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터덜 터덜’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걸음걸이다. 종일 숨도 쉬지 않고 일했다. 일 한 만큼 보람이 있다면 참 기분 좋은 발걸음일 텐데, 어째서 회사에서 종일 일하고 나면 이렇게 팔다리가 축 처지 고무 언가 나를 미친 듯이 흔들고 지나가버린 기분인 걸까? 쉽게 말해서 ‘털린’ 기분.
이유는 단 한 가지겠지. 자본이 나를 지배하는 것이고, 나는 나를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를 위해 일하는 거니까. 아무리 내 가 하고 싶은 일을 위해서 돈을 번다고 한들, 책임감과 의무감만이 가득한 시간이 행복할 수 있는 가능성은 아주 많이 낮을 수밖에.
희망적인 글을 쓰고 싶고, 희망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렇지만 사실은 그런 행복한 날보다 행복하지 않은 날들이 훨씬 많다는 걸. 이건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 모두 마찬가지일까 –
누군가에게 기대어 힘든 일들을 털어놓고 싶지만, 요즈음에는 모두가 다 힘든 것 같다. 아니 어쩌면 정신없이 이런저런 사건 들로 하루를 보내는 그들에 비해서 나는 오히려 힘들지 않은 걸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누군가에게 털어놔볼까 하고 핸드폰을 뒤적뒤적거리던 엄지손가락의 움직임이 둔해지고 또다시 멍한 표정으로 문이 열린 지하철을 나서며 텅 빈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옮긴다.
터덜 터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