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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거슨 댈리 May 07. 2018

왜 나를 사랑하지 않아 Ep13

#21. 해솔의 원룸/오후

          초인종 소리가 시끄럽다. 급기야 문을 발로 차는 소리까지 들려온다. 

          해솔이 머리를 쥐어뜯으며 괴로워한다.


미옥(E)    얼른 문 안 열어!


          일어나 앉아 하품을 하며 문을 바라본다. 이불을 걷어차고 문을 향해 걸

          어 간다. 못 이기는 척 문을 연다.

          미옥이 화난 얼굴로 밀고 들어온다. 검은 봉지를 앞세우며.


해솔       (짜증)그게 뭐야? 


          미옥이 싱크대 서랍장을 열어 냄비를 꺼낸다. 싱크대에 뒹구는 컵라면 용기를 마구잡이로 정리해서 

            문 옆에 놔둔다. 싱크대를 대충 정리하더니 검은 봉지를 들고 생선 대가리를 붓는다. 


미옥       (찬장을 열며)어젠 뭐 했어?

해솔       뭐 하긴. (머리를 긁으며)요즘은 술만 마시면 아무 기억이 안 나.

미옥       (냄비에 물을 채워 가스레인지에 올리며)가서 소금 좀 사와.

해솔       (배를 긁으며)생선 장수가 소금도 없어?

미옥       (뒤돌아 날카로운 눈빛으로)사오라면 사와! 이놈의 집구석에 있는 게 하나도 없어. 


          미옥이 생선 대가리를 손질한다. 

          해솔이 주섬주섬 청바지에 늘어진 흰 티셔츠를 챙겨 입는다. 


미옥       (쳐다보지도 않고)그렇게 하고 다니지 좀 마.

해솔       안 보고도 다 아네.


          해솔이 나가자 미옥이 방을 둘러본다. 냉장고며 화장실이며 뭔가를 찾는 

          사람처럼 샅샅이 살펴보다 물이 끓어 넘치자 부랴부랴 싱크대로 달려간다.

          대가리를 집어넣으려는데 바닥에 있는 리모컨을 검은 봉지에 집어넣는다.

          (시간 경과)

          해솔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봉지에서 커다란 소금을 꺼내며 미옥의 옆에 선다.


해솔       이 정도 크기면 실컷 쓰겠지?

미옥       (등짝을 후려치며) 아이고 참나. 이거 다 먹으면 죽어서 썩지도 않겠다!

해솔       잘 됐네! 그럼. (등을 만지며) 괜히 때리고 그래.


          미옥이 웃는다. 소금을 넣어 간을 맞춘다. 해솔이 국자를 들어 국물 맛을

          본다.


해솔       엄마! 진짜 맛있어!

미옥       그래? (국자를 잡으며) 나도 줘봐, 나도 맛 좀 보자.


          해솔과 미옥이 다정하다. 


미옥       이제 밥 퍼.

해솔       어? 밥 안 했어?

미옥       에휴. 그래 있을 리가. 있을 리가!

              (밥솥을 꺼내며) 근데 쌀은 있냐?


          해솔이 말없이 고개를 젓는다. 


미옥       아이고 내 팔자야. 얼른 가서 사와 그럼!

해솔       집에 안 가? 

미옥       왜? 너만 먹어? 나는 주둥이냐? 빨리 사와! 잔말 말고.


          해솔이 운동화를 구겨 신고 밖으로 나간다.

          미옥의 눈가에 눈물이 고인다.


미옥       (혼잣말) 오늘은 이렇게 보내면 된다지만 내일은, 또 그 내일은. 





Chris Thornley    -minimal is good - day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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