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주스 한 잔 할래요

빨간 속살의 달콤함

by 김힝구


햇볕이 뜨겁다 못해 따갑다. 내 피부를 태울 것처럼 아프다. 습도는 왜 이렇게 높은지, 방금 샤워를 마치고 나온 출근길, 이미 샤워 후의 상쾌함은 사라진 지 오래다.


어렸을 때부터 우리 집은 여름이고 겨울이고, 사계절 내내 과일이 떨어질 일이 없었다. 가족 모두가 과일을 좋아했고, 특히 여름이 되면 더욱 온갖 달콤 과즙 가득한 과일들로 냉장고가 가득 찼다.



여름 하면 수박과 복숭아를 최고의 과일로 꼽는다. 하지만 독립 이후, 커다란 수박을 사 먹는 것도 부담이 되었고, 먹고 난 뒤 수박껍질 처리도 여간 귀찮은 것이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수박 소비가 줄었다.

재작년 여름이 끝나갈 즈음, 회사 지하1층 카페 앞, 무심코 지나치기만 했던 배너 속 수박주스가 그날따라 너무도 시원해 보이는 것이었다. 홀린 듯 카페 안으로 들어간 나, 수박이 엄청나게 먹고 싶었던 때에 나는 그렇게 수박주스에 꽂혀버렸다.

그 이후, 여름이면, 나는 수박주스를 달고 산다. 특히 외근 후 뜨겁게 달아오른 몸을 식히는데, 수박주스만 한 것이 없다.

이미 수박주스를 먹어야지 머리로 단어보다도 먼저 이미지를 떠올린 순간, 열기가 식는 것 같은 기분이 다 든다. 바짝 말라 있던 입 안에 생기가 돈다. 내가 애정하는 회사 지하 1층 카페, 오직 수박주스를 마실 때만 들린 지 2년째다. 왜 진작 알지 못했을까. 수박주스만 사 먹는 카페 포인트가 순식간에 쌓인다. 그리고 쌓인 포인트는 다시 수박주스가 되어 돌아온다. 흐뭇하다.

쌓여있는 일을 참지 못하고, 체력은 생각지도 않고, 외근일정을 왕창 잡아버린 오늘, 아침부터 내 호기로운 도전을 후회했고, 모든 일정을 마치고 평소보다도 늦게 사무실로 복귀하는 와중에도 나는 수박주스를 놓칠 수 없었다. 여름에만 즐길 수 있는 회사생활의 즐거움이며, 스트레스 해소법이며, 더위를 피하는 방법이다.

'수박주스 나왔습니다'

나오자마자 빨대를 꽂고 쪼옥 주스를 마신다. 수박의 시원하고 달달함이 뇌를 거쳐 심장과 손과 발까지 전달되며, 외근의 피곤함이 잠시나마 잊힌다.


오래전 카페 알바를 했던 적이 있었다. 그렇기에 카페 아르바이트생이 좋아하는 주문 메뉴가 아메리카노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매일 같이 카페에 들러 손이 많이 가는 수박주스를 주문하는 내가 들어설 때, 아르바이트생의 눈빛이 흔들리는 것을 본 듯하여, 어느 날부턴가 근처의 수박주스를 판다는 카페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세상에나 나를 만족시키는 것은 그곳뿐이라는 사실만을 확인하며 나는 다시 그곳을 찾았고, 나는 그 카페에 키오스크가 있음에 감사하며, 아르바이트생에게 감사를 담아 인사를 전한다.


'이곳이 단연 최고의 수박주스 맛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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