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하고 알고 싶은 일. 그리고 노력하지 않아도 생각이 나는 사람.
나는 마음을 쓰는 일에 강하다고 생각해왔다.
항상 다른 사람의 삶이 궁금했고, 누군가의 일상 이야기를 듣는 것만큼 흥미를 끄는 일은 많지 않다고 느껴왔다. 힘껏 기억해내지 않아도 주위 이들의 기념일이 떠올라 축하해 주는 일은 잦았고, 굳이 되뇌이지 않아도 다른 이들과의 대화가 머릿속에 콕 박혀있곤 했다.
그렇게 마음을 쓰는 일에 강한 내가 좋았다.
언제나 좋은 기억들을 돌이켜보면, 그 때의 내 모습이 좋아 모든 상황이 좋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나이가 들어 좋은 점 중 하나였다. 나이가 들면, 그렇게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는 것들이 있다. 무튼- 그래서, 마음을 쓰는 일에 강한 나의 모습이 좋았었다.
아마도 그를 만난 이후, 나는 마음을 쓰는 일이 두려워진 것 같다. 아니, 그와의 이별 후라고 하는 게 정확할 터. 많이 힘들었던 그와의 이별은 나를 성숙하게는 만들어줬지만, 마음을 쓰는 일을 두렵게 했다.
마음을 너무 많이 쓰다 보면, 나중에 그 마음을 쓰지 않고 싶어졌을 때도 자연스레 마음이 써진다는 것도 알게 됐다. 머리로만 알았던 그 명제를 직접 경험했을 때, 몇 년이 지나도 또렷이 기억나는 많은 그 일들을 겪었을 때, 나는 한 뼘 자랐지만, 마음은 몇 십도 더 차가워졌다.
그런데도, 그렇게 마음을 많이 써서 아프고 차가워졌는데도, 아마도 머리가 더 강한 놈인지, 마음을 너무 많이 쓰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고스란히 사라지고, 나는 또 다시 마음을 쓴다.
궁금하고 알고 싶은 일, 노력하지 않아도 생각나는 사람.
서로의 마음 씀씀이가 통할 때, 내가 누군가에게 쓰는 마음을 그 누군가도 나에게 써 줄 때, 그렇게 서로의 마음의 온도가 높아진다.
마음을 쓰는 일, 그 따뜻한 일.
그 따뜻함에 취해, 또 다시 마음을 쓰고 있는 내 모습을 본다. 누가 뭐래도, 나중에 혹 힘들지 몰라도, 나는 서로가 마음을 쓰는 일이 많았으면 좋겠다. 나도, 그리고 누군가도, 서로에게 닿을만큼 마음을 쓰는 일, 그 따뜻한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