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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왈 Jun 10. 2019

윈난 푸얼 커피의 맛

중국 이방인 22


방에서 봉지를 연다. 로스팅한 원두 향을 한숨 크게 들이마신다. 작은 필터 종이를 컵에 끼운다. 동글동글한 원두를 갈아 필터로 옮겨 담는다. 주전자의 물이 끓어오르면 주전자를 잡은 손을 나름 최대한 높여 필터 안으로 물을 붓는다. 영화 <카모메 식당>의 ‘코피루왁’처럼 나도 조심스레 주문을 건다. 기름기 풍부한 거품이 두껍게 생긴다. 로스팅 원두의 향과는 또 다른 커피의 냄새가 마음을 사르르 녹이기 시작한다. 


한 모금에 란티엔 생각이 났다. 커피의 시큼한 맛이 내 기분을 한껏 올려놓아 높은 산들에 둘러 쌓여 붉은 커피 열매를 말리던 그의 농장에 다다르게 했다. 


란티엔. 그를 처음 만났을 때, 그는 그의 이름처럼 파란 하늘의 셔츠를 입고 있었다. 그는 커피에 빠져 있었다. 그의 입은 커피와 관련된 지식, 경험, 애정으로 가득했다. 그는 회사 파트너 농장들을 직접 방문하며 그들의 상황을 체크한다. 또는 새로운 파트너를 개척한다. 1년 중 거의 300일을 그의 빵차에서 보낸다. 윈난 성에서 동서남북, 고도에 관계없이 질 좋은 커피를 생산하는 곳이 있다면 어디든지 떠났다. 그의 빵차 안과 밖은 적색 흙으로 덮여있었다. 그런 그였기에, 나는 그와 함께 다양한 커피 농부들을 만날 수 있었다. 길이 험해 찾아가기 힘든 해발고도 2000미터의 산 위에도 마을이 있었고 사람들이 살았다. 현장을 향해 가는 여정은 커피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졌다. 내겐 초단기 커피 재배 농업 강습이었다. 1월 말의 운남 푸얼 커피 농장은 빨간 열매로 가득하다. 수확한 커피 열매를 말리는 시기다. 이들을 어떤 방식으로 씻고 어떻게 햇볕에 말리는가에 따라서도 우리들이 마시는 커피의 종류가 달라진다. 


란티엔도 작년부터 커피 농사를 시작했다. 커피 한잔을 위해서 농부들이 어떤 열매를 생산하는가, 그리고 그 열매를 어떻게 가공하느냐의 1차 단계, 말린 콩을 분별해 어떻게 로스팅하느냐 2차 단계(로스터의 역량), 그리고 어떻게 내리는 가의 바리스타의 역량이 모두 그 각각의 위치에서 중요하다. 그러나 란티엔은 무엇보다도 좋은 질의 커피를 위해서는 그중에서도 1차 단계가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그래서 그도 커피 농부가 되었다. 그는 윈난 성이 아닌 구이저우 성 출신이다. (아내를 운남 쿤밍에서 처음 만났고 이후 아내를 따라 시솽반나로 이주해 관광업에 종사했다.) 농촌에서 나고 자라 농사를 지어 본 경험이 있지만 커피는 처음이다. 그의 지식은 그의 경험으로 똘똘 뭉쳐있다. 앎은 땅에 발 딛고 있기에 단단하며 매우 구체적이다. 그의 언어는 어떻게 하면 좋은 커피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했다. 사실 커피 농업은 힘들다. 그래서 많은 농가들이 커피 밭을 엎고 바나나, 타이어 재료 야자, 차 농업으로 다시 바꿨다. 지역 농민들은 순간의 이익을 위해서 금세 업종을 변경하고 많은 양의 농약을 뿌린다. 이러한 태도는 토양에 치명적이다. 그는 이러한 현실을 우려했다.  


푸얼 시내에서 차를 타고 세 시간 반 정도 거리에 위치한 이우의 그의 커피 농장으로 갔다. 그의 처가가 그곳에 있어 현재 처형들과 함께 커피 농사를 짓고 있다. 커피 열매를 땅바닥에서 말리면 비가 왔을 때 잠겨버려 썩게 되는 큰 위험이 있다. 이는 커피 농부들에게 큰 골칫거리다. 운남 푸얼은 커피를 재배하기에 적합한 천혜의 환경을 가지고 있다. 산지는 해발고도 1500 미터에서 2000미터를 웃돌고 일조량이 크다. 다만 우기 때 비를 조심해야 한다. 그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벽돌을 쌓고 그 위에 망을 널어 열매를 말리는 실험을 시도하고 있었다.  


사실 커피에 대한 그의 애정은 로스팅의 단계에서 시작했다. 회사에서 일하면서 가장 처음 시작한 일이 커피를 볶는 일, 즉 로스팅이었다. 출근 시간 내내 로스팅 방법을 배우고 파트너 농장에서 가져온 원두를 계속 볶았다. 수년간의 연습으로 현재 커피를 볶는 그의 몸놀림은 여유로 충만했다. 자연스레 로스팅 기계를 조작한다. 일조 방식으로 생산한 원두는 약한 열로 처리했을 때 제일 과일향, 산미가 풍부하다. 핸드드립용 원두는 약한 열이 적당하다. 약한 열로 볶은 원두는 연한 황토 빛깔을 띤다. 기계로 내리는 아메리카노의 경우 중강, 혹은 강한 열로 볶아야 한다. 이렇게 처리한 원두로 핸드드립을 하면 탄 맛이 날 위험이 있다. 원두가 흑갈색의 빛깔을 띤다. 매우 구수한 냄새가 난다. 우리가 흔히 원두라고 칭하며 인지하고 있는 것이 이에 가깝다. 몇 초에 커피콩이 로스팅되는지도 커피 맛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그래서 란티엔은 핸드폰 전문 애플리케이션으로 시간을 재며 가장 좋은 상태의 원두를 얻고자 했다. 


다시 커피 한 모금을 들이켠다. 지금 마시고 있는 커피는 란티엔이 이우 농장에서 재배하고 새로운 일조 방식에 도전해 말린 커피콩을 약한 열로 볶은 것이다. 그의 농장에 갔었고, 그가 커피를 볶는 순간에 있었다. 그를 만났다. 맛이 선명하다. 거기엔 풍경, 사람, 감정이 있다. 



란티엔의 커피 농장


커피 농부를 만나러 가는 길. 산길에서는 차와 소들이 한데 섞여 이동한다.


시멍(西孟) 가는 길. 산 위의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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