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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틀 Nov 03. 2021

나의 네 번째 글쓰기

요즘 쓰는 글은 4 종류다. (좀 많네.)


첫 번째는 알고리즘에 적합한 홍보용 글이다. 먹고사는 일이다. 사람들이 찾는 키워드가 뭐였더라? 어떤 키워드 조합으로 제목을 만들어야 하지? 사람들이 클릭할만한 제목은 무엇일까? 키워드는 본문에서 몇 번이나 반복해야 할까? 1번? 2번? 3번? 다 쓰고 나서는 내가 원하는 키워드가 원하는 숫자만큼 반복되었는지 Ctrl+F로 찾는다. 이 글은 매일 오후 혹은 저녁에 쓴다. 매일 써야 하므로 사람들 관심사를 찾아 인터넷 서핑도 열심히 해야 한다. 요즘 가장 시간을 많이 쓰는 글쓰기다. 매일 2가지 글을 발행해야 하므로 3시간 정도 소요된다.


두 번째는 오마이뉴스 기사 칼럼이다. 낀 40대의 이야기를 다룬다. 2주에 한 번 마감을 하고, 오랜 시간 글을 같이 썼던 글벗들과 연재하는 칼럼이다. 2주에 한번 주제를 정하고 각자 발제를 하고, 나의 시각과 의견을 담기 위해 노력한다. 제목은 대충 정한다. 어차피 편집부에서 제목은 수정한다. 클릭률을 높여야 하니까. 이 글은 주말에 몰아서 쓰는 편이다. 마감이 닥쳐 쥐어 짜내듯 글을 쓰지만, 중간중간 떠올리는 문장들을 메모했다가 사용한다.


세 번째는 소설이다. 소설가는 미래의 꿈이다. 매일 새벽마다 쓰지만, 진도가 잘 나가지 않을 때는 다른 글을 쓴다. 첫 번째 혹은 두 번째, 네 번째 글을 쓴다. 사실 10월에 소설은 휴식기였다. 첫 번째 글에 적응하느라 새벽까지 온통 시간을 쏟아부은 탓이다. 그러다 9월 초에 마무리했던 단편소설 퇴고를 위해 최근에 다시 꺼냈는데, 이런 수준 낮은 글이라니... 부끄러워서 어디 내놓을 수가 없네. 그리고 천천히 다시 쓰기 시작했다. 퇴고가 아니라 다시 쓰는 느낌. 이 글은 새벽 6시부터 7시까지 1시간 동안 쓴다. 주 5회인데, 진도가 안 나갈 때는 주 2회~3회도 된다. 그러니까 일주일에 2~3시간 쏟는다는 이야기.


 번째는 일상 글쓰기다. 브런치와 네이버에 가끔 쓰는데, 여기는  편하게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쓴다. 누군가에게 맞추거나 보여주기 식의 글이 아니라  감상과 느낌을 쓰고, 때로는 삐치고 어려움을 토로하는 글이다. 쓰고 보니 감정의 쓰레기통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이런 과정이 없으면  번째,  번째,  번째 글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브런치에는  2~3. 네이버에는 열흘에   정도. 원래는 네이버에 매일 일상 글을 썼는데 공간을 옮기고 빈도를 줄였다.  번째 글쓰기를 위해서다.


그러고 보니 막내 격인 네 번째 일상 글쓰기가 나를 부양하고 있는 느낌이다. 여러 분야의 글쓰기를 하다 보니 온오프 스위치처럼 클리어하게 뇌가 작동하지 않는다. 손가락도 그렇다. 특히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가 그렇다. 온오프 스위치를 작동시켜야 할 때마다 중간계를 건너듯 네 번째 일상 글쓰기를 쓴다. 편하게 뇌와 손가락을 작동시킨 다음에 다른 글을 쓴다.


네 번째 글쓰기가 꼭 필요한 지점이 또 있는데, 아주 오랫동안 네 번째 글을 쓰지 않으면, 내 감정이 종종 우울모드로 들어간다는 것이다.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글쓰기도 나름 내 감정을 담고, 나를 보살피는 글이지만, 조금은 정제된 이야기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과정을 거친다. 그에 반해 네 번째 글쓰기는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를 드러낸다. 물론, 여기에도 남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을까 자기 검열을 하긴 하지만, 아주 기본적인 태도를 제외하면 자유롭게 쓰는 편이다. 이 자유로움이 내 감정과 느낌을 잃지 않게 해 준다. 이 감각을 잃고 싶지 않다.


그래서 이번 글은 몇 번째 글이냐고? 당연히 네 번째 글이다. 알고리즘 눈치를 보지도 않고, 퇴고도 거치지 않는다. 맞춤법 검사를 하는데도 종종 오타가 있고, 띄어쓰기가 잘못되어 있다. 부끄럽게도 비문도 섞여 있다. 하고 싶은 말도 많고 부연설명도 많아서인 것 같다.  '글 쓰는 사람이 그래서 되겠어?'라는 생각이 종종 들지만, 4 개 중 하나는 그냥 좀 봐주면서 편안하게 쓰고 싶다면 욕심이려나.  


오늘의 7시가 끝났다. 이제 편안한 글을 마치고, 첫 번째 글에 대한 고민이 이어질 것이다. 휴식 같은 네 번째 글쓰기에 감사의 인사를! 미처 다듬어지지 않은 글을 읽어 주시는 독자분들께도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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