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애란 작가의 소설은 정말 뛰어나다. 읽으면서 감탄을 하곤 한다. 김애란 작가는 사회학자라던 신형철 평론가의 말이 정말 떠오를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문학 속에 사회적 시선을 넣는 건. 솔직히 쉬운 일이 아니다. 자칫하면 프로파간다가 되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어코 김애란 작가는 성공하는 것 같다. 그녀의 근작 장편 소설도 좋았지만, 역시 그녀는 단편 소설에 더 큰 재능을 가진 것 같다. 소설을 읽으며 마음이 조금씩 움직이는 걸 느꼈다. 각박한 현실 속에서도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남아 있음을 아직 믿는다.
홈파티.
우연히 지인을 따라. 가진 자들의 파티에 참여하게 된다. 부드러움, 관용적인 겉모습 사이로 들어나는 그들의 허위와 탐욕을 발견하게 된다. 나는 그 파티에서 직업이 배우인 것처럼 그들인 듯 연기를 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 성공적인 연기는 고급 찻잔을 깸으로서 깨지고 만다. 찻잔의 주인은 그 연기가 깨지는 순간 묘한 만족감과 우월감을 드러낸다. 어쩌면 그들이 사람들을 초대하고 만나려고 하는 이유가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이었다. 가진 자들의 허위와 우월감이 조금은 역겹게 느껴졌다.
숲속 작은 집
여행을 통해 한 부부가 낯선 타국을 여행하면서 청소하는 사람과 여행자과의 권력관계와 감정의 흐름을 이야기한다. 거기에는 돈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돈이면 해결된다는 마음과 다르게 또 다른 인간적 감정이 개입되는 부분이 있다. 그녀는 이 관계를 통해. 부유한 부모를 타고난 남편과의 관계. 어머니에게 돈을 보내는 행위에 대해 고찰하게 된다. 그리고 소설의 결말부에서는 청소하는 사람의 아이의 말을 통해. 자신을 반성하고 통찰하게 된다.
좋은이웃
집값은 오르고 집주인은 나가줄 것을 바라게 되면서. 복잡한 마음이 드는 부부에 대한 소설이다. 나름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이타적으로 살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어려운 현실에 처하자 마음이 좋지 않다. 주변 이웃들의 면모를 보면서 자신의 상황과 비교하게 된다. 나의 욕망에는 욕구라는 생각을 타인의 욕망에는 탐욕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소설을 읽으면서 내 자신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서 조금 부끄럽고 불편한 기분을 가지게 되었다. 좋은 이웃으로 산다는 건 어떤 걸까. 한 번 생각해보게 되는 소설이다.
이물감
중년남성 기태는 직업적으로 어느 정도 위치에 올랐다. 하지만 얼마전부터 이물감을 느끼며 먹은 음식이 다시 역류하는 느낌을 느낀다. 그리고 이혼한 전처 희주가 떠오른다. 그는 그녀의 생활을 염탐하면서 묘한 질투를 느낀다. 그리고 한 편으론 자신과 비슷한 지위를 가진 지수를 만난다. 이물감을 없애려고 병원에 들리고 노력을 하지만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 것처럼, 그는 불안을 느낀다. 떠나간 희주에 대한 아쉬움을 느끼고, 지금 만나는 지수에게 애정을 느끼지 못하는 묘한 감정을 느낀다. 그리고 그는 어쩌면 자신이 텅빈 껍데기라는 자각을 한다.
레몬케이크
레몬케이크는 엄마와 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작은 서점을 만들고 일년이 지났지만 아직 자리잡지 못함에 압박감을 느끼는 딸과 이명으로 고통 받고 있는 엄마의 이야기이다. 엄마는 이따금 병원에 들리기 위해 딸이 있는 도시로 온다. 딸은 엄마를 병원에 모시고다니며 엄마의 눈과 귀가 되어준다. 엄마는 딸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딸은 엄마를 병원에 데리고 가고 밥을 함께 먹고 커피를 함께 마시며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마음 속에선 서로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있지만, 마음 밖으론 쉽사리 나아가지는 못한다. 때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 각자의 곤란함을 겪으면서도 서로를 위해 마음을 쓰는 그들의 모습이 아름다우면서 마음이 조금 아팠다.
안녕이라 그랬어.
영어 대화 어플을 통해서 만나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내가 겪었던 몇몇 만남과 이별에 관한 이야기가 연결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안녕의 의미를 곱씹으며 사람에서 어떤 사람들과 시간을 떠나보내는 이별의 아쉬움을 드러내는 이야기이다. 간단한 대화 속에서 깊은 마음이 오고 간다. 그 여운이 결코 짧지 않다.
빗방울처럼
전세사기로 격무에 시달리던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난 후. 지수는 절망에 빠진다. 그리곤 이세상을 떠날 것을 결심한다. 하지만 어느 날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자신을 살리려는 남편의 말처럼 들린다. 마지막을 결심한 순간 지수의 곁을 스쳐갔던 다정한 사람들 그녀가 세상을 떠나지 않기를 바랐다. 마음이 아린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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