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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씨아무개 Nov 08. 2021

아무 글이나 쓸게요.

과자 먹다가 책 읽다가 그냥 쓰는 글

갑자기 소설이 너무 읽고 싶어 졌다. 서점에 가 4권의 책을 골랐다. 평소에 읽을까 말까 고민을 엄청 하던 나와 다르게 그냥 독서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사람처럼 네 권의 책을 집어 들었다. 이제는 그냥 무언가를 할 때 생각을 많이 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지금의 순간을 위해 이것저것 방해하던 걱정들을 외면해 보기로 했다.


그것의 시작은 결벽증을 없애보는 것이었다. 나는 평소 깨끗한 환경을 좋아하다 못해 청소된 모습만을 보기 위해 살고 있는 것처럼 살았다. 원룸에 혼자 살 때 먼지 하나도 허락하고 싶지 않아 매일 쓸고 닦았다. 그러나 그게 힘이 들기 시작하고 버겁기 시작했다. 일을 하면서 그런 환경을 유지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 후 절친과 함께 살기 위해 새 아파트에 전세로 살게 되었다. 환경은 분명 좋아졌고 방도 하나씩 생겼다. 그 말은 바로 더 청소를 할 것들이 생겼다는 것이었다. 청소를 싫어하진 않지만 좋아하지도 않는다. 그러다 보니 이 넓어진 공간을 그전에 작은 공간처럼 꾸미고 청소하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친구한테 짜증도 내 보며 좀 치우라고 했지만 그건 나의 이기심인 것 같았다.


그래서 나도 대충 치우고 살기 시작했다. 그러니 쌓여가는 음식물 쓰레기와 분리수거 쓰레기, 설거지, 화장실 청소, 굴러다니는 침대 밑의 먼지, 쌓여가는 택배 상자, 내 키만큼 쌓여버린 이불이며 카펫이며 속옷 등의 빨래 더미들이 생겨났다. 겨우 두 사람 사는데 어떻게 이렇게 많은 일거리가 겨우 며칠 만에 생길 수가 있는지 놀라고 또 놀란다. 이런 광경을 보며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많은 물건들은 정말 필요한 것들인가, 이 가사에 쏟는 시간들이 정말 의미가 있는가, 그 시간을 다른 곳에 쓰면 어떤 효율이 생길까 하는 것들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돈을 좀 더 벌었더라면 당장이라도 가사도우미를 써야 할 지경까지 왔다. 초파리, 날파리가 내 룸메가 된 지 한 달이 지나간다. 나는 모르겠다. 어떻게든 되겠지 하며 책을 읽을까 한다. 예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완전 다른 인격이다. 한 사람이 이렇게 변할 수 있구나 하는 걸 나 자신을 보며 배운다. 이건 다 모든 면에서 나와 정 반대인 절친 덕이다. 그래서 꼭 어느 기간 동안은 나와 반대인 사람과 한번 살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나를 배우고 나를 알아가고 세상 속에 나의 위치를 알게 되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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