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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지 Mar 12. 2024

자유를 위한 자유

<질문의 편지 2024> 나의 첫 번째 질문

사회생활 삼십 년 하고 은퇴하신 분께 뭐가 제일 좋으시냐고 여쭤본 적이 있다. 그때 그분께서 한치의 망설임 없이 만나고 싶은 사람만 만나도 되는 거라고 하셨다. 굳이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들과 더 이상 엮이지 않아도 되는 것에서 진정한 자유로움을 느끼신다고. 생각해 보면 회사를 그만둔 후에 나 역시 이 부분에서 큰 자유로움을 느꼈던 것 같다. 밥 먹는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은 것, 평일 대낮의 인구 밀도 낮은 도심을 마음껏 누빌 때 역시 자유롭다고 느꼈다.


얼마 전, 넷플릭스에서 독일의 나체주의자들 영상을 봤다. 그들은 웬만하면 모든 것을 나체로 활동한다. 나체로 밥도 먹고 탁구도 치고 요가도 하고 달리기도 하고 수영도 했다. 레스토랑에 갈 때 '제가 나체주의자인데 옷을 안 입고 레스토랑에 가서 밥을 먹을 수 있을까요?'라고 전화해서 물어본다고 했다. 그러면 주인 성향에 따라 괜찮다고 오라고 하면 나체로 식당에 가서 밥을 먹고 온다고. 식당 주인이나 그 식당에서 밥을 먹는 비나체주의자 사람들도 그냥 저 사람은 나체주의자니까 하고 그들의 그런 행동을 존중해 준다고 한다는 것이 동양인인 나에게는 적잖이 충격이었다. 그들에게 나체로 살아가면 뭐가 좋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답했다. 나체로 생활할 때 바람이 살결에 닿는 그 느낌이 정말 좋다고. 온몸으로 자유로움을 느끼게 된다고.


나는 나체주의자야말로 개인의 자유로움을 극단적으로 추구하는 것 아닐까란 생각을 했다. 누군가는 그들이 타인에게 불쾌함이나 당황스러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타인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는 한, 그들이 그들의 자유를 추구할 권리가 있다고 인정해 줄 것이다.


그런 그들을 보면서 나는 과연 내 삶에서 얼마나 자유로움을 느끼며 추구하며 살고 있으며, 내 짧지도 길지도 않은 인생에서 가장 극단적으로 나의 자유를 추구한 경험은 무엇이었을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철학자 밀은 타인의 자유를 박탈하거나 타인이 자유를 얻기 위한 노력을 방해하지 않는 한, 각자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신의 삶을 꾸려나가는 자유보다 인생에서 중요한 건 없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누구든 시도해보고 싶다면, 자기가 원하는 삶의 양식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 실천적으로 증명해 볼 수 있어야 한다고. 각자의 고유한 개성이 아니라 전통이나 다른 사람들이 행하는 관습에 따라 행동하게 되면, 결국 개인의 행복 그리고 사회의 다양성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과연 나는 내 삶에서 나의 고유성대로 자유를 추구해 본 경험이 얼마나 있었을까. 이 글을 보는 당신은 어떨까. 우리가 각자의 삶에서 가장 자신의 방식대로 자유로웠던 경험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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