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을 읽었다. 이 책은 오래 전부터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아쉽게도 기회가 오질 않았다. 그러다 최근 잇다른 산재사고를 보고 읽어봐야 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읽게 되었다. 첫 장을 읽고서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사회의 가장 낮은 곳에서 힘든 일을 떠맡다 죽음을 맞아야 했던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건 결코 쉬운일이 아니었다. 거대한 사회 구조의 제일 낮은 곳에 위치했던 아이를 떠올리니.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의 부품이 되어야 했던 아이를 떠올릴 수 밖에 없었다.
이 책은 아이들이 겪었던 사건에 대한 이야기. 이를 겪었던 부모의 이야기. 사건을 맡았던 노무사와 특성화고교 선생님의 이야기. 그리고 특성화고의 학생과 졸업생들에 대한 이야기로 구성되어서. 특성화고교 실습생들의 산재 사고에 대한 이야기를 다양한 시선에서 바라보고 있다. 아쉬운 것은 이 책에서 죽은 아이들의 목소리만은 실리지 못했다. 그리고 가해자와 사측의 반성의 목소리가 적히지 않았다는 것이 분노를 유발한다.
부모의 목소리는 절절하고, 가슴 아팠다. 피해자다움을 요구하는 세상에 그들의 진실된 목소리를 듣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었다. 담당 노무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사회에 특성화고교 실습생들에 대한 현실이 얼마나 열악하고 보호장치가 없는지 그 현실을 실감하게 되었고, 선생님의 이야기를 통해서도 아이들을 보호하지 못하는 선생님들과 특성화 고교의 구조적 문제를 바라볼 수 있었다. 졸업생과 학생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그들의 생활과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어떤 부분에선 나아지고 있었지만, 그 속도가 너무 더디고 느렸다.
안타깝고 마음아프고, 분노하게 되었던 점은 이들이 아직 성인이 아닌 아이들이라는 점이다. 그런 아이들이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을 이용하는 사회 구조와 어른들의 나쁜 심보가 너무하다 싶었다. 산재 사고는 비단 아이들의 일만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산재사고 1위 국가라는 오명을 떠안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이 차지하는 지위와는 너무도 동떨어진 후진적인 노동환경이 아닌가 싶다. 그 중에서 가장 약한 아이들의 미래와 현재를 걱정하게 되었다.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지고 변화를 이끌어가는 것이 이 사회의 어른으로서의 역할이 아닌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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