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이방인의 기록 23
전망대에 이르니 마을이 간직한 과거의 건물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나는 수에게 물었다.
"우위엔의 마을이 이렇게 된 게 과연 좋은 걸까?"
3월 23일, 중국 장시성(江西省) 우위엔(婺源)으로 학교 현장학습을 갔다. 이맘때 즈음이면 한참 만발한 유채꽃 풍경에 중국 각지에서 관광객들이 이곳으로 몰려든다. 평소보다 두 배 이상 오른 가격을 지불해서라도 숙소를 구할 수 있으면 운이 좋은 편이다. 우위엔 황링(皇陵)은 원래 가난한 산골 마을이었다. 지금은 중국 4성급 관광지다. 주민들이 유채꽃을 계단식 논에 심기 시작한 것이 현재 주목받는 관광상품이 되었다.
단체 버스를 타고 황링 입구에 들어서니 단체 관광객을 태운 버스들이 아등바등 주차할 곳을 찾고 있다. 현지인들은 유채꽃을 엮어 만든 화관을 팔고자 낯선 이방인 무리에게 서슴없이 다가섰다.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케이블카를 포함해 200 위안 정도의 입장료를 지불하고 난 뒤, 그 기계를 타기 위해서 두 시간 이상 가량 우리는 이방인 무리에 끼어 있는 이방인이 되었다. 케이블카에 대롱대롱 매달려 15분 정도 가보니 산을 연결한 거대한 구름다리가 있다. 다리는 투명 바닥으로 되어 있어 산 위에 있는 느낌을 극대화한다. 중국의 세계 유명 관광지인 장가계(张家界)가 이걸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고 들었는데 여기도 그를 모방한 듯하다. 구름다리에서 여행객들은 저마다 포즈를 취하느라, 셔터를 누르느라 분주하다.
다리를 건너면 마을에 좀 더 다가갈 수 있겠거니 싶었으나 아직 그곳에 도착하기엔 이르다. 우선 유채꽃 밭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발길을 붙잡는다. 그곳을 거쳐 다다른 마을 입구는 푸드코트와 다를 바 없다. 북경 짜장면 집, 홍콩 디저트 가게, 우위엔 유채꽃 기름 상점 등이 늘어서 있다. 마을 안으로 들어가서 드디어 마주한 옛 건물에도 프랜차이즈 음식점, 관광 기념품 상점, 숙박 업소가 들어서 있다. 황링은 산골마을 특유의 방식으로 농작물을 말리는 풍속(샤이 치우 晒秋)으로 유명하다. 가을이 되면 대나무를 지붕 위에 여러 대 설치 해 그 위에 얇고 넓적한 대나무 바구니를 올려놓아 고추 등을 말린다. 이러한 풍경 때문에 황링은 유채꽃으로 유명해지기 전부터 사진가들에게 출사 대상지로 유명했다. 지금은 봄이지만 관광객들의 볼거리를 위해 그 모습이 재현되고 있었다.
중국은 우위엔에 마을 친환경 경제 성장의 모델이라고 찬사를 보낸다. 2014년 정부는 우위엔 지역을 마을 생태관광 경제성장 혁신 기지로 지정했다. 그러나 사실상 여기엔 관광객뿐이다. 주민은 어디에 있는가?
수는 내게 말했다. 그는 대학교육도 받았고, 해외 근무 경험도 있는 중국의 20대 청년이다. “마을 주민들은 현재 우리가 처음 차를 타고 내렸던 곳 맞은 편의 새로운 주거지에 살고 있어. 정부는 황링 마을을 관광지로 개발하고자 촌민을 이주시켰어.”
그는 말을 이어나갔다.
“우위엔은 지역 혁신 사례야. 황링처럼 마을을 관광지로 개발함으로써 상업시설이 마을로 들어와 마을 경제에 도움이 되지. 주민들 또한 그들의 삶을 방해받지 않지. 모두에게 좋은 방법이지.”
150 여개의 지역을 돌아다녔다. 전 세계 곳곳을 누비다 보니 나는 더욱더 지역의 고유한 문화를 느끼고,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경험을 선호한다. 우위엔 황링은 삶이 없는 마을, 그저 관광 유원지였다. 수많은 인파, 프랜차이즈 간판, 여행안내소와 숙박시설 건설 공사가 섞여 있는 이 곳은 내게는 더 이상 매력 있는 여행지가 아니었다.
그러나 그의 모든 말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촌민의 삶. 여행자의 시선에서만 마을을 생각할 수는 없다. 나도 마을 주민의 삶의 질을 침해하는 여행을 원치 않는다. 하지만 과연 이 방법뿐일까? 마을 사람들은 원래의 집을 떠나야만 했는가? 상업시설이 들어서는 것,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만이 지역 경제의 답인가? 과연 이 방법으로 마을 사람들의 실제 주머니가 두터워지고, 그들의 삶은 더욱 풍요로워지는가?
2019년 3월의 우위엔은 많은 질문을 내게 남겼다. 이러한 마을 개발 방식은 중국 전역에서 불고 있는 광풍이다. 비단 중국뿐만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