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비 May 14. 2021

낙원의 밤

그들이 꿈꿨던 낙원

태구와 재연


사랑하는 사람들을 모두 잃고

남은 삶도 얼마 남지 않은 이들.


자신이 죽을 날이 언젠지 뚜렷히 느끼게되면

본연히 가장 소중히 여겼던 가치에 집중하게 된다고 하지만


증오하는 쿠토 삼촌 외 가족을 모두 잃은 재연에게는 그저 자포자기, 두려울 것이 더이상 없는 상태, 삶에 대한 미련을 반 쯤 놓아버린 상태에 불과했다. 삼촌 역시 위험한 장사를 하다가 목숨을 잃는다. 재연은 극한의 슬픔에 빠진다.


태구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이 따르던 양 사장이던, 경쟁 조직의 도 회장이던, 누가 그랬는지는 중요치 않았다.

자신의 마지막 남은 가족들은 이기심에 가득찬 이들에 희생되어야했고 자신 또한 벗어날 수 없었다.


태구의 블라디보스토크, 재연의 미국은 세상이 그들에게 제시한 미래, 하지만 그들은 그 곳에 대해 단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어차피 죽을 텐데 괜찮아 같이 자자

-나도 취향이란게 있어서.


재연은 삶에 대한 미련을 버린 채 말했지만

태구는 그러고싶지 않았다. 아직 블라디보스토크와 조직에서의 삶이 남아있어서 남아있어서 그런걸까.

그 자리에서 욕망에 못이겨 동침했다면 영화는 그 둘에게 남은 삶에 대한 가치관의 차이를 보여주지 못했을 것이다.


그저 그 둘은 물회를 떠 먹고 해안도로의 풍경을 달린다. 태구도 직감적으로 조직에 배신당해 목숨이 위태로움을 감지한다. 완벽하게 세상에 홀로 남은 남녀는 마지막이 될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즐긴다. 오히려 그것이 블라디보스토크나 미국에 가는 것보다 더 그들이 원했던 것일지도.


사랑이었을까. 가족같은 친구였을까.

태구가 죽자, 재연 역시  더이상의 미련을 남기지 않고 자살한다.


낙원의 밤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퇴사하고 아무것도 하지 말고 쉬어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