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와요 부산항에'처럼 고향에 돌아왔다
15년, 그러니까 지금까지 일을 쉰 적이 없다.
아르바이트로 첫 사회생활에 발을 담그고 난 후
입사-퇴사-입사-퇴사-입사-퇴사-창업으로 꼬박 15년 차가 되었다.
3일 이상 쉬면 큰일 난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3개월 째다.
중간에 불안증세로 수면클리닉에 간 적도 있다.
서울 공기가 무척 답답했다.
그래서 부산에 작업실을 구했다.
덜컥이라고 표현했지만, 경솔한 편은 아니다.
장고 끝에 구한 작업실은
해운대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이다.
자연에 있지만
강남 못지않은 인프라를 누릴 수 있는 스폿이다.
"뭐야? 부산도 도시잖아. 그럴 거면 경기도로 가!"
하지만 시골 특유의 소박한 라이프라는 뜻의
'러스틱 라이프'는 감내할 깜냥이 안된다.
일단 그런 시간과 체력이 나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경기도보다는 서울에서 누리고 싶은 게 많다.
한마디로 아직 속세에 미련이 많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부산에서 태어났고,
지금 남편도 부산으로 발령이 났다.
(혼자 있고 싶지만 외로운 것은 싫어랄까...)
그렇게 4일은 부산에서 먹고, 자고, 살아간다.
3일은 서울에서 대학원에 다닌다.
이런 사이클이 한 달 정도 되었는데 꽤 만족스럽다.
올 때마다 부산 특유의 정(情)이 넘치는
분위기가 좋다.
벌써 이웃 세 분 + 경비아저씨와도 말문을 텄다.
4월의 첫날인데
벌써 펴버린 벚꽃과 동백꽃,
그리고 봄볕에 풍성해진
윤슬을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면
서울 지인들 너도나도 찾아오겠다고 극성이다.
부동산 소장님이 해운대에 살면
매주(특히 여름철) 손님을 맞는다고 했다.
식비도 장난 아니게 나간다고 하는데
지인들은 오히려 먼저 밥 값을 내면 냈지,
근처 호텔로 잡으면 잡았지 비비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도 밥 한 끼 꼭 산다.
나보러 여기까지 와주는 것이 고마워서!
아이러니다.
서울에서도 얼굴 보기가 힘든데 부산에서 본다.
그리고 쉰다고 말했는데...
오늘 부산문화재단 시민평가단에 선정되었다.
30명을 뽑는다고 했는데 2 배수를 선정했다.
문화, 예술에 진심이신 분들이 많은가 보다.
쉬어도 무언가 표현하고 싶은 천성은 그대로다.
좋은 스타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