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맛이 나는 해산물을 잘 못 먹는다. 바다 냄새가 심한 굴은 더욱 꺼려진다. 당연히 제주 여행 때 해산물과 거리가 먼 음식 위주로 계획했었지만, 동선을 변경하는 바람에 계획에 없던 해산물이 나오는 지중해 전문집에 예약해서 동생과 브런치를 먹으러 그곳으로 갔다.
비린내가 나는 생선 요리도 있고 담백하고 맛있는 생선 요리도 있지만, 물고기는 평생 바다에서만 살다가 잡혔기 때문에 어떤 수단과 방법을 써도 바다 맛을 아예 없앨 수 없다고 지인이 말해주었다. 그 말에 아주 공감하며 해산물 대신 치킨 먹으러 갔었던 기억이 난다.
생선 하나를 굽는다고 해도 비린내를 잘 잡은 요리는 바다 냄새가 나도 맛있는 요리가 되지만 비린내 잡기에 실패한 요리는 바다 비린내가 나서 먹지 못한다.
동생과 도착한 식당에서 제일 먼저 나온 것이 전복과 감자가 가득 담긴 전복 수프였다. 비린내가 날까 봐 걱정이 됐지만 수프는 만족스러웠다. 깔끔히 수프를 다 먹고 전복만 남았는데, 그것을 한 입 먹으며 처음으로 제대로 된 전복 음식을 맛본 순간이었음을 알게 됐다. 여태 제대로 된 해산물을 먹지 못했다는 걸 인지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해산물은, 특히 물고기는 일생을 바닷속에서 살았기 때문에 어떻게 해도 바다 냄새를 없앨 수가 없다. 그 바다 냄새를 억지로 없애려 하면 물고기의 맛을 다 없애니 물고기 먹는 보람이 없어진다.
이처럼 사람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일생 살아온 세월이 있기에 자기만 가진 성분의 냄새가 있을 것이다. 그 냄새를 아예 없앨 수 없다. 살아온 방식으로 인해 생긴 특성과 성격 중 분명 비린내처럼 안 좋은 것도 있을 것이다. 그것을 싹 없애면 좋겠지만, 물고기에 벤 바다 맛처럼 아예 없애지도 못하고 모조리 없애 버리면 그 사람만이 가진 맛을 낼 수도 없게 된다.
인생을 요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개성이 비린내로 남느냐 아님 멋진 바다 향기로 남느냐가 좌우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