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같은 날들이었다고 추억한다. 나를 위해서라면 응당 헤어지는게 맞다고 생각한 지 2년이 넘은 시점에도 헤어질 엄두가 나질 않았다. 핑계를 대자면 20대의 나이에 내가 그 애를 너무 많이 사랑했고 너무 오랜 시간을 함께한 탓에 그 익숙함이 사라질까 헤어지는 것이 두려웠다.
피멍으로 덮여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멍하니 앉아있는 나를 보고 나서야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빌었다. 참으면, 달라질 줄 알았다. 일말의 기대였달까.
그렇게 내 몸에 가해지는 폭력에서 정신적인 폭력까지 더해져 나는 점점 더 어둡고 긴 터널 속으로 깊숙이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한번은 쓰러져서 응급실에 실려간 적이 있다.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 나를 보고 그 애는 울면서 나를 업고 응급실로 향했다. 병원에서 겨우 정신이 들자마자 죽지 않았구나- 라는 안도감에 눈물을 펑펑 쏟았다.
더이상 이 폭력을 나는 견뎌낼 수 없을 것 같다, 나는 나를 지켜야만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찼을 때 그동안 참아왔던 말들을 모두 쏟아냈다.
“이제 더 이상은 못할 것 같아. 헤어지자”
그 때 이 말을 내뱉지 못했더라면 나는 아마 아직도 이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나를 사랑 하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의 감정, 나의 고통을 무시한 채로 이렇게 살아가다간 어쩌면 죽지못해 산다는 말이 더 어울릴 만큼 나의 흰색도화지는 검은색으로 잔뜩 물들어버렸을 지도 모르겠다. 청천벽력을 맞은 것 같은 그 애의 얼굴을 뒤로하고 이를 악물며 뒤돌아섰다.
나는 아프려고, 이 사랑을 견뎌내온 것이 아니었고 상처받으려고 이 사람을 사랑한 것이 아니었다. 나는 충분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고 행복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기에, 더이상 고통을 견뎌낼 자신이 없었다.
“미안해”
내가 나에게 할 수 있는 위로의 첫마디였다.
그 때, 나는 아주 오랜만에 스스로를 마주했다. 어디로 갔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디론가 여행을 떠났고 아주 오랜만에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나를 안아주었다.
“넌 충분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야”
몇 년이 지났다. 그동안 무던히 지옥같은 추억에서 벗어나려고 애썼다.
‘최선을 다했잖아’
‘죽을만큼 사랑해봤잖아’
그 때 그 애와 무서워서 헤어지지 못했다면,
아마 지금의 나도 없지 않았을까 ? 라고
이제는 희미해져 가는 나쁜- 추억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