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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꽃송이 Oct 04. 2020

데이트폭력의 추억

지옥같은 날들이었다고 추억한다나를 위해서라면 응당 헤어지는게 맞다고 생각한 지 2년이 넘은 시점에도 헤어질 엄두가 나질 않았다핑계를 대자면 20대의 나이에 내가 그 애를 너무 많이 사랑했고 너무 오랜 시간을 함께한 탓에  익숙함이 사라질까 헤어지는 것이 두려웠다

 

 피멍으로 덮여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멍하니 앉아있는 나를 보고 나서야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빌었다참으면달라질  알았다일말의 기대였달까

 

그렇게  몸에 가해지는 폭력에서 정신적인 폭력까지 더해져 나는 점점  어둡고  터널 속으로 깊숙이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한번은 쓰러져서 응급실에 실려간 적이 있다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 나를 보고  애는 울면서 나를 업고 응급실로 향했다병원에서 겨우 정신이 들자마자 죽지 않았구나라는 안도감에 눈물을 펑펑 쏟았다

 

더이상  폭력을 나는 견뎌낼  없을  같다,  나는 나를 지켜야만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찼을  그동안 참아왔던 말들을 모두 쏟아냈다

 

이제  이상은 못할  같아헤어지자” 

 

   말을 내뱉지 못했더라면 나는 아마 아직도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나를 사랑 하지 못했을 것이라생각한다나의 감정나의 고통을 무시한 채로 이렇게 살아가다간 어쩌면 죽지못해 산다는 말이  어울릴 만큼 나의 흰색도화지는 검은색으로 잔뜩 물들어버렸을 지도 모르겠다청천벽력을 맞은  같은  애의 얼굴을 뒤로하고 이를 악물며 뒤돌아섰다

 

나는 아프려고, 이 사랑을 견뎌내온 것이 아니었고 상처받으려고 이 사람을 사랑한 것이 아니었다. 나는 충분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고 행복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기에, 더이상 고통을 견뎌낼 자신이 없었다.  

 

미안해” 

내가 나에게   있는 위로의 첫마디였다

 

 나는 아주 오랜만에 스스로를 마주했다어디로 갔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디론가 여행을 떠났고 아주 오랜만에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나를 안아주었다.  

 

넌 충분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야”

 

몇 년이 지났다. 그동안 무던히 지옥같은 추억에서 벗어나려고 애썼다. 

 

최선을 다했잖아’ 

죽을만큼 사랑해봤잖아’ 

 

그 때 그 애와 무서워서 헤어지지 못했다면, 

아마 지금의 나도 없지 않았을까 ? 라고 

 

이제는 희미해져 가는 나쁜- 추억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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