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감성적인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슬픈 영화를 봐도 딱히 그때의 감성에 연연하지 않는다. 그런데, 나에게 간접적인 영향을 미친 한 사람에 의해 이렇게 잠 못 들게 될 줄은 몰랐다. 지금 잠을 한 숨도 못 든 채 컴퓨터를 다시 켰다. 그러니까, 12월 18일. 김종현이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이것 외에 어떤 말을 해야 할까. 죽었다고 말하긴 싫다. 그러니 세상을 떠났다고 하자. 아깐 너무 가슴 떨리고 손이 떨리고 그냥 생각이 정지되었었는데, 이제 다시 회복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문득 글을 남기고 싶다. 좋아하던 사람들, 데이비드 보위, 알란 릭맨, 로빈 윌리엄스, 안톤 옐친. 많은 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 사람들. 그들이 세상을 떠났을 땐 슬프긴 했지만 이렇게나 슬프지는 않았었다.
잠이 안 오는 순간, 이불속에서 눈을 감으면서도 뜨고 있을 때 수백 번이고 이런 생각만 들었다. 왜 죽었을까. 왜 그래야만 했을까. 삶이 그렇게 힘들었나. 많은 생각이 스친다. 김종현이라는 사람을 알았던 지난 9년 정도의 세월이 스쳐 지나간다. 지금 그의 노래를 듣고 있는데, 모든 걸 진심으로 썼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그저 노래 진짜 잘 쓴다. 노래를 어떻게 저렇게 하지? 이렇게 생각했는데, 죽은 뒤 그의 노래를 듣고 있는 지금, 그가 온전히 진심을 노래에 담았다는 사실만은 알 것 같다.
나는 나의 학창 시절과 대학시절, 힘들 때나, 행복을 찾고 싶을 때나, 의지를 잃었을 때면 당신을 쉽게 찾아보면서 힘을 냈었는데, 당신은 당신의 행복을 찾기 위해 의지할 이가 누구도 없었구나. 싶다. 나는 샤이니의 종현이자, 그냥 김종현 때문에 많은 것에 대한 힘을 얻었었는데. 가치관 형성에도, 학창 시절 공부에 의지가 없을 때도, 내가 힘들던 어떤 때에도, 그의 노래를 듣고 힘을 냈고, 그의 말을 듣고, 그의 사진을 보며 힘을 낼 수 있었는데.
그는 90년생이다. 나보다 고작 다섯 살 많은데. 너무 젊은 나이다. 아니, 어린 나이라고도 생각한다. 스물여덟 살밖에 안되었는데. 당신은 이젠 영원한 스물여덟이 되겠구나.
얼마나 힘들었길래, 처음의 현실 부정 이후 든 생각은 그거였다. 도대체 얼마나 힘들었길래 이런 선택을 한 거지..? 그 밝은 웃음 뒤에 어둠을 필사적으로 숨기고 있었구나.
어렵다. 너무도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한 번도 마주 보지 못한 타인인데, 나는 그 타인을 끊임없이 생각하고 있다. 타인의 죽음을 보고 수없이 많은 생각들에 잠겨 잠을 이루지 못한다. 이렇게 힘들어하는 타인들에 대해 이해할 수 없었는데, 지금은 이해가 된다. 나에게 그는 타인이 아니었다. 그는 내 인생에 많은 부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던 사람이다.
수고했어요. 고생했어요. 아직 당신을 보낼 준비가 되지 않았지만, 노력해볼게요. 당신의 우울을 사랑해서 미안해요.
나는 일상 속으로 돌아갔다가도 어느 순간 다시 당신을 찾아봐요. 나는 내일이 시험이라서 시험 준비를 해야 하는데 내 시선의 반쯤은 당신에게로 가있네요. 내 삶의 많은 부분을 당신이 차지했었는데. 마음이 무거워요. 나는 왜 노래를 들으면서도 당신이 힘들다는 걸 몰랐던 건지. 그저 당신의 재능만을 사랑했던 건지. 힘들었죠. 너무너무 힘들었죠. 미안해요.
당신이 어떤 선택을 했든, 이제 받아들일게요. 행복해질 거라고 했죠. 거기선 행복해야 해요.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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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인지, 다음 날 새벽쯤에 쓴 글. 그날 썼지만 발행은 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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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나는 종현이가 보고 싶지만 그때와 같은 힘든 감정은 아니다. 이제는 종현이의 옛날 노래나 영상을 찾아보면서 우울한 감정보다는 맞아 그때 행복했지, 종현이는 이런 생각을 했었지, 와 같은 생각으로 화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 나는 사람들이 그를 우울함으로 기억하지 않길 바란다.
샤이니의 앨범이 2년 반 만에 나왔다. 6집에서 멤버들이 그를 추모하는 느낌이 들었다면, 7집에서 멤버들은 그 날을 이겨가는 것 같다. 팬들은 6집 활동이 멤버들의 치료제이자 팬들의 치료제였다는 말을 하곤 한다. 그 활동으로 버텨왔다는 팬들도 있고. 모두가 힘들었겠지만 샤이니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지만 버텨왔고, 또 오랜 시간 끝에 7집이 나왔다. 이게 바로 치유와 동시에 성장의 과정인 것 같다.
올해도 나이가 먹은 나는 아직 종현보다 나이가 어리다. 우리의 나이 간극은 조금씩 좁혀지고 있다. 사실 많이 좁혀졌다. 내년이면 나도 스물 여덟살이 된다. 몇년 전만 해도 스물 여덟이면 되게 성숙하고 마냥 나이가 많아보였는데 지금 막상 내가 그 나이가 될거라고 생각하면 그리 많은 나이도 아닌 것 같다. 지금의 나는 아직 선생님이 되지도 못했고, 생각도, 행동도 성숙하다고 할 순 없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내가 12월 18일의 기억 속에서 벗어난 걸 보면, 아마 성장이라는 걸 한 것도 같다. 그 이후로 많은 경험을 한 것도 아니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버텨왔고, 살아왔고, 지금 여기에 있다.
삼년 넘게 구석에 고스란히 남겨두었던 글을 이제야 꺼내본다. 종현의 따뜻한 겨울을 들으며 글을 마무리한다. 그 해 겨울에 이 곡을 들을땐 눈물이 날 것 같았는데, 지금은 너무도 따뜻한 기분이 든다.
이 글의 제목은 추모였다. 이제 다시 완결짓는 이 글의 제목을 바꾸어 써 본다. 언젠가는 모두들 함께 웃으며 종현을 추억할 수 있길 바라며.
https://www.youtube.com/watch?v=1Qkp8aipbx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