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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씨아무개 Sep 2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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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ting go

되게 외로웠나보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홀홀단신 친인척 한 명 없는 곳인 뉴욕에 떨어져 생존했던 8년을 지속적으로 되새기는 버릇이 그래서 생겼나보다. 그때는 몰랐는데 왜 그랬을까 한발짝 물러서서 보니 너무도 외로웠던거였다. 마음을 붙일 곳이 그 넓은 땅에 단 한 군데도 없었던 것이었다. 할 일이 없어도 바쁜 사람처럼 돌아다녔다. 구지 평생 나와 두 번의 인연도 없을 법한 곳도 지나다녔다. 걸어서 다니기에 작지 않은 맨하탄 그 섬 구석 구석을 괜히 스쳐 다녔다. 살이 좍좍 빠져서 더 이상 예전 옷들을 입을 수 없게 될 만큼. 다들 나에게 잘해줬는데. 그렇게 생각해줘서 챙겨줬는데 왜 그게 불편하고 밥도 안넘어갈 정도로 스트레스였을까?


그때 당시에 들었던 음악을 다시 틀었다. 사람이 냄새로 시간을 추억하듯이 그 때에 들었던 음악을 들으니 그 때로 돌아간다. 그 때 들었던 모든 음악들은 모두 관계 안에서의 외로움과 두려움, 고독함을 느끼게 하는 음악들이다. 한 동안 한국 드라마, 음악 모두 끊고 미드와 팝송만을 보고 들었던 때가 있었다. 그렇다고 미국애들이랑 지낸 것도 아니었다. 아무와도 이야기하지 않고 만나지도 않았다. 오로지 영화, 드라마, 음악과만 이야기 했다. 길을 걸을때, 지하철을 타고 갈때, 버스를 탈때, 쇼핑을 할때, 커피와 베이글을 사먹을때, 빨래방에 갈때, 산책을 갈때 모두 나는 노래와 이야기했다. 가사를 100퍼센트 이해하는지는 못했는데도 기가막히게 외로움을 노래하는 구절은 쏙쏙 들어왔다. 지금 그 노래들을 다시 들으면 뭔가 웃음도 나면서 추억에 젖어 즐거울거라고 예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이런 노래들을 들으면서 외로움을 달랬을 내가 측은했고 불쌍해졌다. 이유도 모르고 혼자였을 내가 마치 다른 사람처럼 느껴진다. 마치 혼자 길을 걸어가는 나를 건너편 도보에서 바라보는 것 처럼 그렇게 과거를 하나 하나 정리하며 지금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 같다.


외로움에 익숙해지는건 건강하지 못한 방법이다. 외로움은 원인을 알고 극복하는 법을 배운 후 혼자여도 외롭지 않게 될 때 비로소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야 외로움을 극복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외로움을 극복하는 법을 찾지 못한 상태로 외로움에 익숙해져 그 상태 그대로 머물 수 밖에 없는 영혼들은 도움이 필요하다. 외로운 사람들이기에 친구를 만들 줄 모르고 나를 공유할 줄 몰라 계속 아웃사이더로 있는 방법 밖에 모른다. 내가 그랬고 분명 나와 같은 사람들이 곳곳에 상기된 얼굴로 지나가고 있다. 누구는 이어폰을 꽂은 채, 누구는 바닥에 시선을 꽂으며, 누구는 휴대폰에 얼굴을 파묻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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