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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와 언론에서 살아가기

눌리지 않고 마음을 지키며 살아가려면

by San Baek 백산

부부싸움이 만성화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어떻게 될까? 집안의 리더인 엄마 아빠가 아이들과 집안 살림 생각은 안 하고 서로 욕하고 서로를 적으로 몰아 완전히 없애는 데에만 집중한다면?


이런 아이들은 높은 불안감, 우울감, 분노와 공격성을 보이고, 사회적으론 위축되고 갈등을 회피하거나 모방하려는 특성을 보인다. 집중력이 낮고 무기력하고 낮은 자존감을 갖는 것도 특징이다. 눈빛이 흐리멍덩하고 냉소적이 되기 다반사다.


지금 한국에서 한국인으로 산다는 건, 만성적 부부싸움의 가정에서 자라는 꼴이 아닐까. 한국을 가정에 비유한다면 그 가정의 문화는 돌아설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처럼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그 어떤 리더가 와서 무언가를 해보려 해도 이미 굳건해진 게임의 법칙이 싸움과 타도가 돼버린 이 상황에서 희망의 실마리를 찾아보는 것조차 무의미해 보이기까지 하다. 민생은 안중에도 없는듯한 정치인들의 이 행태. 더 잘 싸우는 사람이 리더가 되는 정치풍토. 정치인과 타합 해서 이를 부추기는 언론. 마치 부모싸움에 큰형 큰누나가 한쪽씩 붙어서 계속 여기는 얼마나 나쁜지만 이야기하는 것 같은 형국.


얼마 전 늘 새로운 에너지와 꿈으로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주는 선배형과 대화하면서 그 형도 이 상황에 무기력증에 빠져있다는 것에 적잖이 놀랐다. 사실 나도 요새 적잖은 무기력증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아 이게 나만 겪는게 아니였구나를 깨달았달까. 미국에서 연말을 보낼때만 해도 "가정 중심의 사회와 그 힘"에 대해서 묵상하며 글을 써보려고 하고 있었는데, 한국에 오니 그런 마음이 송두리째 연소돼 버렸다. 하루하루 유투브를 킬때마다 나오는 정치 막장 드라마에 "가정중심 사회의 힘"이란 화두가 너무 사치스럽고 적절치않게 느껴져 꺼낼수조차 없었다. 이제 간신히 그 마음을 추스리고 있다. 그리고 아래, 앞으로도 마음을 잘 지키며 눌리지 않고 앞으로 나가려면 무엇이 필요할지 한번 생각해 봤다.


1. 정의가 필요하다. 정의는 정말 중요하다. 계엄도 괜찮고 부정도 괜찮고 불법도 괜찮다는 건 아니다. 어디서부터 누가 어느 선을 넘었는지 누가 진짜 죄인이고 척결되어야 할 대상인지 진흙탕싸움을 하고 있어서 혼란스러울 수 있지만 정의는 분명 필요하고 잘잘못을 가리기 위한 싸움도 필요하다. 싸우는 세력이 너무나 많고 정의에 대한 목소리가 너무 높아서 여기에 나까지 목소리를 높일 필요는 없을 것 같지만 이게 필요하지 않다는 건 아니다.


2. 진정성과 용기, 소신이 필요하다. 정치인들도 장밋빛 미래, 비전과 희망을 이야기한다. 저 악한 세력만 없어지면 나라가 바로 설 것처럼 이야기한다. 하지만 진정성이 없다. 진정성이 있으려면 때론 희생도 필요하다. 때론 손해 볼 줄도 알고 때론 욕먹더라도 소신 있는 결정을 하고 밀고 나가야 한다. 대세에 묻어가거나 한쪽 정치세력만을 대변하는 것이 아닌 때론 다른 소리도 내고 여러 의견을 중재하려는 언론과 개별 정치인, 소신 있는 관료가 필요하다. 작금의 상황에서 그런 행보를 보이려면 엄청난 진정성과 용기, 소신이 필요하다.


(1, 2번의 나의 생각과 가장 align하는 인터뷰를 소개하자면 아래의 영상을 소개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4PJ6LbBmB-8)


3. 희망과 비전이 필요하다. 지금은 비록 이렇지만 언젠가는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과 비전이 있으면 버틸 수 있다. 그게 없으면 버틸 수 없다. 이건 가정도 회사도 국가도 마찬가지이다. 똑같은 현실 앞에서 소망과 비전이 있고 없고는 한 끗 차이 같지만 그게 모든 걸 바꾼다. 소망과 비전이 없으면 망가지는 건 순식간이다.


4. 시간과 적당한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 정치문제에 헌신해서 싸울 사람은 싸워야 한다. 하지만 침몰하는 배를 한 사람이 돌릴 수는 없다. 새로운 모멘텀이 필요하고 타이밍이 필요하다. 힘과 에너지를 모아야 한다. 조선이 멸망할 때 이승만 등은 미국으로 가서 힘을 모았고 김구 등은 중국, 러시아 땅에서 독립운동의 기반을 마련했다. 이스라엘이 바벨론에 멸망할 때 선지자는 70년의 시간을 이야기했고 이후 예수님이 오시기 까진 몇백 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부부싸움이 너무 심하면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성인이 돼서 거리 두기를 할 수 있으면 부모와 거리두기 하는 것도 현명하다. 내일 세계가 멸망해도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으려면 세계 멸망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뺏겨서는 안 된다.


5. 일상의 작은 아름다움이 필요하다. "불안세대"가 저자 조나단 하이트는 2000년대 이후 태어나 스마트폰과 함께 자란 아이들이 너무 자극적이고 안 좋은 미디어와 청소년기를 보내게 됨으로써 어떤 부작용들이 있는지 연구, 분석했고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이들은 더 세속적, 냉소적이 됐고, 겸손/절제/헌신 등의 열매를 낳는 영적인 세계와는 담을 쌓게 되었다. 한국을 사는 우리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지저분한 것만 보고 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무언가 아름다운 것, 고귀한 것, 순결하고 사랑스럽고 존경할만한 것들을 보면서 영감을 받아야 한다. 진흙탕만 보고 접하면 우리도 더러워지고 깨끗하고 아름다운 것을 접하고 보면 우리도 더 맑아진다. 그걸 더 많이 발견하고 지켜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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