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그리고, 다시 돌아오다
이렇게 돌아올 줄은 몰랐다.
이렇게 아무 것도 아닌 마음일 줄은 정말 몰랐다.
마음이 조금 정리되면 좋겠다고 막연히 생각했지만,
기든 아니든, 지금같이 부유된 마음이 아니면 좋겠다는 마음은 있었지만은,
이렇게 고요한 마음으로 돌아오게 될 줄은 몰랐다.
폴이 공항까지 바래다 주는 길, 그 날의 공기가 지금까지 또렷하게 기억나는 것을 보면
무언가 특별하기도 했던 것 같은데,
또 한 편으로 그 날은 너무나 일상같아서 오히려 전혀 특별하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
요상한 노릇이다.
공항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하며 나는 그에게 남은 캐나다 달러를 건네줬다.
이제 더 이상 나는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많은 의미가 담겨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쩌면 그도, 그리고 나도 내가 이제 더 이상 캐나다에 올 일이 없을 것 같다고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It's totally different from the day when we said goodbye in Taipei."
우리가 타이페이에서 헤어진 날이랑 완전 다르다...
내가 말했다, 정말 그랬기에.
눈물도 슬픔도 없었다, 이번에는.
아쉬움과 이후 있을 허전함에 대한 안타까움은 있었지만, 분명 우리는 진심으로 둘 다 아프지 않았다.
"Yes, absolutely. At that time we were much more like... didn't know what to do and when to meet again.. It's the same thing for now as well but it seems a bit different.."
맞아 완전히 달라. 그 때는 아마 우리가 언제 다시 볼 지 전혀 기약이 없어서 그랬던 거 같아.
지금도 그렇지만... 그래도 뭔가 다른 느낌이야..
Paul이 대답했다.
그렇게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마지막 인사였다.
좋은 기억이었노라고, 만나서 즐거웠다고, 다시 만나 좋았다고 서로에게 말했다.
진심이었다.
그렇게, 너무나도 뜨거웠던, 그리고 이제 더 이상 뜨겁지 않아진,
그 짧고 굵은 사랑이 끝났다.
감히 끝났다고 말할 수 있었다.
돌아와서 전혀 힘들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벤쿠버에 가서 그를 다시 보고, 그의 일상을 보아 너무나 다행이었고
그 덕택으로 나는 이 사랑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하는 감정을,
끝낼 수 있었다.
Thank you Paul, and to myself as w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