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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짝햇님 Aug 11. 2021

시골살이의 기쁨과 슬픔

프롤로그

얼마 전 SNS 창에 친구가 올린 카페 사진을 보며 메시지를 보냈다. 도시 라이프 너무 부럽다고. 하지만 친구는 오히려 내 귀촌 라이프가 보기 좋다고 한다. 나는 그 순간 스트릿 출신 우리 집 냥이에게 머리를 쥐어뜯기고 있었다. 내 신세는 주택 사는 냥이 수발을 드는 집사에 아이와 남편이 집에 오기를 기다리는 주부일 뿐인데. ^^;;



그래도 마당이 있는 집에 산다는  여러 모로 좋은 점이 많다. 멀리 나가지 않아도 집에 있는 시간이  지루하다. 사실  같은 뚜벅이는 막상 나가도  곳이 없다.  주변 1km 반경 안에 가게가 별로 없기도 여름 외출은 어딘가 위험하다. 그런데도 매일  순간,  이렇게 바쁜지 모르겠다. 고개를 돌리면 쌓인 빨래와 청소기가 보이고, 잠깐 앞에 나갔다 들어오려면 여름 햇빛에 금세 시들해진 고추와 부추, 방울토마토가 보인다.    시원하게 주고 책상 앞에 앉으면    있다고 30, 1시간이 훌쩍 지나있다.


밖으로 나가 10~15분을 걷는 동안 거의 누굴 마주칠 일이 없는 작고 작은 이 마을에서 나는 적응 중이다. 원래 심심한 사람이라 심심함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보다 시도 때도 없이 출연하는 이름 모를 벌레들, 닦고 닦아도 누추해 보이는 집구석(거의 포기 상태),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마당 청소의 난감함, 식물 킬러인 내 손이 나를 의지하는 푸릇푸릇한 이 생명들을 잘 지켜갈 수 있을지(사실 얘네는 알아서 잘 자랄지도 모르지만)... 하는 고민들.


나보다 먼저 청주로 내려가 터를 잡은 선배와 함께 시골살이의 기쁨과 슬픔을 써보자고 호기롭게 얘기하고 두 달이 훌쩍 넘어서야 첫 글을 적어본다. 선배는 이제 브런치에 작가 신청을 할 거라고 했다. ㅎ 처음 집에 들어오기 전, 집을 보수하면서 선배가 했던 얘기가 떠오른다. 주택은 돈 들 곳 투성이에 고이고이 머리 위에 이고 사는 느낌이라고. 집을 고치며 느낀 깊은 빡침과 몸이 느끼는 고단함을 이루 설명할 수 없는 시골집, 하지만 고즈넉한 밤에 풀벌레 우는 소리가 들리면 그대로 흐뭇해지고야 마는 그런 공간. 밖으로 나가 좀 걸으면 온통 밭과 강, 하늘만 보이는 집, 그럼에도 자전거 타고 15분 정도 나가면 아이가 텐션 높게 소리 지르며 방방 뛰어다니는 강변 산책길을 만날 수 있는 곳에 살고 있다. 선배와 나는 이제 각자가 느끼는 시골살이의 기쁨과 슬픔을 조금씩 써 내려가려 한다. 시작이 반이라는 생각으로 일단 프롤로그 글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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