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과학 중에서도 생물과 화학 분야는 내가 제일 싫어했던 기억이 가득하다. 기억을 더듬어 보자면 고등학생 시절에 나는 원소주기율표를 외우다 과학과의 이별을 선택했던 것 같다... 친구들은 노래까지 불러대며 척척 잘 외웠는데, 도통 나는 잘 외워지지가 않았고 끝내 과학에게 이별을 고하고야 말았다.
아무튼 그런 나도 테스토스테론은 남성호르몬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호르몬의 이름만 알고 있었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에 테스토스테론의 진실을 읽게 되면서 어쩌면 사람을 포함하여 모든 포유류는 테스토스테론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꽤나 흥미로운 내용들로 테스토스테론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들을 배울 수 있었다.
제일 흥미가 있었던 부분은 붉은 사슴에 대한 이야기이다. 붉은 사슴은 수사슴끼리 뿔을 이용하여 서로 싸움을 벌이고는 하는데, 이 싸움으로 붉은 사슴들은 서열을 정하고 자신의 영역과 암사슴들을 거느리게 된다.
대부분의 수컷 포유류들은 붉은 사슴과 같이 서열 싸움을 하는데, 비단 붉은 사슴뿐만 아니라 우리 인간들도 남성끼리 시비가 많고 싸움을 하게 되는 이유가 이와 같은 서열 싸움이라는 것을 알게 되니, 왜 그렇게 주변에 남자들끼리의 육체적인 싸움이 많았었는지,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어쩌면 현대사회에서 인간의 서열은 꼭 신체적인 능력으로만 정해지지 않는 것 같고, 테스토스테론 분비를 적게 해 소비적인 싸움을 줄이고 자기 계발에 힘쓰는 편이 더 현명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도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늘린 도마뱀은 자신의 영역을 과도하게 넓히다 단명하는 것으로 나온다.
또 책에서 남성의 성관계 욕구가 더 높고, 다양한 상대와 성관계를 맺으려는 성향이 더 강하다는 주장을 게이와 레즈비언의 성관계 특성을 설명하면서 전개하였는데, 게이의 성관계 특성을 레즈비언과 비교하면 게이가 더 다양한 상대와 성관계를 맺고자 하는 특성이 있는데 이는 게이의 특성이 아니라, 남성의 특성이라는 것이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뿐만 아니라 성과 관련해 통념적으로 알고만 있던 것들을 이렇게 구체적인 실험과 데이터들을 통해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부분들이 좋았다.
그리고 또 책에서 여성 육상선수 모크가디 캐스터 세메냐의 얘기가 나오는데, 여성인 세메냐는 다른 여성 육상 선수들 보다도 뛰어난 신체로 압도적인 차이를 보이며 많은 대회의 금메달을 거머쥐게 된다.
이에 국제육상경기연맹은 세메냐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인위적으로 낮춰야 육상경기에 진출할 수 있게 하는 새로운 기준을 도입해서 제재하게 되는데, 생물학적으로 여성이지만 제재를 받아 경기에 출전해야 하는 세메냐가 안타까웠고, 어쩌면 우리가 구분한 여성과 남성이라는 기준도 간성인 사람들도 있기에 내분비학적으로 테스토스테론과 관련해서 다르게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책 초반부에는 테스토스테론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며 과거 거세와 관련한 이야기도 있었는데, 묘사가 너무 사실적이어서 읽을 때 잠이 다 깰 정도로 충격이 컸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나는 과연 테스토스테론이 많은 사람일까? 나는사춘기 때 테스토스테론이 충분히 분비되어 충분한 성장을 한 것일까? 하는 궁금증도 생겼고, 책의 후반부에 들어서는 정이든 수업의 종강이 얼마 남지 않은 듯한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테스토스테론을 중점적으로 연구한 전문가가 알려주는 테스토스테론의 모든 것이 담긴 책, 아직도 관련 연구가 계속해서 진행 중이지만 우리 신체와 정신에 영향을 미치는 호르몬을 알게 되어 좋았고,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좀 더 깊이 생물학적으로이해할 수 있는 눈이 또 하나 생긴 것 같다.
마지막으로 신박사님이 극찬하셨던, 저자의 명문장으로 서평을 마무리해 본다.
우리를 빚어가는 힘을 더 많이 알아갈수록 우리의 행동 방식에 대한 통제력이 더 많이 생긴다.(262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