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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원 Aug 19. 2021

덕질 한번 해보실래요?

덕질의 이로움


정확히 2021년 7월 3일. 

누군지 밝힐 순 없지만 어느 연예인의 팬카페에 가입했다. 

내 인생 첫 팬카페에서의 덕질은 두 달도 채 안되어 나를 많이 변화시켰다. 



1. 칭찬의 기술


가입한 첫날.

팬들이 올리는 글을 읽고 있으니 나도 뭔가를 올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처음 태블릿으로 그린 팬아트를 올렸다. 사실 팬아트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민망한 그냥 선 따기였지만 당시엔 예쁘다고 생각했기에 자신 있게 올렸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달린 댓글들. 허접한(?) 그림과는 반대로 하나같이 보석처럼 예쁜 댓글들이었다.

너무 예쁘다, 금손이다, 굿즈로 만들어 달라 등 일면식도 없는 사람의 별 볼 일 없는 그림에는 너무나도 과분한 칭찬들이 많았다. 그 어디에도 부정적인 말은 없었다.


그걸 보고 결심했다. 


아, 나도 예쁜 말만 해야겠다

칭찬의 댓글만 써야겠다

리액션을 잘해줘야겠다


그 결심을 한 후부터 되도록 많은 글에 댓글을 달아줬고 좋은 말만 쓰려 노력했다. 아는 사람에게는 절대 못할 닭살 돋는 칭찬들도 덕후라는 부캐를 앞세워 마구마구 해댔다. 그러다 보니 처음엔 어색했던 칭찬이 현실에서도 조금씩 늘어갈 정도로 익숙해지게 되었고 이로 인해 나 자신에게 하는 칭찬도 점차 늘게 되었다.



2. 아침형 인간


카페 글을 읽고 댓글을 쓰는 일은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래서 아예 일찍 일어나서 카페 활동시간을 따로 확보하기로 했다. 


원래 출근시간이 일정치 않아 늦게 일어나는 일이 다반사였지만 카페 활동을 시작한 후론 2시간 정도 일찍 일어나 하루를 맞이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아침 글쓰기 시간 또한 저절로 확보되었다. 사실 일기조차 꾸준히 써오지 않던 내가 글 쓰는 시간을 따로 만들기는 정말 힘들었다. 글쓰기는 매번, 그리고 항상 우선순위에서 밀렸었지만 아침 일찍 일어나면서부터 오전 시간은 브런치에 올릴 글을 쓰는 시간이 되었다. 


아침형 인간이 되자 밤에 저절로 눈이 감겼고 눈을 뜨면 아침일정도로 푹 잔다. 이는 그동안 해오던 일에 방해를 받지 않는 선에서 팬클럽 활동도 할 수 있는 절충안이었고 꽤 긍정적인 결과를 낳는 방법이 되었다.



3. 산책과 사색


연예인을 좋아하게 되면 그 연예인이 하는 모든 것을 따라 하고 싶어 진다. 그가 입은 옷이나 쓰는 향수, 먹은 음식 등 모든 것에 관심을 가지고 할 수 있는 한 따라 하며 동질감을 느끼고 공통점을 가지고 싶어 한다. 나의 경우는 '산책'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걸으며 일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혼자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고 했다. 이 기사를 읽는 순간 나의 옛 기억이 떠올랐다.


나는 어릴 적부터 걷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좀 과장하자면 걷기 시작할 때부터 할아버지 손잡고 여기저기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성인이 된 지금도 나는 걷는 게 좋다.

 

집이나 작업실 가는 길처럼 익숙한 길이라도 주변을 돌아보며 천천히 걷는 걸 좋아하고, 선선한 저녁 나무 냄새, 풀냄새를 맡으며 좋아하는 음악과 함께하는 산책을 즐긴다.    


그런데 최근 몇 년 동안은 산책을 자주 못했다는 걸 깨달았다. 늦은 퇴근 시간 때문이었는지, 이사한 곳 근처에 공원이 없어서였는지 뚜렷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한 3년은 산책을 거의 하지 못했다. 그렇게 살은 점점 쪘고 운동이라곤 숨쉬기만 하는 사람이 되었다. 물론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지만 운동에 대한 의욕을 못 느꼈기에 매일 밥 먹고 누워 티비보는 일을 반복했었다. 


그런 내가 다시 파워워킹을 하고 싶어졌다. 그 인터뷰 기사가(아니 정확히는 나의 연예인이) 내 몸을 일으켰다고나 할까? 


벌써 3주째 파워워킹으로 평균 15,000 보정도 걷고 있다. 살은 한 3kg밖에 안 빠졌지만 탄산음료와 빵, 과자를 끊지 않고 빠진 결과라 나름 만족한다.


산책의 긍정적인 영향 한 가지를 더 말하자면, 산책하면서 사색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글의 소재가 떠올랐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다가 마지막엔 평범한 일상이 특별한 소재가 된다. 지금까지 쓴 글이 많지는 않지만 모두 산책을 하며 떠올린 글들이고 지금 나의 메모 앱에는 꽤 많은 날것의 생각들이 글로 다시 태어나길 기다리고 있다. 



4. 취미


나는 손으로 무언갈 만들고 배우는 것을 좋아한다. 그중에서 관심 가는 건 바로바로 등록해서 배웠는데 캘리그라피부터 마커 드로잉, 유화, 해금 등 다양했다. 사실 지금 하고 있는 일도 배움에서 시작된 것이다. 


보통 취미라고 하면 한 가지를 꾸준히 하는 것이지만 나는 오래 지속하는 취미가 없었다. 모두 수업들을 때만 찔끔찔끔했을 뿐 시간 날 때마다 꾸준히 하는 것은 전혀 없었다. 


그러던 내가 팬아트를 위해 태블릿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수업할 때만 썼던 태블릿을 디지털 드로잉과 캘리그라피를 위해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혼자 음악을 들으며 그림 그리는 것이 즐거웠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틈만 나면 그렸다. 그렇게 매일 조금씩이라도 그리다 보니 실력도 조금씩 느는 것 같았다. 물론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이를 바탕으로 <사진 속 그림 한 조각>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렇게 나의 첫 덕질은 꽤 긍정적인 결과를 낳고 있고 무료했던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혹시 지금 일상이 무료하고 재미없는 삶을 살고 있는가?

삶에 있어 생기와 활력을 잃었다는 생각이 드는가?

뚜렷한 목표가 없고 하루 종일 누워있을 수 있는 주말만 기다리고 있는가?


그렇다면 나는. 당신에게. 덕질을. 권한다.

(물론 부정적인 면도 있다. 이 부분은 다음 글에 이어 쓰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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