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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주보기 Dec 30. 2018

Merkava Mk4 lib 제작기

역시 초보라는 한계를 많이 느끼게 한 작품

지난번 'm551 쉐리단 걸프전 버전'을 제작하고선 당분간 프라모델 조립은 안 할 것 같다고 했는데, 또 하고야 말았다.  특정 이미지에 꽂히면 정신없이 빠져드는 경향이 있어서 이번에도 아래 이미지에 꽂혀서 당분간 안 할 것 같았던 프라모델 제작을 하고야 말았다.


외국 사이트에 발견한 Merkava  일러스트,  이 이미지 때문에 또다시 프라모델을 제작하게 되었다.




이 번에 제작하게 된 키트는 아카데미에서 나온 'Merkava Mk4 Lic'이다.

Merkava는 이스라엘에서 오랜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자체 제작한 탱크라고 한다.  Mk1부터 시작해서 현재는 Mk4까지 개량된 전차로,  통상 3.5세대 또는 그 보다는 발전했지만 4.0세대라 하기엔 애매해서 3.75세대 탱크라고 일컬어진다.


Merkava는 외형이 매우 특이하다. 특히 mk4 버전에서는 포탑 모양이 외계행성 UFO 같은 모양을 하고 있어서 그 어떤 세계의 다른 탱크와도 확연하게 구별된다.  외형뿐만 아니라 구조적인 측면에서도 전차 승무원의 안전을 위해 탱크 엔진이 전면에 위치하고 있어서 탱크가 피탄 되어 멈추더라도 승무원은 안전할 수 있도록 하였고,  특히 뒤면에 별도의 출입구가 있어서 승무원이 안전하게 탈출할 수 있도록 하였다.




Merkava를 제작하기로 마음먹고  키트를 선택함에 있어서 여러가지를 고려했는데,  가장 최근 모델이면서도 미끄럼 방지를 위해 모래를 뿌린 코팅 표현이 제대로 된 아카데미의 'Merkava Mk4 Lic' 버전을 선택했다.


키트 선택 후 가장 크게 고민한 부분은 기본 도색이었다.

이스라엘은 자국 군용 무기의 보호색으로 '시나이그레이'라는 색을 차용하고 있는데, 이 놈의 색깔이 매우 묘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그린색 같기도 하고,  또 어떻게 보면 사막색 같기도 하고,  또 회색처럼 보이는 경우도 있다.  

'시나이그레이' 는 어떤 경우엔 사막색으로, 어떤 경우엔 그린색으로 또는 회색으로 보일때도 있다.


프라모델 도색 초보자이자, 앞으로도 전문적으로 할 생각은 없어서 값비싼 에어브러시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에어브러시를 이용해야만 하는 군제 락카 '시나이그레이' 도료는 이용할 수 없었고,  캔스프레이를 이용해서 기본 도색을 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고민이 컸다.


그러다가 어느 블로거에서 캔스프레이 '올리브드랍'과 '다크옐로우'를 썩어서 시나이그레이 색을 흉내 내었다는 글을 보고 직접 블로거에서 방법을 문의했다.  방법은 서페이스를 뿌린 상태에서 '올리브드랍'을 기본색으로 깔아주고, 올리브드랍이 마르기 전에 다크옐로우를 올리브드랍색이 잘 올라오도록 진하지 않게 뿌려주는 것이었다.  말은 쉬웠지만, 완전 초보라 감은 안 왔는데... 키트를 망친다는 각오로 위의 방법데로 캔스프레이를 뿌려주어서  간신히 비슷하게 흉내를 내게 되었다.


캔스프레이 '올리브드랍'과 '다크엘로우'를 섰어서 '시나이그레이' 색을 흉내내었는데...어찌 좀 비슷한가?



 

이번에 Merkava 제작을 하면서 초보로서의 실력의 한계를 많이 느꼈다.

전문가들의 키트 소개문에선 초보자도 편하게 조립할 수 있는 무난한 키트라고 소개가 되어 있었는데,  지난번 'm551 쉐리단'과는 틀리게 개인적으로는 조립과 도색에서 많은 한계를 느끼게 한 키트였다.


Merkava Mk4 Lic 버전을 조립하면서 느낀 어려움 중 대표적인 것을 꼽자면...

포탑 뒷면의 쇠사슬 표현을 한 에칭 부품의 조립
처음으로 경험한 반연결식 플라스틱 궤도
부품의 품질문제인지 나의 실력 문제인지 모르겠던 습식데칼 부착 문제

등 이었다.


포탑 뒷면의 쇠사슬 표현을 한 에칭 부품의 조립
Merkava 포탑 뒷면의 쇠사슬은 다른 탱크에서는 볼 수 없는 Merkava 만의 외형적 특징인데,  오랜 실전 경험의 산물이다.  주로 탱크 뒤에서 공격해 오는 겔릴라의 로켓포 공격에서 포탑과 차제 사이의 취약점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근데, 이 것을 표현한 키트에서는 아주 약한 금속 에칭 부품과 파트에 붙어 있는 반구모양의 작은 부품을 칼로 떼어내어 양쪽으로 하나하나 붙여줘야 하는데...이것이 개인적으로는 인내의 한계를 느끼게 하는 작업이었다.  간신히 대략 흉내는 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엉망으로 작업을 완료한 부품이었다.

메르카바 탱크의 외형적 특징인 쇠사슬 체인
금속 에칭 부품과 반구 모양의 부품을 떼어내어 제작하는 방법을 설명한 설명서 ㅜㅜ



처음으로 연결한 반연결식 궤도 조립
그 동안 전차의 궤도는 고무수지로 되어 있는 연질궤도만 경험을 했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반연결식 궤도 조립을 경험했다.  반연결식 궤도는 상단과 하단은 궤도가 조립되어 있지만 곡선 모양으로 꺾이는 부분의 궤도는 궤도 부품 하나하나를 조립해 붙히고 그걸 연결하는 형태이다.
근데, 부품  하나하나를 연결하는 작업도 힘들었지만, 모든 궤도 부품을 연결하는 마지막 작업에서 빡빡한 궤도가 접착이 안되어 마무리가 안되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그럭저럭 노란밴드고무줄을 이용해 간신히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간신히 연결한 궤도의 모습


습식데칼 부착 문제
조립과 도색을 거의 완성한 단계에서 데칼을 붙이는 작업을 했다.  Merkava의 데칼은 습식데칼로 물에 불려서 자체에 붙이는 형태인데...물에 아무리 불려도 데칼이 종이에서 분리되지가 않아서 고생을 많이 했다.  결국 일부 데칼은 찢어지기도 했다.  간신히 붙였지만 비닐 형태가 드러날 정도로 허술하게 붙은 경우도 있었다. 나중에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우리나라 데칼 제작 기술이 아직도 80년대 수준이라는 글을 보긴 했는데, 아무튼 남들은 잘 붙이는 데칼을 못 붙였으니 이것도 내 실력일 것이다.

데칼을 엉터리로 붙혀서 비닐형태가 다 드러난 모습 ㅜㅜ




아무튼,  이런저런 부족하고 어려운 부분이 많았으나 도색까지 완료한 나의 두 번째 프라모델 작품이 완성되었다.  




프라모델을 조립하고 도색하면서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많이 습득하였다.

(인터넷이 없었다면 감히 어찌 도색까지 도전했을까?)

그러면서 알게 된 여러 전문가들의 작품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조립하면 좋겠다는 욕심이 생기기도 하였다.  하지만, 역시 실력은 그냥 생기는 게 아니었다.  다 수많은 시간과 노력을 통해서 얻어진 것이다.


'Merkava Mk4 Lic' 키트는 겨우 1,2개 조립하면서 대책 없는 자신감만 생겼던 나를 돌아보게 하였다.  나의 실력과 노력하고자 하는 열의 수준에서 전문가들의 작품을 흉내 내려 했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것이었다.


사실, 앞으로도 프라모델 조립은 자주 할 것 같지는 않다. 나는 전문가가 되려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이 정도 수준에서 재미로 즐기는 수준으로 프라모델을 할 것이다.  그때 나의 수준을 깨닫고 충분히 즐길 수 있을 정도로만 노력을 기울이고자 한다.


'취미'의 영역에서 나를 항상 즐겁게 해 줄 정도로 딱 그 정도로만...


'Merkava Mk4 Lic'는 이걸 나에게 느끼게 해 준 키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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