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the Water While Using Me로 보는 브랜딩 전략
초등학생 때 반장선거에서 자기소개를 할때면 항상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책임감이 강하고, 솔선수범하고, 배려심이 많고, 청소를 잘하고, 부지런하고, 항상 노력하고, … . 그러니까 저를 뽑아주세요!
저의 장점을 최대한 많이 알리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뽑혔던 적이 없었습니다. 매번 낙방하는 바람에 의기소침해져서 반장 생활을 포기하던 중, 고등학생 때 다시 반장선거에 도전했습니다. 이 때 저의 선거공약은 하나였습니다. 바로 ‘소통하는 반장’이었습니다. 당연히 초등학생 때 말했던 필요 없는 형용사들은 제외시켰고, 대신 제가 학급친구들과 담임선생님 사이에서 어떠한 역할을 해줄지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선생님 옆에 착 달라붙어있어서 거리감 있는 보통의 반장들과는 달리, 반 친구들 옆에서 이야기를 들어주는 반장이 될 것을 약속했습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고,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반장이 되었습니다.
제가 이렇게 반장으로 당선될 수 있었던 이유는, 저의 컨셉을 하나로 응축시켰기 때문입니다. 저에 대한 단순한 정보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하나의 명확한 컨셉을 통해 설명했고, 그로 인해 친구들에게 인식시킬 수 있었습니다. 세상의 수많은 브랜드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브랜드의 홍수’시대를 살아가고 있고, 그 사이에서 살아남으려면 명확하고 응축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응축된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제 눈을 한 번에 사로잡은 브랜드가 있었습니다. 바로 STOP THE WATER WHILE USING ME라는 브랜드입니다. ‘나를 사용하는 동안 물을 멈춰주세요’는 일종의 환경 캠페인 슬로건 같기도 하지만 이는 제품 자체의 이름이기도 하고 한 회사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즉 이 3가지를 응축시킨 것입니다. STOP THE WATER WHILE USING ME는 비누, 샴푸, 클렌징 등 다양한 욕실 상품을 제작하는 독일의 오가닉 코스메틱 브랜드입니다. 화려한 프린트이나 제품이 우수성을 알리는 부연설명도 없지만, 위의 사진에서 볼 수 있듯 흰색과 검정색만으로 이루어진 간결한 용기만으로도 어떤 제품보다 시선을 끌었습니다.
STOP THE WATER WHILE USING ME는 주로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제품들을 선보이고, 환경에 무해한 식물성 소재로 재료를 만들고 있으며 상품의 패키지는 재활용 플라스틱을 활용 하고 있습니다. 물론 제품 실험을 위한 동물 실험도 하고 환경보호를 위한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이러한 독특한 문구를 제품 이름으로 지은 이유는 '상품의 목적성을 알리고 생활 속 친환경 캠페인을 유도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즉 제품의 디자인을 생활 속 무형의 가치로 극대화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브랜드 이름은 일반적인 친환경 유기농 제품들과는 분명 차별화되는 시도입니다. 친환경을 표방한 다양한 제품과 브랜드들이 있지만, 주로 재료의 성분을 설명하거나 환경적 유익함을 설명하는데 그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STOP THE WATER WHILE USING ME의 경우는 이 문구만으로 제품과 제작방식을 간단하고 명료하게 설명함과 동시에 물 절약 캠페인 메시지를 동시에 던지고 있습니다. 또한 이를 사회적 캠페인과 연결하고 있습니다. 제품(방식), 마케팅(수단), 소비자(주체)를 하나의 착한 슬로건으로 통합 커뮤니케이션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제품이 가지고 있는 내재적 가치를 극대화 시키고, 환경을 위한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시켰습니다.
현재는 일반소비자뿐만 아니라 호텔이나 리테일러를 대상으로 판매가 이뤄지고 있는데, 여행용사이즈의 1회용품을 맞춤제작하는 방식이 아니라 리필이 가능한 STOP THE WATER WHILE USING ME의 제품(오른 쪽 사진의 마요네즈 통 같은 용기, 최대 5L)을 통해 환경오염을 줄이고, 호텔투숙객 또는 시설이용자들이 물 사용을 줄여나가길 권유합니다. 이는 이 제품을 구매해 사용하는 시설의 이미지와도 연결되어 많은 호텔, 박물관 등에서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지금도 제 책상 위에는 많은 화장품들이 있는데, 대부분의 제품들이 장황한 설명들로 가득합니다.
‘유기농에, 촉촉하고, 윤기 나고, 사용감이 부드럽고, 건조한 피부에 좋고, 화학성분이 들어가지 않고, …….’
마치 제 초등학생시절 반장연설을 보는 듯합니다. 샴푸 하나를 사러 가도 수많은 브랜드들이 향기나 성분 등 너무나 화려하게 자기자신들을 뽐내고 있어서 어느 하나 눈에 제대로 들어오지 않습니다. 이 때 너무나 소박하고 겸손하게 있던 이 제품이 눈에 띄었고, 자세히 알아보니 어떤 타 브랜드의 샴푸보다도 제품자체도, 사회공헌적으로도 훌륭했습니다.
이렇듯 STOP THE WATER WHILE USING ME는 'One Brand One Concept'의 대표적인 예이자, 수많은 브랜드들에게 앞으로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