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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바닥 Apr 14. 2017

장애를 겪으며

오늘 굉장히 뜬금없는 상황을 겪으며 장애인들이 겪는 무수한 차별에 대해 생각하고, 또 반성하게 되었다. 발단은 어제인데, 학교와 학과 특성상 높이뛰기 수업을 듣는데 나름대로 잘한다고 교수님께 칭찬을 받는 것 까진 좋았다. 그런데 착지할 때 그만 발을 잘못 디뎌 발목을 접질려 버렸다. 그래서 어제 바로 병원을 가서 테이핑을 받고 발목보호대를 사서 하고 다니기 시작했다. 사실 어젠 나 자신이 너무 불쌍하고 비참하고 그랬는데 오늘은 나름대로 기분이 괜찮았다. 어제보단 덜 아픈 것 같기도 하고 또 좀 더 잘 걷는 요령도 터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뜬금없는 상황은 집으로 가는 길에 발생했다. 나 나름대로는 굉장히 힘차게 걸어가고 있던 도중이었다. 신나는 마음으로 버스정류장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는데, 뒤에서 중학생으로 보이는 남학생 무리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 무리가 나를 향해 오면서 나를 몇 번 훑어봤다. 무슨 시선이었는진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 애들은 나를 스쳐 지나가면서 다리를 절기 시작했다. 직감적으로 나를 따라 한다는 걸 알았고, 순식간에 기분이 이상해졌다. 모욕당한 기분이라기 보단, 뭔가 묘한 기분이었다. 문득 진짜 장애인들은 이런 상황을 수백 번도 더 겪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다리가 아예 없거나, 휠체어를 탄 사람들 같은, 진짜 매일 일상에서 고통을 겪는 사람들 말이다. 내가 그들을 볼 때면 무슨 생각을 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다. 불쌍하다, 비참하겠다, 가족들은 어떨까, 이런 종류의, 다들 하는 생각들 말이다. 친한 아이들이 나에게 절뚝이라고 놀리는 것과는 다른 종류의 생각들.


  지금 장애를 겪고 있는 나는 현재 처음으로 지하철 노약자석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다. 다리를 다친 지 이틀도 채 안되었는데도 장애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라는 걸 새삼 다시 깨닫고 있다. 생각지도 못하던 그 상황이 당신에게도 벌어질 수도 있다. 그런 상황이 와야만 당신의 생각이 변화할까. 하지만 나는 당신이 그러진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당신이 남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는 한 인간이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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