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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씨아무개 Apr 07. 2018

어른이의 사랑

어른이처럼 연애하면 이렇게 실패한다

어른이: 겉은 성인이지만 어린 시절의 무언가의 강한 결핍으로 인해 마음이 그 시간에 멈춰 있어 미성숙한 판단이나 행동을 하여 종종 자괴감에 빠지곤 하는 사람


한창 사랑을 받으며 자라야 할 시기에 가족에게 칭찬이란 것을 거의 들어본 기억이 없다. 내 뇌가 기억을 하는 가장 처음의 순간부터도 나는 엄마한테 혼이 나고 있었고, 덕분에 누가 작은 칭찬이라도 하면 아주 모자랐던 영양분을 채우려고 앞뒤 가리지도 않고 바로 마음을 열며 '당신은 좋은 사람'이라고 정해버린다. 하지만 막상 갈구했던 칭찬을 몇 번 듣고 나면 아이러니하게도 그건 가식이라고, 진실되지 않은 마음이라고 돌변해서 밀쳐내고는 나만의 굴 속으로 들어가기를 반복한다. 누가 봐도 소시오패스 같다.


이 기억은 질리도록 선명해서 도대체가 지워지질 않는다. 아빠 오토바이를 타고 유치원으로 가는 길에 나는 왜 태어났는지, 이럴 거면 당장 지금 여기서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아빠의 등 뒤에서 세상 서러운 눈물을 침묵으로 훔치던 게 여러 날이었다. 그러곤 아빠한테 밝은 목소리로 인사하고 등교를 하곤 했는데, 어른이 된 나는 아직도 가끔 순간적으로 죽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어 1초 만에 펑펑 우는 버릇이 있다. 아빠를 미워했던 엄마가 아빠를 빼다 박은 나를 박해했듯이, 그 서러움이 서른이 넘은 지금의 내 안에 여전히 세 살인 채로 웅크리고 있다. 나는 그 유명한, 나는 아니겠지라고 생각한 '어른이'였다.


'어른이'이건 '애어른'이건 사람이란 게 언젠가 한 번은 사랑을 하게 되어있다. 처음으로 나 아닌 다른 사람을 나보다 더 사랑할 날을 맞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어른이인 나는, 연인끼리의 사랑에 대한 분별력이 있을 리가 없다. 어른들의 그것처럼 배려 다운 배려나 여유로운 밀당을 할 줄도 모르고, 그저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하거나 또는 너무 배려한답시고 나를 버리는 것, 이 둘 중 하나로밖에 뇌가 돌아가지 않는다. 이토록 자연스럽지 않은 어른이의 연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의 존재를 받아들일게'라고 말해주지 못하는 상대방에게는 그저 감정 노동일뿐이다.


 또한 단지 외로운 과거 있는 남자였을 뿐이다. 이 연약한 남녀가 깊은 대화를 통해 서로의 역사를 이해하지 못하면 오해와 실망감과 충족되지 않는 그 무언가로 인해 길지 않은 시간 안에 님에서 다시 남이 된다.


어른이는 뭐가 뭔지도 모르고 마음을 쏟으며 일방적으로 사랑을 했고 일방적으로 실망을 했으며 그 결과 일방적으로 이별을 한다. 예쁨을 충분히 받고 있었는데도 그게 예쁨 받는 건지도 몰랐다. 방어를 하고 있었는지조차 인지하지도 못한 사이에 그렇게 나는 속성으로 첫 번째 연애를 수료했다.


내가 봐도 내가 지긋지긋했다. 보통은 남자가 할법한 구질구질한 매달리기며 추억 팔기, 'ㄴㅏ는 ㄱㅏ끔 눈물을 흘린ㄷㅏ' 등과 같은 시련녀 코스프레까지 안 해본 게 없는 것 같다. 나는 내 구질함의 끝을 내 눈으로 봐야 끝이 나는 사람인 것이었다. 덕분에 그 후의 여러 만남은 깃털처럼 가벼웠거나 페라리보다 빠르게 지나갔다.


그렇게 나의 '트루 러브'를 찾기 위해 탔던 수많은 썸과 쌈들. P양의 말마따나 사직서를 품고 출근하는 직장인 마냥 연애도 했고 현명한 이별도 했다. 이제는 사랑의 배려가 뭔지,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 뭔지 깨달아 가는 중이다. 어느 날 나도 모르는 사이에 '권고사직' 통보를 받지 않을까 불안할 수도 있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제는 나도 아쉬움 없이 후회하지 않을 만큼 내 감정에 대한 예의를 갖추는 선에서 마음껏 사랑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는 것이다. 앞으로의 연애를 통해 내가 몇 살까지 성장해 나갈지 지켜봐 주는 것이 어른이인 나에게 해줄 수 있는 응원이 아닐까 하며 10년 전의 첫 사랑을 추억 너머로 내 맘속에 저장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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