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폴찬 Jul 06. 2024

쾌락과 중독의 시대, 해독제가 필요하다면

《도파민네이션》을 읽고

《도파민네이션》(Dopamine Nation, 애나 렘키 지음, 김두완 옮김, 흐름출판 출판, 2022)

저자인 애나 렘키는 스탠퍼드대학교 의과대학 정신의학, 중독의학 교수이자 스탠퍼드 중독치료센터 소장이다.  


책의 주된 내용은 저자가 정신의학 상담치료를 진행한 환자들의 치료과정과 저자의 사례를 바탕으로 도파민, 쾌락, 고통의 메커니즘 그리고 중독 상태에서 벗어나는 해결책을 설명해주고 있다.


저자는 신경과학자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도파민을 중심으로 중독을 설명한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도파민은 신경전달물질로 특정 행동이나 약물의 중독 가능성을 측정하는 지표로 쓰인다. 그리고 어떤 약물이나 행동이 뇌의 보상 경로에서 도파민을 더 많이 분비하게 할수록 그 중독성이 높다고 평가된다.


책의 제목이 《도파민네이션》인 이유는 아래 책에서 나온 문장으로 쉽게 알 수 있다.


건조기후에 살아가는 선인장이 열대우림에 던져진 것처럼 우리는 과도한 도파민에 둘러싸인 환경에 살고 있다.

결과적으로 지금의 우리는 더 많은 보상을 얻어야 쾌감을 느끼고, 상처가 덜하더라도 고통을 느낀다.
《도파민네이션》, 88P


저자의 말처럼 현재 우리는 과도한 도파민을 불러일으키는 환경 속에 살고 있기 때문에 책 제목을 '도파민+네이션(nation, 국가)'으로 표현한 것 같다.






1부. 쾌락과 고통의 이중주


저자는 책에서 쾌락과 고통은 뇌의 같은 부분에서 처리되며, 우리의 쾌락과 고통의 작용을 '저울'에 빗대어 설명한다.



저울원리


우리의 뇌는 쾌락과 고통을 저울 양끝에 놓인 추처럼 여기고, 저울의 평형을 유지하려는 향상성이 있기 때문에 쾌락을 느낀 후 그만큼의 고통이 따라온다고 설명한다.


즉 우리 뇌의 저울이 어떤 자극에 의해 쾌락 쪽으로 기울어졌다면 다시 평형으로 돌아와 고통 쪽으로 기울어진다는 말이다.  


책에서 그림으로 설명한 저울원리(이해가 쉽다)
고통에 잠식된 그림(생각만으로 끔찍하다)


당연한 얘기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저울원리에는 한 가지 무서운 비밀이 숨어 있다.


바로 '신경적응'이다.  


신경적응이란 어떤 쾌락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그 내성이 생겨 초기보다 만족감이 낮아지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신경적응 때문에 초기 쾌락의 정도를 얻기 위해 더 많은 자극을 필요로 하게 되며 저울원리에 의해 고통 또한 점점 더 커지게 되어 결국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더 많은 쾌락을 추구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악순환은 중독 상태에 이르게 한다.

 

어느 시대에도 중독이 있었겠지만, 너무나 손쉽게 소셜미디어, 숏폼 플랫폼, 쇼핑, 자극적인 영상물, 자극적인 음식 등에 접근할 수 있는 요즘이 가장 중독에 취약한 때라고 생각한다.


현대 과학의 발전으로 그 어느 시대보다 풍족하고 안전한 생활을 누리고 있는 현인류이지만, 안락함과 쾌락만을 맹목적으로 쫓은 탓일까 그만큼 우울감에 빠지거나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을 주위에서 자주 접하게 된다.






2부. 중독과 구속의 딜레마 


저자는 중독과 쾌락에 대해 설명하는 것에 더해 중독을 들여다보는 방법을  DOPAMINE(도파민)의 철자를 딴 7가지 단계로 제시한다.


그 7단계는 책의 목차와 같이


D는 Data(데이터) : 너 자신을 알라

O는 Objectives(목적) : 핑계 없는 무덤 없다

P는 Problems(문제) : 중독의 악영향을 찾아라

A는 Abstinence(절제) : 30일의 인내

M은 Mindfulness (마음챙김) : 고통 들여다보기

I는 Insight(통찰) : 진짜 나와 대면하기

N은 Next step(다음단계) : 중독 대상과 새로운 관계 맺기

E는 Experiment(실험) : 중독과 친구가 되는 법


로 구성되어 있다. 자신이 무언가에 중독된 것 같다면 위 부분을 읽고 자신의 상황을 대입하여 점검해 보면 좋겠다.






제3부. 탐닉의 시대에서 균형 찾기


책의 3부 '탐닉의 시대에서 균형 찾기'에서는 고통을 마주하기, 솔직해지기, 수치심에 대해 얘기하며 중독을 벗어나는 해결책을 알려준다.



고통을 마주하기


저자는 고통을 마주하고, 고통에 대해 더 잘 알게 되면 쾌락과 고통의 균형을 더 쉽게 맞출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저울원리가 반대로도 적용됨을 설명하는데, 쾌락보다 먼저 고통을 택하면 이후에 쾌락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찬물 샤워와 러너스하이,

무서운 영화를 보면 찾아오는 카타르시스,

격한 운동 후 오는 쾌감이 그 예라고 설명하였다.



고진감래, 고생 끝에 낙이 온다.


필자는 저울원리를 듣고 충동적인 선택과 행동은 쾌락을 불러오지만, 그만큼의 대가와 고통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 그리고 반대로 하기 싫고 고통스러운 선택하고 행동하면 어떤 형태로든 보상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에 더 나아가 쾌락적인 것은 충동적이고, 고통스러운 것은 의식적이라는 생각이 떠올라


매 순간 의식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기 위해 애써야겠다고 다짐했다.



조금만 더 옆길로 새보자면 '선은 아무리 작은 선이라도 행하고, 악은 아무리 작은 악이라도 행하지 말라'는 말도 떠올랐다.


고통스럽지만 의식적이다.

충동적이고 쾌락적이다.


아무리 작은 악이라도 행하지 않게 항상 깨어있도록 노력하자.



해독제


서평을 쓰며 도파민이 창궐한 시대에 충동적으로 살지 않고 의식적으로 살아가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으로 '독서'를 자신 있게 권한다.


의식적이고 적극적으로 저자와 소통하며 정보를 얻는 독서는 익숙하지 않다면 상당히 고통스러운 활동이다.


그러나 그 고통을 이겨내고 책을 끝까지 정독한 후 책을 덮을 때의 그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글을 마치며


책 제목처럼 도파민이 가득한 세상에서 중독과 무관한 삶을 살기란 쉽지 않다.


현대 사회가 도파민과 쾌락으로 점철되어 있다면 도파민과 쾌락의 정체를 확실히 파악해서 내 상태를 점검하고, 지혜롭게 중독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숙지하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충동적이 아닌 의식적인 삶을 살고 싶은 분들께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게으른 나를 일으켜준 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