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중입니다.
오늘 아침 지하철은 평소보다 더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어고,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찬 지하철 안에는 내가 들어갈 한 치의 틈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놓치면 지각이다. 다행히 그간 쌓인 내공으로 아주 작은 틈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저기로 발 하나만 집어넣을 수 있다면... '다음은 아주 수월하다.'
지하철 안을 누군가 밀고 들어온다면, 조금 전까지 조금의 여유도 남아있지 않은 공간이었더라도 어딘가에서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대신 더위 속을 걸어오느라 뜨거워진 몸의 열기에 사람들과 한층 가까워진 거리로 불쾌감도 같이 상승하게 되어 아침 출근길은 그 시작부터 순탄치가 않다.
오늘은 더욱 그러했다. 간신히 껴 탄 지하철 문이 닫힐 수 있도록 품 안 가득 가방을 안아 들며, 문이 닫히기 직전 텅 빈 승강장을 바라보았다. 그 많은 사람들과 이 좁은 곳에 갇혀버렸다는 생각과 함께 금방이라도 튕겨 나갈 듯 위태롭게 끼어 있는 내 모습을 상상하니 내 영혼이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딱 이 말이 떠올랐다.
나는 누구, 여긴 어디?
하지만, 이 지옥철도 이제 익숙해졌다. 처음 사당으로 출퇴근했을 때만 해도, 이 시간은 절대 익숙해지지 않을 것처럼 낯설기만 했는데, 나는 익숙해져가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익숙해진다'라는 말에 씁쓸하다.
왜일까, 단순히 내 몸이 익숙해지고 있다는 것에서 오는 감정은 아닐 텐데. 아직 이 순간이 낯설었던 그때, 그 안에서 했던 많은 고민과 생각들에도 익숙해져 이제 고민을 고민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이 모든 상황에 익숙해지다 못해 무뎌져 버려서일까. 아니면 출근길에 느낀 회의감으로 잠시 세상을 심오하게 바라본 탓일까. 여전히 씁쓸함에 대한 이유는 찾지 못한 채 내일 아침을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