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텃밭사유

11월의 반추와 김치

김장하기 전 미리 텃밭 배추와 무 맛을 보다

by 아란도

김치가 똑 떨어졌다. 텃밭에서 김장배추를 한 포기 뽑고 무 두 개를 뽑아서 김치를 담갔다.


김장하기 전에 이 김치로 버텨야지! 한다. 문득 이 배추를 김장배추라고 불러야 하나? 가을배추라고 불러야 하나? 겨울 배추라고 불러야 하나? 기준을 어디다 둬야 할지 아리송하다.


김장배추 또는 가을배추라고 불러야 한다고 한다. 가을배추라고 부르는 이유는 심는 시기 기준이고, 김장배추는 김장용 배추이니 목적성에 가까운 명칭인 것 같다.


아무튼 정말 달고 맛나다. 배추보다 무가 더 아삭하고 시원하고 달다. 무만 골라서 먹게 된다. 무 먹고 그다음 배추 무 잎은 미뤄두고.


이번 김장 무는 뻑뻑하지 않고 아삭하다. 물론 배추도 달다. 김장배추 포기가 생각처럼 크게 자라지는 않았지만 올해 배추와 무 농사는 비교적 성공적이다.


날이 차지고 물을 줘야 할 이유도 없으니 텃밭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가는 것 같다. 11월 말이면 올 텃밭 농사도 갈무리된다. 어느새 11월도 중순에 접어들었다. 무엇을 했는지도 모르게 일 년이 다 지나가고 있다.


한 해 한해 시간은 후쩍후쩍 지나간다. 그 안에서 이래저래 바쁘게 때로는 한가하게 지나는 순환의 반복에서 나는 어디쯤에 있는지 문득 살피게 된다.


하루하루가 얼마큼 의미가 있었나? 하는 생각과 함께 나의 순간순간은 또 얼마나 영원처럼 길었는가? 지리한 시간도 즐거운 시간도 달력 앞에서는 다 똑같아진다. 평등해진다. 그 안에 내밀한 자기의 시간만 어딘가를 향해 내달리고 있다. 공평한 시간 안에서의 차이는 그렇게 그 자신의 인생을 이끌고 간다.


11월 말이 되면 텅 빈 공간이 될 텃밭에는 허공의 바람과 하얀 눈만이 주인이 되겠지. 하나의 무대로 변하는 것이겠지. 어떤 꿈을 꿀 것인가.


밥을 하고 김치 담근 후 남은 양념을 넣고 숙주와 무청을 넣고 국을 끓였다. 고춧잎 볶음과 가지찜을 만들었다. 올해 마지막 가지인데 가지찜을 너무너무 푹 쪄버렸네. 그래도 먹어야지! 한다. 냠냠~


무만 골라먹는 재미


제일 작은 포기를 뽑았다
무 두 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