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드라마에서 손녀는 할머니에게 말했다.
"달이 백 개…"
그리고 항구는 분주히 움직였고 기어이 시커먼 밤 바다에 달을 띄우기 시작했다. 폭풍우가 지나간 끝자리에 달도, 별도 하나도 없는, 그래서 하늘도 바다도 모두 시커멓게 바뀌어 어느 것이 하늘이고 바다인지 구분도 하지 못하게 되어버린 그런 바다에 기어이 기어이 달 백 개를 띄웠다.
손녀는 울며 빌었다. 아빠가 다시 살아나길 빌었다.
그리고 그런 손녀를 바라보던 할머니도 울었다.
마음 속으로 거세게, 더욱 거세게 울었다. 이 모든 상황이 모두 자신의 운명 때문에 벌어졌다는 듯이, 그래서 그 운명의 굴레에서 기필고 이번만큼은 벗어나고 싶다는 듯이 거세게 울었다.
그리고 기적이 일어났다. 정성스레 보름달 하나에 빌어오던 기원이 백 배가 되어서일까.
어느 여름날 제주 바다에는 또 그렇게 백 개, 아니 그 이상의 달이 떴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이후에 제주를 다니는 여름밤이면 비행기에서 내려다보이는 그 수많은 불빛들을 볼 때마다 그 불빛의 수만큼이나 그 장면이 자꾸만 떠오른다. 누구보다 간절한 이들, 힘 없는 이들의 소망을 빌어온 대상은 언제나 달이었다.
무서운 더위를 내뿜던 여름이 다 지나간 모양입니다. 모두의 소망이 동화처럼 하나씩 모두 이루어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