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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씨아무개 Nov 04. 2021

다시 돌아가라면,

후회 없이 살아보고자 돌이켜 보며 기억할 것들

나는 살면서 후회라는 걸 잘하지 않는 편이다. 아무리 어린 시절 개차반처럼 살았어도 지금 와서 그 시간을 후회해본 적은 없다. 왜냐면 그 모든 것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주고 있으니까. 나는 나를 사랑하고 아끼는 정신 건강하고 신체 건강한 한 인간이니까.


한 때 정신도 피폐하고 몸도 안 좋았던 시절이 있었다. 누구든 그러하듯이. 신체와 정신이 건강하지 않아 저지르는 실수 같은 건 수없이도 많았다. 예를 들자면 회식자리에서 일어나 보니 식당 화장실 변기를 끌어안고 있었다던가, 툭하면 주위 사람들과 싸우거나 얼굴 붉힐 일을 만들었다던가, 폐인처럼 집에서 꽁꽁 싸매고 룸메들에게 피해를 주었다던가 하는 것들이다. 유학시절 얘기를 하라면 나와 내 친구들 만큼 많은 스토리가 있는 사람도 드물 거라고 제법 장담할 수 있을 정도? 시트콤으로 치면 요즘 다시 빠진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와 같은 에피소드들 같이 말이다.


그러나 딱 한 가지. 지금까지 살면서 딱 한 가지 후회하는 것이 있다. 다른 사람을 내 삶에 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사람을 사랑하지 않았기에 잃어버렸던 값진 경험들 같은 것들을 말한다. 친구던 연인이던 이성으로만 사귐을 하다 보면 어느 시점에서는 꼭 어긋나고 만다. 지금 생각해보면 가장 첫 번째 원인은 '나'를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인 이유가 크고, 그다음이 그들을 가볍게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냥 내가 맘대로 정해버린 그 인격에 그들과 나를 가두고 수학책처럼 관계를 만들었던 것 같다. 사람은 살덩어리가 아닌 영혼이 있기에 나는 영혼과 영혼으로 그들을 대했어야 했다.


그렇게 잃어버린 관계들을 매일매일 자기 전에 누워 후회해 본다. 오늘은 특히나 잠이 더욱 오지 않아 또 어떤 후회를 해볼까 하며 뒤척이던 중이다. 아주아주 많이 후회를 하는 인연이 있는가 하면 요만큼 후회를 하기도 하는데, 어쨌거나 모두 다 나를 사랑하지 않은 시절의 후회들이다. 다시 연락해서 사과도 하고 싶고 관계를 고치고도 싶지만, 바꿀 수 있는 관계가 있고 이제는 보내주어야 하는 관계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관계들을 하나하나 정리하며 나도 이젠 제2의 삶을 나에게 허락해주고 싶다. 나라는 삶도 그럴 가치가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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