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한 이시봉의 짧고 투쟁없는 삶을 읽었습니다. 인간이 한 존재를 이토록 사랑할 수 있는 지에 대한 의문을 던지는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랑이란 어쩌면 너무도 사소하고 당연해서 어떤 위기나 어려움이 찾아오지 않는 한 실감하기 어려운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나는 세상을 떠난 아버지가 남긴 강아지와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강아지의 이름은 이시봉입니다. 강아지는 그의 가족과 친구들까지를 엮는 소중한 존재입니다. 하지만 너무 가까이 있어서 그 소중함을 알지 못했죠. 하지만 커다란 위기가 찾아오고 비로소 나는 이시봉의 존재를 너무도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비숑프리제의 역사를 들고 오며, 강아지를 사랑하고 지키고자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한편.
강아지를 소유물로 여기고, 강아지를 사랑하는 것처럼, 겉모습을 위장하는 인물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레 그들은 본색을 드러내곤 하죠. 그들은 강아지 뿐 아니라. 진심으로 누군가를 사랑하는 능력이 결여되어 있는 인물들이었습니다. 어쩌면 소설은 강아지 뿐 아니라. 어떤 존재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에 대해 묻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강아지 이시봉을 구하기 위한 여정은 인물들에게 큰 상처를 안기지만, 결국 성공적으로 이어집니다. 누군가를 사랑하지 못하고, 미워하고 소유하려던 악한은 결국 나쁜 결말을 맺고 말죠. 소설의 제목처럼 이시봉은 투쟁을 하지 않지만, 수 많은 위기와 상처를 겪어냅니다. 소설의 제목은 역설적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500페이지라는 결코 짧지 않는 분량의 소설이지만, 몰입감과 읽는 재미가 더해져. 한 번 책장을 여는 순간 끝까지 볼 수 밖에 없었던 소설이었던 것 같습니다. 동물을 사랑하는, 혹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가슴 깊은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라 생각합니다. 기회가 되시면 꼭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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