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모든 흘러간 인연을 위하여
"좋은 인연을 많이 만나길 바랄게."
한 사람을 중심으로 돌아가던 나의 우주의 축이 멈춰 서던 순간, 나는 그에게 나를 위해 기도해 달라고 말했고 그는 그렇게 대답했다. 마지막 치고는 너무 상투적인 말이 아니냐며 철없던 나는 조금 서운해했고 지나치게 어른스러웠던 그는 담담한 말투로 이게 내가 너에게 해줄 수 있는 전부,라고 말했던 것 같다.
나의 전부여야만 했던 그에 대한 기억을 다만 어린 날의 풍경으로 남길 수 있을 만큼의 시간을 지나, '인연'이라는 말에 흔들리는 순간이 되어서야 나는 그 오래된 말이 가진 무게를 실감한다. 매일 부딪는 사람의 무게에 숨 조이는 때가 되어서야 나는, 스스로의 힘으로 서 있다고 믿었던 내 자신이 실은 모든 인연에 빚지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그제야 다른 이의 인연을 위해 빌어준다는 것은 얼마나 커다란 일인가를 느낀다.
우리가 지금까지 놓여 왔던 시간과 공간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인연들을 마주해왔던가. 그리고 그 모두는 얼마나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났던 것인가. 스쳐지나간 인연의 빛깔이 찰랑거리는 그 모든 순간, 나는 그들이 남긴 자욱들에서 다시금 그들의 향기를 떠올린다. 아주 오랜 시간 서로의 곁을 지키거나, 혹은 다시는 마주하지 못할지언정, 그 모든 인연들은 제각자의 향기로 서로의 곁에 머물면서 서로의 삶을 조금 더 풍족하게 만들어줄 것임을 믿는다.
그렇기에 이 글은 나의 삶에 들어와 꽃이 되어 주었던, 모든 이들에게 바치는 헌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