶은지에 대해 스스로 답을 찾아갔다. 아이에게 지나치게 개입하지 않고 독립을 존중하는 엄마, 스스로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거울 같은 엄마, 그리고 때로는 건강한 결핍을 의도적으로 남겨두는 엄마. 세상은 원하는 대로만 흘러가지 않고, 결핍이 있어야 성장하려는 욕구가 생긴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완벽한 돌봄 대신 최소한의 울타리를 제공하고, 아이의 삶을 지켜보며 응원하는 지지자가 되고 싶었다.



육아휴직에서 배운 네 가지 교훈


두 번의 육아휴직을 겪으며 나는 몇 가지 배움을 얻었다.


첫째는 완벽을 내려놓는 것이다. 첫 육아휴직 때는 수유 간격과 낮잠 시간을 베이비타임 어플에 꼼꼼히 기록했지만, 둘째 때는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대처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깨달았다. 타고난 기질 덕분인지 모르겠으나 유연하게 키운 둘째가 더 안정되고 편안해보인다.


둘째는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다. 첫째 때는 하루가 온전히 아이 중심으로만 흘렀지만, 둘째 때는 남편과 시간을 나누며 이직을 고민할 수 있었다. 육아휴직은 단순히 아이만 돌보는 시간이 아니라, 잠시 멈춰서서 앞으로의 삶의 방향을 재정립할 기회가 될 수 있었다.


셋째는 체력 관리다. 첫째 때는 몸이 약해져 하루하루 버티기만 했지만, 둘째 때는 출산하고 50일이 지나 임신 때 하던 F45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집이라는 육아의 공간을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기분 전환이 되었다. 아침 일찍 땀을 흘리고 돌아오면 잠에서 깬 아이를 더 활기차게 맞이할 수 있었다.


마지막은 아웃소싱이다. 처음에는 둘 다 휴직 중이라 가사도우미 도움을 받는 게 사치처럼 느껴졌지만, 주기적으로 도움을 받으니 남편과의 갈등이 줄고 남는 시간을 각자의 성장에 투자할 수 있었다. 육아는 신체적·정신적으로 큰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기에, 주변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는 것이 결국 아이와 부모 모두에게 이롭다는 걸 알게 되었다



마무리하며


육아휴직을 단절의 시간으로 여기는 사람도 많지만, 나에게는 육아뿐만 아니라 삶을 다시 설계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되었다.


아이들이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경이로움을 느낀다. 지금은 부모에게 전적으로 의지하지만, 머지않아 독립할 날이 올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최소한의 울타리를 제공하고, 아이의 독립을 지지하며 응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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