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게뭐람 Sep 07. 2021

코로나, 보통 놈이 아니다. (1)

무증상으로 넘어갈 줄 알았던 오만함에 대한 반성문.


"나 몸이 너무 아파"




어느 때와 다름없는 8월의 어느 평일,

남편이 컨디션이 좋지 않다며 회사에서 일찍 들어와 쉬겠다고 했다.


그런 날이 있겠거니 하고 원래 잡혀있던 저녁 약속을 느지막이 마치고 집으로 들어왔을 때,

남편은 침대 위에서 이불을 꽁꽁 싸매고 자고 있었다.


자는 남편을 굳이 깨우지 않고 TV와 유튜브를 동시에 보면서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었는데,

선잠에서 깬 남편이 나지막이 말을 건넸다.




"나 두꺼운 이불 좀 가져다줄래?"


"갑자기 왠 두꺼운 이불? 한여름인데?"


"오한이 있는 것 같아서 계속 추워. 두꺼운 이불이 있어야 할 것 같아.. 그리고 나 열도 나는 것 같아"



열이 난다는 남편의 말에 그제야 침대로 올라가 몸 여기저기에 손을 대보았다.

이마에서는 열이 많이 나지는 않았는데, 유독 가슴과 배 쪽이 깜짝 놀랄 정도로 뜨거웠다.

지금 생각해도 사람 몸이 그렇게 뜨거울 수 있었나 싶다.

급하게 얼음주머니를 수건에 덧대어서 오빠의 몸 여기저기에 얹어놓고 밤새 열이 내리기를 기다렸지만

그다음 날 아침까지도 몸의 열은 내리지 않았다.


설마, 코로나는 아니고 냉방병이겠지 싶은 생각이 있었지만,

그래도 요즘 같은 시국에 유증상은 경계, 또 경계해야 하는 시안이기에 그다음 날 둘 다 병가를 내고 근처 보건소로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다녀왔다.

갑작스럽긴 하지만 모처럼의 휴가에 삼시 세끼 다 건강히 챙겨 먹고,

종합감기약으로 일단 처치를 했는데 그다음 날이 되니 남편도 어느 정도 열이 내렸다.





띠링


'00 보건소에서 연락드립니다. 귀하의 코로나 검사 결과는 "음성"입니다.'


아침 9시 즈음에 온 문자에 나는 음성 판정을 받음과 동시에 출근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남편에게는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알 수 없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전화를 받은 남편은, 곧 전화를 끊더니

"나 재검받으래.. 양성은 아닌데 그렇다고 음성도 아니래.. 약간 애매한 수치가 나왔다는데 확정할 수가 없다네"

라고 말했다.



이전에 회사에도 확진자가 여럿 나왔던 터라, 검사에는 익숙했던 나였지만

재검사는 처음 접해보는 경우라 인터넷으로 열심히 뒤져보았다.


재검사는 생각보다 흔히 있는 일이며, 대부분 음성 판정을 받는다고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음성 판정을 받은 사람들이 답변이나 경험담을 남길 수 있는 조건인 것 같기는 하다. 재검 후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들은 그럴 겨를이 아예 없다.)



나도 음성이 나왔고, 오빠도 열이 내려서 컨디션을 회복 중이었으며, 재검사는 음성일 확률이 꽤 높아 보였기 때문에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평소처럼 집에서 모든 공간을 공유하며 하루가 또 지났다.



그리고 감히 확신컨대 이번 생에 절대 잊지 못할 21년 8월 13일 금요일 아침,

남편은 "양성"판정을 받았다.


.

.

.

.

.

<계속>

작가의 이전글 어른의 조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