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지만 시작
오늘 아침에는 살짝 비가 내리는 듯하더니, 이내 맑아진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다.
여느 날처럼 피부가 따가울 정도의 햇살이 아닌, 조금은 무뎌진 햇살과 높고 청명한 하늘이 드러나자, 갑작스럽게 가을이 찾아온 것 같다.
뭐, 음력으로 입추와 처서가 지났으니, 가을이라 할 수 있겠다. 어제까지 느껴졌던 묵직한 습도와 후덥지근한 공기가 언제 다시 몰려올지 알 수 없지만, 오랜만의 뽀송한 공기를 즐겨본다.
점심시간 이후, 오후 외근을 위해 사무실을 나서다 누군가가 하늘을 향해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자연스럽게 내 시선도 그 사람의 시선을 따라갔고, 기분 좋은 풍경과 마주한다.
청량할 정도로 파란 하늘, 시릴 정도로 하얀 구름을 가르는 햇살, 그 장면을 보고 있자니 평일의 끝, 식사 이후 나른해진 몸에 왠지 생기가 돈다.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선선한 바람이 더해져 상쾌함을 느낄 수 있겠다.
내 삶의 한 페이지를 정리하는 시기여서일까. 달라졌다 느껴진 공기는 내 기분 탓인지도 모르겠다.
어제 회사 사람들과의 송별 회식을 했다. 조금은 이른 이별의 시간을 가지고 나니, 마음마저 가벼워졌다. 그 전날까지도, 내 삶이 달라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어제를 기점으로 내 결정들이 실감이 나며, 내 기분은 홀가분함으로 바뀌었다.
회식 자리에서 사람들과 이야기하다 보니 오랫동안 함께했던 사람들과의 관계와 내가 해왔던 일의 경력이 이제 끝이 난다는 생각에 서운한 생각이 들기도 했고, 잠시 내가 후회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었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내가 느꼈던 감정은 잠시였고 나는 안도했다.
송별회를 통해, 나는 8년이라는 시간에 대한 고마움을 충분히 전했고 내 시간이 헛되지 않았음을 느꼈다. 그로 인해 한결 가벼워진 마음이 되었다. 그리고 맞이한 오늘, 기분이 좋다.
앞으로 남은 회사생활은 단 4일, 하루하루가 지날 때마다 묘한 설렘이 커지다 9월이 되면, 어제도 9월이었던 듯, 퇴사 이후의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겠지. 그렇게 퇴사 이후의 내가 계획한 일들도 순조롭게 진행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