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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피 Nov 16. 2023

탁구가 늘지 않는 사정

조목조목 자아성찰



실력이 오르지 않는다.



낼모레 함안 대회를 앞두고 진단해 본다. 간만의 대회가 코앞에 왔는데 나는 정체기에 빠졌다. 이른바 혼란기다. 뾰족뾰족한 실력의 틈새를 메꾸는 중이랄까. 끝이 뾰족할 때면 깜짝 성적을 내기도 하지만 끝이 움푹 들어갈 때면 깜짝 패를 당하기도 한다. 예상외의 승리와 예상외의 패배. 어떤 게 더 임팩트가 있을까. 실력이 일직선으로 곧지 않고 들쭉날쭉하다. 이럴 때 드는 생각. 움푹 들어갔을 때의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면 어쩌지? 맨얼굴을 들키면 안 되는데, 속살을 보이면 안 되는데, 치부를 보이면 안 되는데, 어떻게든 감추려고 몸부림친다는 거다. 일단 피하고 싶은 상대를 피한다. 문제는 피하고픈 상대가 점점 늘어난다는 거다. 부스럼은 햇볕에 내놓아야 치유된다. 옷 속에, 붕대 속에, 머리칼 속에 감춘다고 해결되는 게 아냐. 크질 뿐이지. 짜고 지지고 내놓아야 치료된다. 움푹 들어간 부위에 속살을 채워야 한다. 


대회를 앞두고 드는 생각.


그동안 탁구 친 구력이 얼만데?

컨디션만 좋으면 잘 되지 않을까?

공이 오는 유형이 잘 맞는 상대를 만나면?

토너먼트 라인만 잘 타면?

대진운이 따르면?


그러면 4강에 갈 수 있을지도?

어쩌면 우승까지?

나 오늘 사고 치는 건 아닐까? 

하는데 현실은......

예선에서 피똥 싸고 본선에서 조기탈락!



뭐가 문제일까?



파워 드라이브.

연습할 때는 나름 잘 된다. 5개 10개씩 반복해서 잘도 걸린다. 이렇게만 치면 게임에서는 아무도 받지 못할거야, 라고 만족하는데 정작 게임에서는 잊어버리고 망각 상태로 소녀 드라이브를 건다. 왜 자꾸 까먹지? 왜 연습이랑 따로 놀지? 하나하나 복기해 본다. 커트를 루프드라이브로 올린다. 상대가 따닥 박자로 리턴한다. 이때 공이 높으면 스매싱한다. 그건 괜찮은데 낮으면 어정쩡하게 넘겨주게 되네? 돌이켜보면 바로 그 공을 걸어야 하는 것이다. 탁구대 위로 높게 뜨지 않아도 그 공이 찬스볼인데 바보같이 찬스볼임을 알아보지 못하고 상대에게 찬스볼을 던져주는 격이다. 스매싱 아니면 안 되는 건가? 내게는 드라이브도 있는데... 연습할 때는 공이 가는 길을 보고 건다. 반면 게임할 때는 높이만 본다. 파워 드라이브는 높이에 좌우받지 않는다. 루프를 걸고 돌아오는 공이기에 하회전이 아니다. 따라서 높든 낮든 걸 수 있어야 한다. 공높이를 보지 말고 공이 뻗어갈 네트 너머로의 직선. 그 길을 보고 걸어야 해. 연습이 실제로 연결되는 연습을 하자.



튀는 서브

나는 튀는 서브에 리시브가 마비된다. 같은 모션으로 튀는 서브와 횡회전, 너클을 섞어버리면 멘털이 붕괴된다. 커트와 너클을 섞으면 그나마 좀 나은데, 너클과 전진 회전을 섞으면 그야말로 무아지경에 빠진다. 이 놈의 리시브. 좀 더 공격적으로 덮고 리시브도 한방을 노리며 공격적으로 하자.



맨날 지는 상대를 피한다.

특히 핌플을 싫어한다. 그리고 나름 라이벌이라 생각하는 이를 피한다. 괜스레 졌다가는 다음에 이길 때까지 열등의식에 빠질까 두려워서다. 거기다 고수를 피한다. 피하고서는 다음에 도전해야지 하고 넘긴다. 어려운 상대, 고수에게 계속 도전해야 한다. 매일 질수록 더 강해진다. 질 때마다 생기는 상처에 새살이 돋아난다. 그때마다 업데이트가 되어야지, 늘 예전 버전으로 멈춘 탁구를 하면 안 돼. 시간이 지났는데 왜 더 안 좋아졌죠?  



관장님이 말했다.

"꾸준히 탁구 치다 보면 다 올라오게 되어있다. 지금은 탁구장 사람들 실력이 다 같이 오르는 거라 피부로 못 느끼지만 세월이 흐르면 자연스레 저만치 올라가 있지."



일주일에 4일 이상 출근한다. 

탁구장에 들어가 몸 풀고 게임한다. 질 때도 있고 이길 때도 있다. 계속 이기는 날도 있고 전부 패하기만 하는 날도 있다. 왔다 갔다 한다. 이기는 날이 많을 때도 있고 지는 날이 연속될 때도 있다. 아주 조금씩 이니마 점진적 우상향이길 가늠해보곤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이 들어간다. 순발력도 떨어지고 무릎도 아프다. 체력이 따라주질 않는다. 어쩌면 우하향일지도 몰라. 아니면 나만 제자리고 남들만 올라가는지도 모르지. 지는 날이 길어질 때면 불안감이 가슴에서 춤 춘다. 이제 한계야. 그만해. 즐탁 할 시간이야. 승부에 연연하지 마. 지더라도 낙심하지 마. 슬퍼하지 마. 알아. 아는데... "잘 쳤습니다" 하고 가볍게 인사하고 돌아서지만 그때마다 드는 생각. 이상하다. 왜 안 됐지? 왜 또 졌지? 좀 더 과감하게 공격할걸, 하는 후회가 남고 이렇게 저렇게 쳤으면 어땠을까? 다음에 만나면 해봐야지 하는 다짐이 남는다. 먼저 공격하지 못하고 수비만 하다 진 날에는 먼저 공격해 봐야지 하는 생각이 들고 리시브로 커트만 대다 승리를 헌납한 날에는 조금이라도 거는(상회전으로) 리시브로 바꿔봐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



게임이 끝나면 생각하고 실행하고 모색한다. 

그렇게 시간이 간다. 안주하지 못하는 체질. 게임방식이 고정되지 않았다. 아직은 아니다. 늘 바뀌는 타입. 생각대로 적용하고 고쳐본다. 그렇게 하나씩 배운다. 그게 재밌다. 재미있는 게임을 위해. 속살을 채우는 과정에 아픔이 없을 수가 없다. 도려내고 찢어서 상처를 드러내는 과정. 다시 서브를 연습하고 3구 5구 공격을 다듬는다. 상대의 다양한 서브에 휘둘리지 않게 나만의 리시브를 준비한다. 지금은 경험치를 쌓는 시간. 



햇볕에 맨얼굴을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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