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지 Jul 27. 2023

우리가 맞이할 가장 확실한 미래

『나와 당신의 죽음 』프롤로그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안다면 삶은 대체로 후회 없이 굴러가기 마련이다. 자잘한 일들이 뜻대로 되지 않아도 잘 떠나보낼 수 있다. 내 삶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그것은 자신을 깊이 탐험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어떤 마음으로 살아갈 때 가장 후회 없을지는 결국 자신만이 알 수 있다. 그럴 때 ‘죽음’을 떠올리는 것이 도움이 된다. 내가 의식하지 못했던 욕구가 내일 당장 죽을 수 있다는 극단적인 가정 하에 불쑥 튀어나오기에. 나는 2015년 이경신 선생님과 함께한 죽음 워크숍에서 그런 경험을 했다.


1년 후에 죽는다는 시한부 선고를 받는다면, 일 년 동안 무엇을 하고 싶은가요?



그날, 살면서 한 번쯤은 들어봤을 질문을 받았다. 그러나 이 질문에 깊이 생각하고 많은 사람 앞에서 구체적으로 답을 한 것은 그날이 처음이었다. 그때 내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책을 쓰는 것’이었다. 오랫동안 억눌러왔던내 마음 한 구석에는 결국 글을 쓰고 책을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다. 이후 나는 1인 출판사를 만들고 사진집을 냈다. 내 생에 첫 책이 쉽게 만들어졌다. 내 의지만으로 진작에 할 수 있는 일을, 나는 입 밖으로 꺼내고서야 할 수 있었다. 죽음을 빌려온 힘이었다. 이후로 내 삶은 조금씩 변했고, 오 년이 지난 지금 나는 여덟 번째 책의 프롤로그를 쓰고 있다.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을 많은 사람 앞에서 이야기한 것, 공개적인 기록을 한 것이 내 삶의 변환점이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결국 나답게 잘 살기 위해 책을 읽는다. 그러나 많은 책을 읽기만 한들 삶은 그리 쉽게 바뀌지 않는다. 중요한 건 책 속에 박제된 타인의 글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토대로 나의 답을 찾아 삶에 기록해 나가는 것이다. 나는 이 책에 담긴 15인의 기록이 지금 이 책을 보는 당신의 기록을 위한 좋은 자양분이 될 거라고 믿는다.


책을 쓴 작가들은 2022년 1월부터 죽음이 던지는 질문에 각자의 답을 써 내려갔다. 죽음이 던지는 질문은 결국 현재의 나를 들여다보는 가장 좋은 도구가 된다. 이 책의 50번째 질문에도 썼듯이, 작가들은 글을 쓰기 전과 후의 변화를 경험했다. 언젠가 맞이할 미래의 ‘죽음’이 던지는 질문으로 우리는 현재의 ‘삶’을 더 잘 살기 위해 글을 쓰고 책을 만들었다. 순간순간 진심을 다해 썼고, 이 공개적인 기록을 토대로 하루하루를 후회 없이 살아갈 것이다. 이 책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질문을 나누고, 곁에 있는 소중한 이들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자신의 답을 삶에 기록해 나가길 바란다. 우리는 대부분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걱정과 고민으로 일상을 채워나가지만 우리가 맞이할 확실한 미래는 이것 하나뿐이다. 죽음. 그렇다면 이 확실한 미래를 이용해 현재를 좀 더 만족스럽게 살다가는 것. 그 이상의 든든한 죽음 준비는 없을 것이다. 이 책이 당신에게 그 첫걸음이 되기를 바란다.


- p4,『나와 당신의 죽음 』프롤로그 중에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