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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담희 Nov 18. 2019

변하는 사람을 변하지 않은 관계 속에 넣고 싶어하다니

그래서 어려운 인간관계


과거 졸업식 선물로 가족과 친구들한테 꽃을 많이 받았었다. 그때 진한 향기를 풍기던 대부분 꽃은 내 방에서 사라지고 없다. 꽃을 받았다는 것만 사진을 통해서 기억할 뿐이다. 어떤 꽃이었는지, 어떤 향기가 났는지 떠오르지 않는다. 의외로 몇 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가지고 있는 건 애초에 향기가 없던 조화다.

난 생화보다 조화를 더 좋아한다. 생화는 향기롭지만 빨리 시들어버린다. 조화는 변함이 없다. 난 무언가 변해버리는 게 싫다. 사람도 꽃도 변하면 결국 변질된다. 물론 좋은 변화도 있다. 성장은 좋은 변화다. 다만 성장과 변질은 다르다. 둘 다 변한다는 점은 같지만 그 끝이 다르다. 변질의 끝은 처참하다.

사람은 늘 변한다. 마음도 늘 변한다. 그래서 때로는 허탈하다. 지금 웃고 함께하더라도 미래에 어떤 이유로 관계 틀어지기도 한다.

누구든 풋풋한 짝사랑을 한 번 즘 하는 그런 어린 시절에 몇 명 이성 친구들이 나를 좋아해 주었다. 빼빼로 데이 때 인형과 초쿄릿을 한가득 받아오곤 했다. 이 사람이 나를 좋아한다, 저 사람이 나를 좋아한다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그래서 가끔 여자 친구들한테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되기도 했었다.

나는 열 손가락으로 나를 좋아해 주는 이들을 셀 수없을 만큼 갑자기 늘어나버린 관심과 인기가 부담스러웠다. 그 마음을 다 받아줄 수 없는데 거절해야 하는 것도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아니 서로 다 친구이면서 어떻게 같은 사람을 좋아할 수 있을까, 남자 세계에서는 좋아하는 사람을 공유하는 게 아닐까 의심하기도 했다. 적어도 그때 당시에는 나를 향했던 설렘이 하루아침에 무관심과 미움으로 변질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들도 나도 마음이 여리고 서툰 어린 친구였다.

우르르 내게 몰려와서 그렇게 각종 선물을 주며 나를 좋아한다고 고백해 놓고, 다시 우르르 다른 아이에게 가버렸다. 유행에 민감할 나이 때는 좋아하는 대상도 유행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나를 좋아해 주었던 것도 한낱 유행이 아니었을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런 것 같다. 물론 그중에 나를 진심으로 좋아했던 친구도 있었겠지만. 많은 여자 지인이 가끔 그 날을 회상하며 내게 이야기한다, 그때 당시 인기가 많아서 좋아겠다고. 나는 진심으로 좋지 않았다고 대답한다. 인기 그거 아무것도 아니라고. 한낱 번쩍하고 사라지는 불빛과 같았다고 이야기한다. 오히려 상처로 남은 추억이었다.  

사람의 마음이 쉽게 변한다는 걸 너무 어렸을 때부터 알아버렸다. 한두 명도 아니고 대다수가 어떻게 하늘에 있는 별을 따 줄 만큼 고백해놓고 마음이 변할 수 있지. 아직도 누군가가 나를 좋아해 주어도 나는 제일 먼저 그 말에 책임질 수 있는지부터 묻고 싶다.

사람은 변한다. 마음도 변한다.
그러나 마음을 준 대상과의 관계만큼은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사람의 심리가 있다.
늘 변화하는 사람을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인간관계 속에 넣으려고 하니 힘든 것이다.
그래서 인간관계가 어렵다. 아무리 마음을 쏟아도 시간이 오래 지내도 그 끝이 변화과 될 수도 있고 변질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끝을 보고 선택한다.
그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배웠다.

그러나 인간관계에서는 변해버리는 사람으로 인해서 끝을 감안할 수가 없다. 마음과 관계가 변질되지 않게 노력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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