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카라 이야기
지난주 금요일 동물 병원을 다녀온 이후, 힝구의 상태는 빠르게 좋아졌고, 병원을 다녀오자마자, 배고프다고 떼를 쓰는 힝구를 보며 나는 그제야 안심할 수 있었다.
문제는 힝구의 피부 상태였다. 처음 넥카라를 썼을 때만 해도 피부병이 생긴 뒷다리는 그루밍을 못해 답답해하더니, 요령이 생긴 어느 날부터는 넥카라를 하고서도 뒷다리를 할짝일 수 있게 되었다. 그래 힝구는 고양이었지. 아니, 잠깐! 그루밍하는 고양이의 유연성에 감탄할 때가 아니었다. 다른 부위의 피부는 좋아졌지만, 뒷다리 상태는 여전히 속이 상할 정도였으니까.
이 상황을 수의사님께 설명하자, 아무래도 기존에 쓰고 있던 넥카라 길이가 짧은 것 같다며, 조금 더 긴 넥카라를 챙겨주셨다. 진작에 넥카라를 바꿔줄걸, 여전히 미숙한 집사는 미안함과 안도감을 느끼며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힝구의 목에 좀 더 긴 넥카라를 씌워 주었다. 처음에는 넥카라의 길이에 익숙하지 못해 점프할 때도 물을 마실 때도 밥을 먹을 때도 어정쩡하기만 했는데, 몇 시간 만에 익숙해진 힝구는 그다음 날부터 뒷다리 그루밍을 다시 시작했다. 아니, 이게 가능하다고? 결국 힝구와의 신경전이 시작되었다. 힝구는 나 몰래 뒷다리 그루밍을 하느라 바빴고, 나는 그때마다 힝구의 그루밍을 막아야 했다. 씁! 안돼!
소독을 위해 힝구의 다리를 들어 올렸다. 소독약이 싫어서인지, 따가워서인지, 힝구가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다. 핥지 않으면 이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될 텐데. 힝구도 얼마나 불편하고 신경 쓰이면 그루밍을 멈추지 못할까 싶어. 쿠팡을 열고 힝구가 절대 핥지 못할 정도로 가장 긴 넥카라를 찾아 나섰다.
이거다!
사이즈가 무려 XL라고? 넥카라 착용 이미지를 보고 이거다 싶었다. 고양이의 다리를 다 덮을 정도의 엄청난 크기를 확인한 나는 바로 구매 버튼을 눌렀고, 내 급한 마음을 아는 듯, 배송은 감탄스러울 정도로 빨랐다. 아침 주문에 당일 배송된 넥카라를 힝구에게 씌우니, 내가 상상한 이미지 아니, 그 이상이었다.
이제 뒷다리를 핥지 못하겠다는 안심보다도, 너무나 귀여워진 힝구를 보며, 연신 카메라 촬영 버튼을 누르기에 바빴다. 힝구가 쓰면 딱 맞을 우산만 한 민트색 넥카라가 힝구의 털색과 꽤 잘 어울렸고, 이게 무슨 일이냐, 라는 어리둥절한 힝구의 표정이 어우러져 귀여움은 배가 되었다.
넥카라로 힝구의 귀여움이 배가 되었듯 힝구의 회복 속도 또한 배가 되기를 바라며, 당분간은 이 귀여움을 힝구 본묘(猫) 몰래 지켜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