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딱정벌레이번 주말에는 강원도 정선에 하루짜리 여행을 다녀왔다. 청량리역에서 정선아리랑열차를 타고 3시간 30분을 달려 아우라지 역까지 갔다. 정선 여행은 버킷 리스트 중 하나였다. 강원도를 이제는 제법 여러번 여행했지만 돌아보면 늘 가던 곳만 갔다. 강릉, 평창, 속초. 동해와 춘천도 가봤지만 한 번만 가봤고 동해는 결국 강릉을 거쳐서 간 거라. 춘천을 빼면 바다를 낀 곳만 갔는데 강원도가 크니까 새로운 곳에 가보고 싶었다. 언젠가 대학 선배가 다녀왔다던 정선이 생각났다. 정선아리랑과 탄광촌말고 아는 정보는 없었다. 몰라서 더 가보고 싶었나.
코레일 테마 기차 여행 상품을 살펴보다 정선아리랑열차 존재를 알게 됐다. 원래 강릉에서 삼척가는 바다 기차를 타려 했다. 결국 그 상품은 기차 노후화 문제로 최근 없어진 걸로 알고 있다. 지난해 9월 늦은 여름 휴가를 다녀온 뒤, 오랜만에 휴가의 맛을 보고 또 여행을 가고 싶었다. 바다를 제대로 못 보고 온 게 아쉬워서 바다 여행을 계획했는데 테마 기차 여행 상품에서 정선아리랑열차와 백두대간협곡열차가 눈에 띄었다. 아예 산속을 다니는 기차 여행도 색다르고 신선할 듯했다.
정선 여행에 당긴 데에는 민둥산 영향도 있었다. 민둥산은 억새가 유명하다. 가을이 억새철인데 그 무렵 SNS에서 민둥산 여행 후기를 자주 봤다. 가을에 가기 좋은 곳 같았다. 마침 정선아리랑열차가 민둥산역에 내리기에 겸사겸사 가도 좋지 않을까. 그러나 갈 시간이 안 났다. 10월은 황금 연휴로 영업일이 짧았고, 11~12월은 한해를 마무리할 준비를 하느라 또 바빴다. 11~12월은, 휴무 기간 전까지는 주말마다 업무를 봤다. 토요일 하루 쉬고, 일요일에는 일을 봤지만- 주말에 기차 여행을 다녀오는 건 엄두도 못 냈다. 타스카페가 주말 작업실이었다.
휴무 기간이 끝나고 새해부터 업무 복귀할 때부터 신년답게(?) 일이 마구 몰아쳤다. 휴무 기간에도 업무를 보긴 했다. 새해 일정을 대비하려면 준비해야 하기에 어쩔 수 없었다. 업무에 집중해도 하루가 모자랄 판에 어떤 문제가 생겼고, 이걸 대처하느라 평일에도, 첫째 주 주말에도 애를 썼다. 그나마 휴식하려고 짬을 내서 화분 보러 페이지그린에 겨우 다녀왔으니까. 둘째 주 주말에는 셋째 주 업무를 준비하느라 바빴다. 제작 업무와 배포 일정이 몰려 있었고, 직접 제작해야 할 콘텐츠도 평소보다 많았다.
수요일쯤 고비를 넘긴 듯했는데 금요일에 급작스러운 제작, 수정 업무가 연달아 생겼다. 금요일도 개인적으로 할당된 업무만 집중하기에도 시간이 빠듯한데 그날은 발생 업무가 여럿 있으니 더 그랬다. 퇴근할 때는 에너지도, 뇌도 소진된 느낌이었다. 머리를 굉장히 쓰고 난 뒤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때 굉장히 피곤하고 힘든데- 한편으로는 그런 느낌(?)을 선호한다. 도전적인 일을 하고 난 뒤 생기는 증상이고, 그 정도로 피곤하고 진이 빠지지 않으면 업무 난이도가 낮거나, 덜 도전적이거나 힘과 애를 엄청 써서 일한 건 아니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결과물 품질과 별개로- 1월에는 주말동안 제대로 휴식하지 못해서 지치기도 하고 버거웠다. 그래도 주말을 할애해서 해야 할 일이 있다면 하겠지만- 셋째 주 주말만큼은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을 평소보다 푹 자는 휴식도 있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머리 식히는 휴식도 있는데- 이번만큼은 후자 쪽으로 휴식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음이 당겼지만 여러가질 이유로 미뤘던 정선 여행이 떠올랐다. 이번 주가 아니면 또 언제 기회가 있을지 모른다. 다음 주말엔 어떤 상황일지 예측할 수 없으니.
그러나 금요일 하루를 그렇게 마무리하고 터덜터덜 퇴근하고나니 그냥 누워 쉬고 싶은 마음도 컸다. 정선에 가려면 아침 일찍 일어나서 기차를 타야 하는데 자신이 좀 없었다. 다음 주말이나 그 다음 주말도 어찌어찌 가능하지 않을까. 타협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다녀왔다. 공간의 전환, 환경의 전환이 무척 필요한 시기였다. 하루 중 회사에 있는 시간이 당연히 길지만- 지난 주말은 주말조차도 회사에서 보내기도 했고, 그렇다보니 생각이 너무 회사 중심적으로 돼 있는데 정도가 지나치다 싶었다. 회사 중심으로 정신도 과잉됐다는 느낌도 들고.
어느 한쪽으로 생각이 지나치거나, 한가지 일을 너무 많이 생각하면 착각하거나 망상하기도 쉽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요즘 들어서. 생각의 균형감이 사라지고, 편협해지거나 편향되는 것 같기도 하다. 관심을, 생각을, 감정을 다양한 방향으로 분산해야 하는데- 워라밸을 선호하거나 추종하는 건 아닌데 이런 증상을 완화하려면 워라밸이 필요하다 싶다. 일을 더 잘하고,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갖추기 위해서. 그게 업무에도 도움이 될테니까. 그건 다양한 삶을 이해하는 데에도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여행도 정신 과잉을 완화하는 데 유익하다고 본다.
주말에 잠을 늘어지게 못 자도 공간과 환경을 바꿔 몸을 움직이며 휴식하며 기분을 전환해야겠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정선아리랑열차에 올랐고, 3시간 30분을 달려 아우라지역까지 갔다. 원래 정선역에서 내리려 했는데 아우라지역 주변이 더 아름답고, 볼 거리도 많은 듯해 계획을 바꿨다. 나전역도 가고 싶었는데 지나가면서 보는 걸로 타협했다. 나전역 카페가 궁금했다. 나전역, 아우라지역이 정선역보다 더 예쁜 듯해서 두 역을 다 가보고 싶었다. 나전역은 열차가 정차할 때만 잠시 봐서 완전히 파악한 건 아니지만 다음에 가봐도 괜찮을 정도로 보였다.
정선아리랑열차는 청량리에서 출발해 양평-원주-제천-영월-민둥산 등 여러 역을 지나 정선-나전-아우라지까지 갔다. 중간에 다른 역도 있는데 너무 많아서 이름을 깜박했다. 정선아리랑열차부터 이 열차가 지나는 기차선까지 모든 게 새로웠다. 제천, 영월 같은 곳은 스쳐지나가는 것조차 처음인 곳이고- 이 나이에도 여전히 처음이거나 새로운 일이 참 많다. 안 가본 곳도 많고. 그래선지 가는 내내, 가서도 신났고 긴 기차 여행도 지겹지 않았다. 테마 열차라서 그런지 창이 크고 넓었는데 풍경이 잘 보여 좋았다. 눈 쌓인, 높은 산도 보이고.
강원도를 기차타고 가보는 건 두번째인데- 강릉은 KTX였고, 테마 열차는 다른 선로로 가다보니 창밖 너머 풍경도 새롭고 신선했다. 특히 영월을 지나 정선 가까이 오면서 펼쳐지는 풍경이 이채로웠다. 확실히 산이 많이 보이는데 지금껏 우리나라에서 내가 본 산과 규모가 남달랐다. 크고, 험준하고, 어느 순간 기차가 산 속을 달리고 있어서 바깥 도로가 저 아래 너머로 보이고. 확실히 산속 깊숙이, 산골짜기로 향하고 있는데 실감났다. 지금 생각해보면 융프라우에 갈 때 탔던 열차 밖 풍경이 같지 않아도 비슷한 느낌인 듯했다. 거기도 산이 엄청 나니까.
이어폰을 챙겨오지 않아서 음악을 듣지 못했지만 괜찮았다. 사람들 수다 소리가 들려와도 본의 아니게 대화 내용을 들으면서 이 열차 관광객이 어떤 사람인지 내심 짐작해보기도 하고. 손녀와 영상 통화하며 화기애애하게 대화나누는 어르신들이 보기 좋고. 나처럼 본격적인 여행을 앞두고 기대와 설렘에 빠진 사람들 모습도 정감갔다. 열차에서 "정선역에 곧 내릴 건데 궁금한 것 없냐"고 물어봐주시는 직원 분도 있었다. 아우라지역까지 간다고 하고 이것저것 질문드렸는데 가볼만한 곳, 밥먹을만한 곳, 버스 운행시간까지 친절히 알려주셔서 감사했다.
민둥산역, 정선역을 지나면서 본격적으로 정선의 산세를 감상하며 지나가는데- 확실히 남달랐다. 산도 엄청 거대하고, 시원하게 생겼고. 화려하지 않지만 그동안 보던 산과 사뭇 다른 이색적인 산 풍경을 보면서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신기하고 재미가 쏠쏠했다. 나중에 역에 내려 아우라지 주변을 관광하다가 버스를 타고 정선 시내로 이동할 때 본 산 풍경도 어마어마했다. 여기 산은 참 크고, 거대하고, 깊고, 넓고, 웅장한데 너무 압도적이라 마치 집어삼킬 것만 같은 느낌도 들었다. 위협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저 산을 등산할 용기는 안 날 것 같다.
마침내 아우라지역에 도착했는데- 그날은 강원도 폭설 소식이 있었고 도착할 때는 이미 많은 눈이 내리고 있었다. 그래도 날씨가 따뜻해서 그런지 가락눈이 날리고 있던 데다 눈이 많이 쌓이지는 않았다. 나중에 해가 질 무렵에는 좀 쌓이는 듯했지만. 여름치라는 물고기가 1급수에 사는 희귀어종이라고 하는데 아우라지역에 2마리가 거대 조형물로 세워져 있었다. 이건 그냥 조형물은 아니고, 도서관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하나는 도서관이었는데 나머지 하나는 뭔지 모르겠다. 들어가보지는 않아서.
아우라지역은 사진에서 본대로 예뻤다. 정선선에 있는 역이 생각보다 오래되지는 않았다. 대구에서는 대구선만 해도 100년 된 역도 있고,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역사도 몇몇 있다. 그래서 간이역은 다 역사가 한세기는 될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만 않았다. 아라리촌까지 둘러보고 난 뒤 드는 생각은 아우라지역의 지붕이 왠지 강원도, 특히 정선 민가의 전통 지붕과 닮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착각일 수도. 아우라지역 현판도 참 아름다웠다. 나무로 된 현판에다 글씨를 썼는데 빈티지한 느낌도 들고. 지붕과도 잘 어울렸다.
이번 여행에는 처음으로 Nikon L35AF 카메라를 챙겨갔다. 이모의 카메라인데 무려 40년 된 제품이다. 이 카메라로 나를 비롯해 언니들 사진을 많이 찍어주셨다. 내 어릴 적 사진 대부분은 다 그 카메라로 찍지 않았을까. 얼마 전 집에서 오랜만에 꺼내셨는데 사용하지 않은지 너무 오래돼서 제대로 작동할지 확신이 안 섰다. 이번 여행 때 한번 테스트해보기로 하고, 가져왔는데 필름 스캔해서 보니 잘 작동됐다. 아직 충분히 현역이고. 디카못지 않게 좋은 품질의 결과물을 보여준다. 필름 스캐너도 중요하지 않나 싶기도 하지만. 가성비가 좋은 카메라다.
아우라지역에서는 폰카와 니콘 카메라로 사진을 열심히 찍었다. 가락눈이라도 쏟아지고 있어서 우산을 쓰고 있어야 했는데 우산을 쓴 채로 카메라 캡을 열고 곳곳에서 사진을 촬영하려니 번거로웠다. 물 들어갈까봐 캡을 벗겨놓을 수는 없고. 열었다 닫았다, 열었다 닫았다 반복했다. 사진을 찍은 뒤 아우라지역 안에 들어갔는데 안은 텅 비어있었다. 테마열차가 서는 것외에 딱히 기능이 별로 없는 역이라서 그런지(표를 파는 것도 아니다) 내부도 어두워서 을씨년스러운 느낌도 있었다.
기차 안에서 과일도 먹고, 고기도 먹고, 소시지도 먹고, 배추와 당근도 먹고 이것저것 많이 먹어서 배가 부른 줄 알았는데- 점심 때가 되니 밥이 먹고 싶었다. 역 앞에 주례마을이 있는데 거기에 식당이 많았다. 어떤 식당에서 손님이 나오는 걸 보고 거기에 들어갔다. 여기는 토속 음식을 판매하는 곳이었다. 곤드레밥과 메밀부침, 감자전, 막걸리를 주문해 먹었다. 다 너무 맛있었다. 짜지 않고 담백하고 슴슴했다. 부침 옷도 적당하고, 감자전에는 당근을 비롯해 다른 야채도 골고루 들어갔다. 곤드레밥은 정말 맛있었다. 부침과 전에 곁들여 먹는 막걸리도 일품.
주인 분과 대화를 조금 나누고 근처 강변 유원지로 향했다. 거기가 아우라지인데- 아우라지는 탄광촌 이름으로 익숙해서 아우라지라는 이름도 막연하게 탄광 관련 뜻이 담겼는 줄 알았다. 근데 두 물줄기가 만난다는 의미라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다. 한강은 서울에서 주로 봐서 서울과 수도권만 흐르는 강인줄 알았는데- 이미 강원도에서부터 발원하는 강이었다. 학교 다닐 때 배웠을텐데 기억나지 않고 다 새로웠다. 아우라지에 얽힌 슬픈(?) 사연도. 그러나 곳곳에 세워진 남녀 동상이 애달프지만 않았다.
아우라지에는 다리가 많았다. 징검다리도 있고, 섶다리도 있고, 출렁다리도 있고. 난 이모와 섶다리를 건넌 다음, 출렁다리를 건너서 되돌아왔다. 가락눈이 쏟아지지만 관광객이 제법 있었다. 다들 다리를 건너고. 출렁다리는 듣던대로 그렇게 많이 흔들거리지 않았다. 인상깊었던 건 출렁다리 위에 거대한 세로 형태 조형물이 있는데 그 조형물의 구멍(?)도 아우라지 사연에 얽힌 어느 여인의 모습을 본땄던 것. 왔던 길을 되돌아와서 카페에 들어가 수리취떡을 사고, 터미널에 오후 3시 10분 출발 버스를 타러 갔다.
수리취떡은 단오에 먹는 음식인데 수리취를 섞어 만들었다. 정선에서 파는 수리취떡은 떡 안에 팥소 같은 걸 넣었다. 넣지 않아도 담백하고 괜찮을 듯한데- 1만3000원에 떡을 샀다. 카페에 들어가니 동네 어르신으로 보이는 분이 내게 어디서 왔냐고 물으셨다. 난 그런 질문이 낯설어서 어리버리한 채로 아무답도 못했다. 나중에 다시 물으시길래 답을 하기는 했다. 아무래도 관광객이 많이 방문할테고, 관광객인 게 티가 났는지 그런 질문을 곧잘 하시는건가 싶었다. 평소에 잘 받지 않는 질문이라 '뭐라 답해야 할지' 많은 생각이 들었다.
아우라지를 벌써 떠나려니 아쉬웠다. 몇시간 있지 않았지만 그곳이 마음에 들었다. 아우라지를 둘러보면서 산세에 감탄해 걷는 내내 산을 둘러봤다. 그렇게 크고, 웅장하며, 기세가 힘찬 산은 처음 봐서. 산세에 매료됐다. 아우라지에서 산을 보는동안 비로소 산속 깊숙한, 산골짜기에 온 게 실감났고. 내가 있던 곳에서 정말 멀리 떨어진 곳에 왔다는 게 와닿았고. 만족스러웠다. 복잡한 도시를 완벽하게 벗어난 만족감. 평소와 180도 다른 이질적인 환경과 분위기. 신선한 전경에 머리가 트이고 기분이 전환되는 느낌이었다.
더 오래 머물고 싶기도 하고, 또 온다면 하루 묵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현장에는 캠핑족도 있었으니까. 여기서 만약 워케이션하면 어떤 느낌일까. 글을 쓴다면? 독서 여행을 한다면? 가락눈이 연신 내리고 있어서 날은 흐렸지만 눈쌓인 산 모습이 깨끗하고 보기 좋았다. 산골짜기라서 그런지 여기는 개발도 별로 되지 않았고, 사람 손을 덜 타서 깨끗했다. 산이 크고 깊다보니 제주도에 폭설로 고립됐을 때보다 더 완벽하게 고립된 느낌이었다. 이런 곳이면 고운 사람과 같이 있어도 좋지 않을까. 사이 좋게 지내되 쌀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저녁 6시 21분 기차를 타고 다시 돌아가려면 그전에 아리랑시장과 아라리촌 등 주요 관광지를 더 보고 가야해서 3시 10분에 여량 터미널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탔다. 버스 요금은 1000원밖에 되지 않았다. 버스를 타고 아우라지를 떠나며 버스 차창 너머로 산을 감상했다. 산을 가까이서 보니 산이 크고 거대하고 웅장하며 압도적인 게 또 실감났다. 이번에는 정말 위압감을 느끼고 무섭다 싶을 정도. 버스가 산에서 아래로 내려가는데 위에서 밖을 내려다보니 역시 조금 걱정됐다. 눈이 많이 오는데 이렇게 높은 곳에서 아래로 무사히 내려갈 수 있을까.
버스를 30분 정도 타고 정선아리랑시장 근처에서 내렸다. 다행히 시장이 바로 앞에 있었다. 5일장이 서는 날이 아니라 상설 시장만 열리고 있었다. 시장은 제법 큰데 5일장 때 북적일 듯하고 주말에는 한산했다. 이날은 관광하기에 좋은 날씨는 아니니까. 또 겨울이라 추워서 그런지 시장은 조용했다. 그래도 이모가 장을 많이 보셨다. 나물, 엿기름, 꿀, 차, 김부각, 곤드레 등. 시장을 지나다보니 수수부꾸미가 보여서 사먹었다. 수수부꾸미를 처음 먹어보는데 그렇게 기름이 많이 들어가는줄 몰랐다. 양도 많고.
아리랑시장에 어떤 면세점에 들어가서 물건을 많이 샀다. 회사에 전할 차도 여기서 구매했다. 직원 분이 굉장히 상세히 상품을 소개하시고, 차까지 대접해주셨다. 돌아보면 정선에서 본 사람들이 대체로 수더분하고 친절했다. 처음에는 무뚝뚝해보이던 분도 시간이 지나면 마음을 좀 열고 대화를 받아주시는 듯했고. 열차에서 만난 사람, 가게에서 만난 사람. 모두 좋았다. 시장에서는 소액 결제는 현금 결제를 선호했다. 계좌 이체도 가능하긴 했고. 음식값을 깎아주는 매장도 있고, 결혼 이주 여성으로 짐작되는 분이 일하는 매장도 있었다.
시장을 둘러보니 5일장 때는 어떤 풍경일지 새삼 궁금해졌다. 이렇게 큰 시장이 평소 한적한 걸 보면 5일장 때는 엄청 붐빌텐데. 지역에서도 5일장은 큰 행사고 주민들도 이때 많이 움직인다고 하니. 5일장은 2, 7일에 열린다는데 나중에 장이 열릴 때 와서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시장 주변이 번화가라서 프랜차이즈 치킨 브랜드도 많이 보이고 우리에게 익숙한 커피, 베이커리 프랜차이즈도 눈에 띄였다. 프랜차이즈는 아니지만 일반 카페도 곳곳에 자리잡았고. 아라리촌으로 이동하려면 여기서 23분 걸리는데 이때 건너는 다리도 길이가 적당하고 주변 풍광도 보기 좋았다.
1월 셋째주에는 회사 재직 기간 가운데 한주동안 가장 많은 콘텐츠를 썼다. 기술 블로그 3건, 유튜브 원고 1건, 뉴스레터 1건. 리뷰 업무가 다른 주보다 적어서 콘텐츠 작성에 더 집중하고, 시간을 쓸 수 있었다. 어떨 때는 리뷰 업무가 주를 이뤄서 그럴 때와 비교하면 이런 시간은 드물고, 생경하다. 부담이 크기는 한데(발생 업무가 있으면 시간이 빠듯하니까) 나쁘지만 않았다. 또 이런 기회가 있을까. 내 콘텐츠를 쓰는 시간을 온전히 확보하고, 시간에 쫓겨서 급히 마무리하기보다 품질에 염두를 두고 더 숙고하고, 노력하며 최선을 더 다할 기회.