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얼마 전 SNS 창에 친구가 올린 카페 사진을 보며 메시지를 보냈다. 도시 라이프 너무 부럽다고. 하지만 친구는 오히려 내 귀촌 라이프가 보기 좋다고 한다. 나는 그 순간 스트릿 출신 우리 집 냥이에게 머리를 쥐어뜯기고 있었다. 내 신세는 주택 사는 냥이 수발을 드는 집사에 아이와 남편이 집에 오기를 기다리는 주부일 뿐인데. ^^;;
그래도 마당이 있는 집에 산다는 건 여러 모로 좋은 점이 많다. 멀리 나가지 않아도 집에 있는 시간이 덜 지루하다. 사실 나 같은 뚜벅이는 막상 나가도 갈 곳이 없다. 집 주변 1km 반경 안에 가게가 별로 없기도 하고 여름 외출은 어딘가 위험하다. 그런데도 매일 매 순간, 왜 이렇게 바쁜지 모르겠다. 고개를 돌리면 쌓인 빨래와 청소기가 보이고, 잠깐 앞에 나갔다 들어오려면 여름 햇빛에 금세 시들해진 고추와 부추, 방울토마토가 보인다. 물 한 번 시원하게 주고 책상 앞에 앉으면 뭐 한 게 있다고 30분, 1시간이 훌쩍 지나있다.
밖으로 나가 10~15분을 걷는 동안 거의 누굴 마주칠 일이 없는 작고 작은 이 마을에서 나는 적응 중이다. 원래 심심한 사람이라 심심함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보다 시도 때도 없이 출연하는 이름 모를 벌레들, 닦고 닦아도 누추해 보이는 집구석(거의 포기 상태),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마당 청소의 난감함, 식물 킬러인 내 손이 나를 의지하는 푸릇푸릇한 이 생명들을 잘 지켜갈 수 있을지(사실 얘네는 알아서 잘 자랄지도 모르지만)... 하는 고민들.
나보다 먼저 청주로 내려가 터를 잡은 선배와 함께 시골살이의 기쁨과 슬픔을 써보자고 호기롭게 얘기하고 두 달이 훌쩍 넘어서야 첫 글을 적어본다. 선배는 이제 브런치에 작가 신청을 할 거라고 했다. ㅎ 처음 집에 들어오기 전, 집을 보수하면서 선배가 했던 얘기가 떠오른다. 주택은 돈 들 곳 투성이에 고이고이 머리 위에 이고 사는 느낌이라고. 집을 고치며 느낀 깊은 빡침과 몸이 느끼는 고단함을 이루 설명할 수 없는 시골집, 하지만 고즈넉한 밤에 풀벌레 우는 소리가 들리면 그대로 흐뭇해지고야 마는 그런 공간. 밖으로 나가 좀 걸으면 온통 밭과 강, 하늘만 보이는 집, 그럼에도 자전거 타고 15분 정도 나가면 아이가 텐션 높게 소리 지르며 방방 뛰어다니는 강변 산책길을 만날 수 있는 곳에 살고 있다. 선배와 나는 이제 각자가 느끼는 시골살이의 기쁨과 슬픔을 조금씩 써 내려가려 한다. 시작이 반이라는 생각으로 일단 프롤로그 글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