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매거진의 글은 PUBLY와 함께 진행한 [자본과 의미가 만나는 곳, SOCAP] 프로젝트와 관련한 콘텐츠입니다. SOCAP (Social Capital Markets)은 임팩트 투자와 관련하여 샌프란시스코에서 매년 열리는 컨퍼런스입니다. 2016년 SOCAP 및 임팩트 투자와 관련한 디지털 레포트가 궁금하신 분들은 '이곳'에서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본 글은 [자본과 의미가 만나는 곳, SOCAP] 프로젝트의 세 번째 미리보기 글입니다. (PUBLY 원문)
아시아는 부가 축적되고 경제가 발전하는 신흥 시장이면서 동시에 가난, 불평등과 같은 사회문제가 많이 존재하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부의 분배와 사회문제 해결의 방식으로서 임팩트 벤처, 투자에 점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많습니다.
아래 TED 영상을 통해 아시아 지역 내 부의 격차가 얼마나 심한지 그리고 그 문제를 자본주의와 자선이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보실 수 있습니다. 연사인 Durreen Shahnaz는 사회적 기업들이 효율적으로 성장 자금을 유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투자 플랫폼 Impact Investment Exchange Asia의 설립자입니다.
* 참고 영상: Durreen Shahnaz: How capitalism and philanthropy can collaborate
이런 흐름에 걸맞게 2016 SOCAP에선 일본과 인도, 아프리카 등 특정 국가 혹은 한 지역의 임팩트 투자 상황을 다루는 세션이 진행됐고, 그 중 'Impact Investing in Asia'에 참석했습니다.
세션 연사는 5명이었습니다.
글로벌 임팩트 투자회사 D3쥬빌리의 이덕준 대표
임팩트 투자자들의 글로벌 커뮤니티인 Toniic의 이사회 멤버인 Shalaka Joshi (모더레이터)
일본 게히코 대학원에서 사회적 기업과 임팩트 투자를 연구하는 So Sasaki
미국-중국 간 사회혁신의 교류를 촉진하는 포럼, US-China Social Innovation Forum의 Bin Li 대표
데이터 사이언스와 사회과학을 결합해 사회적 가치를 분석, 측정, 예측하는 데이터 분석 기술과 방법론 개발하는 회사 Shanzhai City의 Tat Lam 대표
한국과 중국, 일본, 인도의 각 패널들이 자국의 임팩트 투자 및 벤처 현황을 소개했습니다. 이들의 강연과 질의응답 내용을 아래 국가별로 정리했습니다.
(1) 사회적 기업가(Social Entrepreneur)
한국은 사회적 기업가에 대한 정부 지원 및 투자 관련 상황은 긍정적이지만, 문화적인 이해도는 낮은 상황이라고 평가받습니다. 톰슨 로이터 재단(The Thomson Reuters Foundation)과 독일의 도이체방크(Deutsche Bank), 영국의 소셜벤처 및 기업가 중간지원단체 언리미티드(UnLtd), GSEN(The Global Social Entrepreneurship Network)이 발표한 The Best Countries to Be a Social Entrepreneur 2016 설문조사에서 한국의 순위는 전체 7위였습니다. 주요 항목에 대한 개별 순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Government policy supports social entrepreneurs(정부 정책은 사회적기업가들을 지원한다) : 1위
It is easy for social entrepreneurs to access investment(사회적기업가들이 투자를 받기가 용이하다) : 7위
It is easy for social entrepreneurs to attract staff with the reqired skills (사회적기업가들이 필요한 실력을 가진 직원들을 유인하기가 용이하다) : 26위
The general public understands what social entrepreneurs do(사회적기업가가 하는 일에 대한 대중들의 이해도가 높다) : 16위
Social entrepreneurs can make a living from their work in my country(나의 나라에서는 사회적기업가들이 그들의 사업을 통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 : 30위
Social entrepreneurship is gaining momentum(사회적기업 분야는 차츰 탄력이 붙고 있다) : 41위
(2) 투자 상황
한국은 고용노동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인증하는 '사회적 기업 인증' 제도를 통해 현재 약 1,600여 개가 넘는 기업을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한 국가입니다. 이중 고용노동부는 2011년과 2012년 모태펀드에 25억을 출자, 현대차그룹과 SK행복나눔재단, 미래에셋벤처투자 및 삼성화재해상보험 등 민간 출자 참여를 더해 42억 원, 40억 원의 펀드를 조성*하였습니다. 쿨리지코너인베스트먼트에서 운용하는 'CCVC 소셜벤처 투자조합'도 있습니다.
* 관련 언론 보도 '죽음의 계곡' 단비 된 미래에셋 사회적기업 펀드-누적수익률 36~82%(2011·2012년 이후)…창업지원 성공모델
또한 수도 서울은 아시아 최초로 민간 자본 11억 규모의 사회성과연계채권(SIB: Social Impact Bond)을 유치하였고, 그룹홈에서 생활하는 경계선지능(지능 71~84) 어린이를 위한 교육 사업에 투자할 예정입니다. 사회성과연계채권은 민간이 공공사업에 투자하고 목표한 성과를 달성하면 정부가 예산으로 투자 원금과 추가 수익을 지급하는 새로운 형태의 투자 방식입니다.
정부 주도의 인증 제도로 투자의 규모를 키우는 모습은 긍정적이지만, 이로 인해 '사회적 기업'에 대한 정의가 제한적으로 이해되기도 합니다. 인증 요건을 살펴보면 '신청 기업의 주된 목적이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지역사회에 공헌함으로써 지역 주민의 삶을 높이는 등의 사회적 목적을 실현하는 데 있어야' 합니다. 기업을 정의하고 성과를 평가함에 있어서 그 기업이 만드는 서비스와 상품의 시장성도 함께 고려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착한' 소비, '따뜻한' 일자리를 제공하는 복지의 대안으로 먼저 보게 됩니다. 감정이 담긴 아름다운 수식어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회적 기업이 돈을 벌어도 괜찮은가요?'라는 오해를 받기도 합니다.
일본은 지역 중심의 신용협동조합(Credit Union)이 활발하며 사회적 기업과 임팩트에 대한 정의가 다양하게 인정받는 나라입니다. 하지만 일본의 문화 특징상 젊은 세대들이 창업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 투자할 만한 사회적 기업과 기업가가 많지 않은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투자자들 역시 새로운 형태의 위험 요소를 부담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있어 임팩트 투자 생태계를 크게 성장시키는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중국은 부호와 투자 기관들이 임팩트 투자, 사회 변화를 위한 비즈니스에 대해 조금씩 관심을 보이고 있는 단계입니다. 특히 기술 기반의 혁신 기업들은 투자를 받기에 용이한 분위기라고 합니다. 다만 아직 섹터별, 기관별 협력보다는 각각의 기관들이 각자 업무를 수행하는 형태로 파편화되어 있는 상황이나, 사회적 기업 관련 협회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합니다.
중국 측 패널 중 한 명인 Bin Li는 국경과 섹터를 넘어 다양한 형태의 협업을 촉진하고자 US-China Social Innovation Forum을 창립, 지난 9월 첫 번째 포럼을 이곳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했습니다.
인도에서는 The Real Deal이라는 임팩트 투자 리얼리티 쇼가 올 3월에 방영됐습니다.
* 프로모 영상: NDTV - The Real Deal - Promo | Ketto
The Real Deal은 12명의 기업가와 5명의 투자자가 출연해 사회적기업가에게 요구되는 역량을 증명하는 도전 과제를 수행하고 우승자를 가리는 포맷입니다. 사회적 기업, 임팩트 투자를 TV 쇼에 접목하여 방영함으로써, 가정에서 이 용어들을 친숙하게 사용하고 듣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현재 내년 시즌을 준비 중이며,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힌두어로 제작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 관련 언론 보도)
각 패널들은 개별 국가의 발전을 넘어 아시아라는 지역 안에서 함께 창출할 수 있는 임팩트의 중요성도 언급했습니다. 기존 SOCAP 컨퍼런스 뿐 아니라 멕시코 칸쿤에서 열리는 Opportunity Collaboration이나 유럽 기반의 임팩트 투자자 커뮤니티인 PYMWYMIC (Put your money where your money is community)의 연례 모임인 Impact Days 등의 행사가 있지만, 아시아 지역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모임은 많이 없습니다.
때마침 D3쥬빌리는 11월 3일에서 5일까지 제주도에서 아시아+글로벌 임팩트 투자 포럼인 D3 Impact Nights를 개최합니다. 아시아 임팩트 투자 리더와 벤처 대표들을 모아 아시아가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그 가능성과 과제를 살펴보고 중국, 대만, 싱가포르, 일본 등 각 국의 현황뿐 아니라 글로벌 사례를 나누는 시간이 될 예정입니다. 이러한 노력들을 통해 서로의 정보와 경험이 축적된다면, 국가를 넘어, 지역, 그리고 전 세계에 걸쳐 임팩트가 확장되는 기회가 생기리라 생각됩니다.
SOCAP 현장 곳곳에서는 한국인 참가자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습니다. 이 분들과의 만남을 통해 국내 임팩트 투자에 대한 이야기를 엿볼 수 있어 본 글에 함께 담습니다.
SK행복나눔재단은 사회적 기업과 관련하여 크게 3가지 사업(사회적기업 모델 개발/사회적기업 발굴∙육성∙투자/사회적기업가 양성)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사회공헌재단입니다. 2015년을 기준으로, 17개의 기업과 4개의 투자 조합에 총 60여 억 원을 투자했고, 아시아 벤처 자선가들의 컨퍼런스인 AVPN (Asia Venture Philanthropy Network)의 회원사로 2013년부터 활동해왔습니다.
서창훈, 유승제 두 매니저에게 SOCAP의 특징을 물었습니다. 두 분은 지난 5월 홍콩에서 열린 AVPN 컨퍼런스에 참가한 후 PUBLY에서 '2016 AVPN 컨퍼런스 in HK' 프로젝트의 저자로 참여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다른 지역에서 열린 행사의 리포트를 발행하셨던지라, 비교해서 답변을 요청했습니다.
멤버십 기반으로 운영되는 AVPN은 조금 더 친밀하고 가까운(Closed) 느낌의 커뮤니티라면, SOCAP은 다양한 국적과 배경의 사람들이 서로 모여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자유롭고 열린 '시장'이라는 점이 가장 크게 달랐습니다. SOCAP에 참여하는 많은 사람들이 네트워킹을 위해서 이렇게 기꺼이 돈을 쓰는 부분도 놀라웠습니다.
(서창훈∙유승제 SK행복나눔재단 매니저)
이밖에 SOCAP 참가자들이 소득과 교육 등 다양한 영역에 만연해 있는 불평등을 줄이기 위한 해결책으로서 임팩트 투자와 사회적 기업을 인지하며, 기관 투자 뿐 아니라 밀레니얼 세대나 가족 재단과 같이 개인 투자 측면에서도 임팩트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 그리고 임팩트 평가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더 나은 측정 방법을 발전시키고 있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임팩트 평가에 있어서 SK행복나눔재단 역시 그 중요성을 인지하고 기업가의 참여를 다양한 형태로 독려하고 있습니다. 임팩트 투자 공모전에 선발된 기업을 대상으로 'IR 캠프'를 진행하여 투자 유치 전부터 기업의 핵심 임팩트 지표를 함께 도출하고 이를 측정하도록 지원합니다. 그리고 투자 결정 후 계약서에 재무적 성과, 사회적 성과의 경영 목표를 정하고 이를 달성하는 경우 이자율, 배당률에 있어서 약간의 인센티브를 제공합니다.
사회적 임팩트를 어떻게 측정할 것인지 방법론도 중요하지만, 기업 스스로 자신의 비즈니스가 창출해내는 임팩트를 지표화하여 관리하고 비즈니스의 주요 결정에 활용하는 '실제 적용'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하지만 비즈니스가 성장하다 보면 그 가치와 중요성을 쉽게 잊어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SK행복나눔재단은 투자자의 시각과 방식으로 투자 포트폴리오 회사들에게 사회적 임팩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는 초기에 임팩트 투자 생태계를 성장, 발전시키는데 도움이 되는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KOICA는 1991년 국제협력을 목적으로 설립된 외교부 산하의 준정부기관입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민간부문과 협업하여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일회적이고 일방향이었던 KOICA의 원조 사업이 변하고 있습니다.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과 기업인을 돕기 위한 CTS(Creative Technology Solution) 프로그램이 대표적입니다. 기업가가 개발도상국에서 나타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혁신 기술 사업 모델을 제안하면 씨드머니를 주고, KOICA의 지역 사무소 및 글로벌 파트너들을 활용하여 멘토링, 네트워킹, 사업 연계 기회를 제공합니다.
KOICA는 2015년 CTS 1기 기업 10곳을 선정했는데요, 그 중 오비츠와 트리플래닛 두 곳은 제가 소속된 D3쥬빌리도 투자한 회사였습니다. 오비츠는 소형 검안기를 개발하는 기업으로, 누구나 쉽고 저렴하게 시력 검사 서비스를 받아 안과 질환을 사전 예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적입니다. 나무 심는 기업 트리플래닛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으로 자금을 모아 숲을 조성함으로써 환경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회사입니다.
KOICA는 이밖에 민간 재원과 전문성을 활용하여 개발도상국 주민을 생산자, 고용자, 소비자 등으로 포용하는 '개발도상국 주민 비즈니스 기회창출 프로그램' IBS(Inclusive Business Solution)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위 두 프로그램에서 알 수 있듯이 이제 KOICA의 목표는 기업이 문제 해결의 주체가 되어 지속가능한 성과를 만들어내도록 돕는 것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또한, 개발도상국 내 중소 비즈니스를 활성화하여 수혜국 구성원들을 직접 경제 주체로 포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개발도상국의 BoP(Bottom of Pyramid: 소득계층의 최하위에 있는 연간 소득 3,000 달러 미만의 저소득층)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비즈니스의 경우 시장 가능성과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시장은 40억 명, 5조 달러의 시장 규모로 향후 주목할 next market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 출처: The Next 4 Billion, World Resources Institute)
이에 따라 각국의 국제개발기관에서도 임팩트 비즈니스와 투자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국제개발처인 USAID(U.S Agency for International Development)의 경우 임팩트 투자 기관이자 엑셀러레이터인 Village Capital이 운용하는 펀드의 운영비(Operation Cost) 명목으로 260만 달러를 후원하였습니다. 또한 글로벌 임팩트 투자 네트워크인 GIIN(The Global Impact Investing Network)의 교육 및 리서치 활동에 록펠러재단과 함께 200만 달러를 후원하였습니다.
일본의 Orinus Partners는 개발도상국 내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발굴하여 컨설팅하고 성장을 지원하는 기관입니다. 동시에 일본 기업들에게 개발도상국 내 신규 사업 및 투자 기회를 연결합니다. Orinus Partners는 JICA(Japan International Cooperation Agency)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개발도상국 내 스타트업 지원 사업에 함께 임하고 있습니다.
임한나 대리는 KOICA 민관협력사업 담당자로 직원 단기 연수 기회를 활용하여 이번 SOCAP에 참석했다고 말했습니다. 개발도상국형 임팩트 벤처들의 사업 모델과 해외 기관들의 협력 사례 등을 살펴보면서 KOICA가 앞으로 할 수 있는 영역과 협업 파트너들을 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