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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 Baek 백산 Aug 26. 2023

공중도덕 O 봉사/기부 X

폐 끼치기도 싫지만, 손해 보며 도울 마음도 없다 

쓰레기 버리지 않고 남의 물건 탐하지 않고


한국사람들은 어떻게 길거리에 쓰레기도 안 버리고 카페에서 물건도 안 가져가나요? 유럽에서 카페에 컴퓨터를 놔두고 잠시 화장실을 가거나 용무를 보는 건 상상도 못 할 일이에요. 길거리에 쓰레기 버리는 사람 하나 없는 것도 너무 놀라워요. 공중도덕이 정말 훌륭한 것 같아요. 

아내가 얼마 전에 서울에 사는 외국사람들과 점심 먹으며 대화하고 들려준 이야기다. 참 생각지 못했는데 듣고 보니 정말 맞는 말이었다. 미국만 보더라도 도시의 크고 작은 범죄 - 특히 도둑질은 너무나 흔하다. 샌프란시스코 한가운데 백주대낮에 차유리문 부수고 가방 가져가는 건 범죄에 끼지도 못한다 (경찰에 신고해도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을정도의). 길거리는 각종 쓰레기와 찌린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반면 서울 어디를 가나 거리는 항상 대부분 청결하고 카페에서 남의 물건을 가져가지 않는 건 "국룰"이다. 우리나라 공중도덕 좀 멋지다.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한 모습 


하지만 부끄러운 모습도 많다. 한국인들은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한 모습을 보인다. 대표적인 게 인종차별이다. 같은 이야기도 백인이 하면 경청하고 흑인이나 중국인/동남아/인도인들이 하면 은근히 또는 대놓고 무시한다. 난민, 장애인, 외국인 근로자 등 비주류/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이나 관용도도 보면 선진국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아주민중 70% 이상이 한국에서 인종차별을 경험했다고 대답한 통계조사도 있다. 


기부 no, 봉사 no


영국 자선지원재단(CAF)이 해마다 발표하는 ‘세계기부지수’에서 한국은 2022년 기준 119개국 중 88위에 머물렀다. 세계기부지수는 2010년부터 해마다 120여 개국, 200만여 명을 대상으로 모르는 사람 돕기, 기부나 자원봉사 경험 등을 설문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산출한 것이다. 2022년 기준 한국 순위는 기부 선진국인 미국(3위)이나 호주(4위)는 물론 중국(49위)보다도 한참 낮다. 


폐 끼치긴 싫지만 손해보며 도울마음도 없다


공증도덕은 훌륭하지만 약자에 관용적이지 않고, 기부나 봉사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걸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난 남에게 폐 끼치는 건 싫어하지만 조금이라도 손해 보거나 내 밥그릇을 나눌 마음은 없는 개인주의 (or 개인의 외연을 내가 속한 집단으로 넗이면 집단이기주의)에 기인한게 아닌가 본다. 선진국과 중산층의 기준을 비교하는 아래 내용을 보면 한국인의 가치관이 얼마나 개인적인 안위에 집중되어 있는지 알 수 있다. 


프랑스의 중산층

퐁피두 대통령의 "삶의 질"에서 제시한 중산층의 기준
: 외국어 하나는 할 수 있고, 직접 즐기는 스포츠가 있고,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있고, 남들과는 다른 맛을 낼 수 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고, 공분에 의연히 참여하고, 약자를 돕는 봉사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는 계층 

영국의 중산층

옥스퍼드 대학에서 제시한 중산층의 기준 
: 페어플레이를 하고, 자신의 주장과 신념을 가지며, 독선적으로 행동하지 않고, 약자를 두둔하고 강자에 대응하며, 불의, 불평, 불법에 의연히 대처하는 계층

미국의 중산층

공립학교에서 가르치는 중산층의 기준
: 자신의 주장에 떳떳하고, 사회적 약자를 도와주고, 부정과 불법에 저항하고, 테이블 위에 정기적으로 받아보는 비평지가 있는 계층

한국의 중산층

직장인 대상 설문조사
: 부채가 없는 X 평의 아파트, 월급 5백 이상, 중형차, 통장잔고 1억 이상, 연 해외여행 1회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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