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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꽃송이 Oct 04. 2020

짝사랑

우리는 몽골에서 만났다. 내 앞에서 펑펑 울던 그 애를 위로해주다보니, 연민인지 사랑인지 모를 마음이 뭉글뭉글 펴올랐다. 우울을 가졌지만 나와 있으면 잘 웃는사람, 다정하게 내 눈을 쳐다보며 예쁘다고 하는 사람, 어쩌다보니 가슴이 설레는 사람이었다. 

 

그 우울을 내가 안아줄 수 있다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지만, 솔직한 마음으로는 스스로 길고 긴 터널에서 나와주길 바랬다. 그렇다면 그 터널의 끝에서 눈이 부실까 두려워 나오지 못하는 네게 손을 내밀어주고 싶었다. 

 

그는, 여전히 어두운 동굴 속을 헤맨다. 나를 더이상 걱정시키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자주 잠수를 타고, 가끔 나를 찾아오고, 다시 동굴 속으로 들어가 나오지 않는다. 

 

우울을 핑계로 갑자기 나타났다가, 갑자기 사라지는 그 애로 인해 점점 사랑때문에 피폐해져가는 나를 발견하게 된 순간 나는 비참한 기분과 그에게로부터 오는 이상한 패배감을 느꼈다. 

 

그리하여, 언제든 내게 오라고 했지만, 나는 이제 그만 이 위험한 짝사랑을 그만 두려고 한다. 

나를 불안하게 하는, 나를 자꾸 변하게 만드는 배신감이 자꾸 내 삶을 위태위태 하게 만드는 것 같아서. 나를 잃어가면서까지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내게 너무 잔인한 일이기에. 

 

사랑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 말은 쓸 수 없을 것 같다. 

 

나는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너에게 

이제, 그만. 안녕- 이라 말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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