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구름달팽이 글쓰기
길을 떠날 때 목표와 방향을 알고 걸음을 내딛는 것은 생각 없이 나설 때와는 그 끝이 천지차이다.
'나는 왜 글을 쓰는가?' 구름달팽이에 올 때, 글쓰기라는 길을 떠나면서 선명한 목표가 내게 있었는가?
뒷걸음질처 더듬어 보면
<내 삶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서>였다.
퇴임 후 굶주렸던 자유와 재미를 쫓다 보니 단순히 하루를 살아내고 존재하는 것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했다.
목적과 가치를 부여하여 마음이 충만해지고 주체적인 일상을 만들고 싶었다.
'어떤 글을 써야 하는가?'
이 길을 떠날 때 알아야 할 방향이었다.
그런데 나는 아직 안갯속에서 허우적거린다. 작가는 독자를 향한 글을 써야 한다는데 아직 난 그 읍소에 어색하다. 그 읍소는 온전히 마음을 열었을 때 가능해질 텐데 그게 어렵다.
독자의 트렌드까지 읽고 독자에게 몰두하고 전념하려면 알을 깨고 새롭게 태어나야 하겠지?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데미안의 주인공 싱클레어가 자신의 성장과 변화에 걸림돌이 되는 구속과 틀을 깨고 나오려고 몸부림치던 그 엄청난 시도를 나도 할 수 있을까?
생각을 열어야 마음을 볼 수 있다. 마음을 들여다 보기까진 긴 복식 호흡이 필요하다는 걸 느낀다. 늘 할 일에 밀려 얕은 들숨날숨으로 잠시 머무르니 그 깊이까지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마음 열어 그 깊은 심연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글쓰기에 걸림돌이 되던 구속과 틀이 조금씩 벗겨지지 않을까?
글쓰기를 제대로 배워 보고자 구름달팽이에 왔다. 같이 배우는 J선생님과 글쓰기 수업에 대해 서로의 고충을 전화로 얘기한 까닭인지 아침부터 이런저런 생각이 꼬리를 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