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에 머물던 은하는 부모님이 아프셔서 떠나게 된다. 처음에 이루고자 했던 원대했던 포부는 사라지고 초라한 현실 앞에서 은하는 이것이 현실인지 실감하지 못한다. 영화는 은하가 베를린을 떠나기 전의 일들을 기록한다.
또 다른 인물은 이제 막 베를린 생활을 시작하려는 윤정입니다. 그녀의 모습 속에서 은하는 이제 막 베를린에 첫발을 내딛던 그 시절을 기억하고, 질투한다. 이때 사람들에게 보여지고 싶은 자신의 모습과 그렇지 못한 그못난 마음이 충돌한다. 너무도 인간적이고 현실적인 느낌이었다.
영화는 덤덤하고 꾸밈없이 보여주지만 섬세하게 그녀의 행적을 따른다. 얼핏 보기에 쉬울 것 같지만, 이런 감성을 표현해내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정재원 배우의 연기는 특별하다. 마치 실재의 모습처럼 영화가 촬영된 베를린을 머물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헛헛함, 아쉬움, 우울함, 억울함, 안타까움 다양한 감정들이 영화 속에 담겨 있다.
영화를 보고 난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그녀는 영화의 제목처럼 베를린을 떠나며 꽃을 산다. 사람은 언제나 자신이 오래도록 머물던 곳을 잊지 못한다. 아마도 그녀는 베를린을 기억하고 꿈에서 다시 돌아오기도 할 것이다. 한국을 떠났던 사람들의 마음은 어떨까. 그리고 다시 돌아오는 그 마음까지 헤아려볼 수 있는 섬세한 연출이 인상적인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