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화 1955)
낙동강변 풀섶에는 오늘도 어김없이 가을 풀벌레들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귀뚜라미는 가을이 왔다고 우는 것이 아니라 시와 때를 맞춰 짝짓기 해서 후세를 남겨야 하니까 늦기 전에
신붓감이 나타나라고 합창지르고 잔치 벌이는 소리다.
귀뚜라미가 귀뚤귀뚤 소리내면 풀무치 여치베짱이 방아깨비 땅강아지도 저마다 신붓감인 새색시 오라고 소리 지른다.
나 여기 있다.
젊고 예쁜 색시야 내게로 오너라.
나와 인연 맺어 나하고 혼사 치르자며 서로 서로 노래 불러요.
빛으로 교신하는 반딧불이도 이따금 날아다니고 작고 낮은 목소리로 시끄럽고 높은 목소리로 목청껏 불러 댄다.
번식 위해 수컷 풀벌레는 노랠 부르다가 목숨을 건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때도 있다.
천적을 불러들여 자신의 세레나데가 죽음을 부르는 노래가 될 때도 있다.
사람인 내가 풀벌레향연 곳으로 어슬렁 갈 테면 내가 신부인 줄 알고 더욱 힘차게 목놓아 부른다.
애기뿔 소똥구리는 열성으로 일을 한다.
풀벌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가 어우러져 밤새도록 향연을 한다.
오케스트라는 때론 웅장하기도 하다.
찌르르르 또르르르 정겨운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걷는다.
청둥오리도 물가에 나타나 귀를 쫑긋 거린다.
가을밤의 강변은 나를 포근히 감싸준다.
나도 오늘밤
노래를 불러 봐야지.
숨었던 색시가 사뿐히
찾아올는지...
20240904
안동낙동강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