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두부 한모와
김치 몇 조각으로 때우고 자전거를 타고 낙동강변으로 달린다.
자전거를 어느 기둥에 매어 두고 맨발로 4킬로미터를 걷는다.
송골송골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힌다.
중간쯤 걷노라면 반대편 강변 음악분수 쇼에선 조용필의 친구여 라는 노래가 찬란한 불빛과 함께 내 귀를 간지럽힌다.
가끔씩 강바람이 불어올 땐 강 내음이 내 콧구멍도 벌렁벌렁 훌쩍거리게 한다.
폭신한 발바닥은 걸음을 재촉한다.
ㅡ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집 다오ㅡ
모래를 밟으면 어릴 적 냇가에서 놀던 때가 생각난다.
검정고무신에 피라미 두 마리 잡아놓고 우리는 자연을 벗 삼아 이리저리 뛰고 놀았다.
해거름이 질 때면 멀리간 소를 찾아 나선다.
누가 운동을 해라고 가르쳐주지 않아도 저절로 운동이 된다.
온 식구가 밥상머리에 둘러앉아 저녁을 먹으면 꿀맛이 따로 없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은 이 마을 저 모퉁이 돌아 창녕에서 남강과 합류하여 김해평야 질러서 부산 앞바다까지
흘러가겠지.
어느덧 낙강과 동강이 만나는 낙동강 시발점을 돈다.
반환점을 돌 적에 우우우 부부부 소리가 난다.
낙강물과 동강물이 합쳐져서 좋아라 손뼉 치고 얼싸안으며 환호하는 소리다.
한 시간가량 걷고 나면 누가 자장가를 불러주지 않아도 꿀잠이다.
가끔씩은 눈살 찌푸리는 것도 보인다.
강아지 산책시킨다고 개를 데리고 나와서 사람과 같이 맨발 걷기를 한다.
개는 운동하면 거의 오줌똥을 배설한다.
내가 개똥을 맨발로 밟는 것은 괜찮으나 당신 딸이 밟으면 어쩌나 더럽다고 침을 뱉겠지. 어휴~
민소매와 반팬츠 차림의 숙녀가 빠른 걸음으로 다가온다.
어디선가 전화벨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그녀는 주머니가 아닌 팬츠 속에서 휴대폰을 꺼내더니 뭐라 뭐라
통화하면서 지나간다.
역시 젊음이 좋다.
희한하다.
맨발 걷기가 끝난 후 운동화를 신어보면 발걸음이 폭신하고 사뿐하게 느껴진다.
다음 일요일엔 동해안 고래불 해수욕장 모래 위를 맨발로 걸어 봐야지.
서산대사가 눈 길 걸을 때 뒷사람이 잘 따라오도록 갈팡질팡 걷지 마라고 했는데 나는 이리저리 걷고 싶다.
나만 삿된 것일까?
괜찮아 파도가 내 발자국을 싹 지워주니까.
소금물을 머금은 바닷모래를 실컷 밟아 봐야지.
끼륵끼륵 철썩 갈매기와 파도소릴 들으면서~
안동 낙동강변에서.
쓴이 (최정화 1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