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안의 작은 티벳, 맥그로드간즈에서
“누나 거기 좋아, 꼭 가봐”
여행지에 관해서는 그 누구의 말도 잘 듣지 않는 편인데, 이 친구의 말은 늘 신뢰가 간다. 나의 아프리카 동행이었던 ‘D’다.
한달을 함께 여행하고, 한국에서도 자주 만나며 서로 마음지칠 때 위로해줄 수 있는 그런 ‘D’가 내가 인도를 간다니까 대뜸 이 곳을 추천해서 무작정 와버렸다.
역시나- 좋다.
종교에 후한 인도정부에서 티벳이 망명을 신청하자 내어줬다는 땅, 트리운드라는 히말라야산맥의 한줄기가 보이는 산에 위치한 도시, 맥그로드간즈다.
인도라기보단 티벳이다.
사람들은 우리네 얼굴과 비슷하고 인도보단 온도가 조금은 차갑다.
단수와 정전이 밥먹듯이 되는 곳이지만, 맥간만의 고유한 분위기에 이곳에서 머물러가는 장기여행자들이 많다던데 시간이 허락한다면 나도 이 곳에 오래 머물고 싶을 정도였으니.
맥간에서의 일상은 별다를 것 없이 흘러갔다.
매일 아침 느지막히 일어나 건너편의 누군가에게 인사를 하고, 꾸물적거리면서 일어나 슬슬 동네 산책을 하는데 길에서 만두파는 것을 사먹거나 작은 군것질거리를 하나 사서 상점들이 열리는 모습을 구경하고, 지나가다가 작은 노점에서 짜이한잔을 시켜 짜이를 마시고, 어딘가에 위치한 사원에 앉아 단순한 생각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이곳의 아침을 여는 또다른 소리는 ‘마니차’ 가 굴러가는 소리인데,
수 많은 사람들이 매일 아침 이 마니차를 굴리며 오늘 하루의 행복을 기도했다.
여행이 길어지면서 사실 여행은 내게 특별한 날들이 아닌 살아가는 일상이 되어버렸다.
덤덤히 새로운 곳을 받아들이고 예쁜 곳이 있으면 그 것으로 마음의 위안을 받는다.
장기전으로 돌입하면서 나는 어떠한 것에 대한 좋고 싫음의 표현이 명확해졌다는 것과 본능에 굉장히 충실하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말랑말랑한 감성을 가지게 되었는데 그것이 가끔은 좋을때도 가끔은 나쁠때도 있다. 그것으로 나는 많이 행복해하고 그리고 많이 울게되었으니.
요일도, 날짜도, 시간도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다.
단순히 나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지금의 여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