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별의 먼지였다 02
케이티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그가 어느 나라 사람인지 가늠할 수 없었다. 그의 얼굴은 내 얼굴보다는 더 짙은 갈색 빛을 띠었다. 머리카락은 샛노랗다. 그녀의 입에서 자연스레 영어가 흘러나왔다. 그것은 매우 활기찬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었다.
한국에서 왔지? 아까 다른 한국인 친구랑 한국어로 이야기하는 걸 들었어. 사실 내가 케이팝과 코리안시리즈를 엄청 좋아해. - 이어서 비티에스가 등장한다. 드라마 이름도 몇 개 나오는데 잘 모르는 것들이었다.
이런 순간들이 모여 내가 한국인임을 상기시킨다. 나는 의도치 않게 한국인임을 깨버린다. 나는 그들보다 케이팝이나 코리안시리즈를 잘 꿰고 있는 그들의 상상 속의 한국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선크림만 대충 바른 내 얼굴은 연이어 남은 이미지의 조각마저 깨부수었다. 어쨌든. 케이티와 나에겐 이제 공통점이 있다. 우리는 케이팝, 드라마로 연결의 시작을 시도한다.
근데 넌 어디서 왔니? - 여기서는 누군가를 처음 만날 때 반드시 물어보는 질문이다. 할 말이 없을 때는 이 질문이 편하다. 그다음 따라붙는 질문들도 자연스레 생겨난다. 솔직히 궁금했다. 도대체 얘는 어디 사람일까? 궁금증을 해소해야 했기에 나는 그가 입을 다물었을 때를 놓치지 않고 물었다.
난 호주 사람이야. 필리핀 사람이기도 해. - 케이티는 호주에서 태어났고 지금까지 살아왔다. 우리 엄마와 아빠는 필리핀에서 서로 만났고 결혼했어. 그 후, 호주로 이민을 왔지. 엄마는 내게 필리핀 요리를 해줘. 엄마의 요리는 정말 맛있어. 우리는 호주 영어로 대화해. 엄마와 아빠는 필리핀 영어로 대화해. 집에 들어가면 특유의 향기가 있어. 그것을 필리핀의 향기라고 난 생각해. - 나는 호주인의 필리핀의 향기가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